1995년 새벽 5시 47분경 일본 고베에서는 강도 7.2의 대지진이 일어났고 이 지진으로 6천여 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지난 6일 튀르키예에서는 강도 7.8의 대지진이 일어났다. 튀르키예와 일본 고베의 지진 강도 차이는 0.6인데 사망자는 고베지진 당시 사망자 숫자의 10배에 이르는 5만 명을 넘어섰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지난 21일 MBC에서는 '통곡의 땅에 가다,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편이 방송되었다. PD가 직접 현장을 찾아 튀르키예의 처참한 모습을 추적했다. 취재 뒷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통곡의 땅에 가다,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편을 공동 연출한 양정헌·임다솔 PD를 지난 22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났다. 
 
  MBC <PD수첩>의 한 장면

MBC 의 한 장면 ⓒ MBC

 
다음은 양정헌·임다솔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지진 참사 현장을 다녀왔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양정헌 PD(이하 양): "보통 < PD수첩 >은 아이템을 기획하고 제작해서 방송내는 데까지 8주라는 시간이 주어지는데 이번에는 2주밖에 시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정하고 바로 해외로 가서 촬영하면서 자료도 보내고 또 그걸 국내에서 임다솔 PD가 받아서 제작을 했어요. 제가 돌아와서 후반 작업을 같이 했고요. 2주 만에 무거운 주제의 이야기를 만들려다 보니 굉장히 숨 가빴던 것 같아요."

임다솔 PD(이하 임): "그래도 잘 마무리됐죠. 저는 같이 하는 건 처음인데 잘 끝낸 것 같아요. 그리고 방송 보고 슬프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 처음 튀르키예 지진 보도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양: "저도 똑같이 뉴스로 봤어요. 예전에 삼풍백화점 참사가 일어났을 때도 며칠 지나서 생존자가 발견되기도 하고 뉴스에 보도됐잖아요. 항상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고 생활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 이미 지진 관련 보도가 많이 나왔잖아요. 현장에 가서 새로운 내용을 보도할 수 있을까 고민도 있었을 것 같아요. 
양: "그런 것들을 조금 더 종합했다고 보시면 되죠. 새로운 부분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한국에 있는 튀르키예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연결하는 부분 등도 콘텐츠 구성하면서 고민했던 부분이에요. 그리고 뉴스가 각각의 다른 주제를 연속해서 보도한다면 저희는 그것들을 하나의 프로그램 안 녹일 수 있으니까 종합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죠."

- 처음 튀르키예에 도착해서 본 풍경은 어땠나요?
양: "저희가 인천에서 출발해서 처음에 이스탄불로 갔어요. 거기서 국내선을 타고 현장에 가까운 곳으로 가서 다시 차량으로 이동하는 형태였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죠. 근데 이스탄불 공항에서 짐을 맡기고 수속을 밟는데 카메라 장비를 보고 취재하러 왔냐고 묻더라고요. 튀르키예 지진 현장을 취재하러 왔다고 하니까 튀르키예 항공사 직원들이 엄청 울더라고요. 안타가운 마음이었겠죠. 이스탄불엔 직접적으로 피해가 없었지만 같은 국민으로서 마음이 많이 아팠던 것 같아요."

- 방송에 보니 건물이 거의 무너졌더라고요. 
양: "심한 곳은 그랬죠. 저희가 갔던 마을 중에도 진앙지에서 가까운 마을 같은 경우 건물이 거의 무너졌어요. 가지안테프 같은 곳은 대도시인데 주 안에 가지안테프시가 있거든요. 괜찮은 곳도 있고 마을 자체가 폐허가 된 곳도 있었어요. 저희는 피해가 심한 곳을 찾아갔어요. 건물의 뼈대도 안 남아있고 폭삭 주저앉았어요. 어떻게 설계했길래 이렇게 무너졌을까란 생각이 들었죠."

- 내진 설계가 되지 않았던 걸까요?
양: "내진 설계를 했다면 그렇게 무너지지는 않았겠죠. 방송에도 나왔지만, 우리나라도 필로티 구조의 경우 지진에 취약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튀르키예는 많은 건물들이 필로티 구조처럼 지진에 취약하다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 튀르키예는 비교적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인데, 대비가 안 된 걸까요?
양: "그런 부분에서 분노하는 시민들이 많은 것 같아요. (22일 기준) 26만 4천여 채의 건물이 무너졌다는 건 전혀 지진 대비가 안 됐다는 거죠. 물론 낡은 건물들은 대비를 할 수 없었겠지만 저희가 취재한 곳 중 지은 지 1년 밖에 안 된 건물도 무너졌어요. 지어진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폭삭 주저앉는 경우도 많았고요. 그런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보는 거죠."

- 실제 시민들도 만나보셨는데, 반응은 어떤가요?
양: " 지진이 최초로 일어난 게 새벽 4시 반 정도예요. 자고 있을 시간이잖아요. 자고 있다가 비명횡사한 경우가 많은 거죠. 저희가 만난 튀르키예 시민 중에서도 정말 극단의 경우는 거의 친척들까지 포함해 20여 명이 다 돌아가신 경우도 있었어요. 생활적인 부분도 문제지만 지금은 가족을 잃었다는 슬픔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상황인 거죠."

"정부에 대한 불만 점점 커지고 있어"
 
 임다솔 MBC PD

임다솔 MBC PD ⓒ 이영광

 

 
 양정헌 MBC PD

양정헌 MBC PD ⓒ 이영광

 

- 정부가 피해를 키운 같다는 지적도 있어요.
양: "피해를 키웠다고 확정해서 말하긴 그렇지만 어쨌든 거기에 대한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비상사태를 35시간 만에 선포했어요. 35시간은 굉장히 긴 시간이죠. SNS 등을 통해 구조를 요청하는 상황에서 방치된 것을 고발하는 시민들의 영상이 굉장히 많았어요. 초기 대응이 늦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죠."

임: "엄청 광범위하게 지진이 났어요. 작은 소도시들은 구호물자가 닿기 힘드니까 SNS로 '저 여기 있다, 어떤 물건이 필요하다'라는 식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SNS 접속이 어려워지다 보니 (정부에 대한) 의혹이 생기는 거죠."

- "이런 지진은 대비가 불가능하다"라고 말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 때문에 분노한 국민들이 많던데요. 
임: "사실 내진 설계가 잘 됐으면 붕괴되더라도 사람들이 빠져나올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수 있잖아요. 근데 이번 영상들을 보면 굉장히 빠르게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이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죽진 않을 수 있었는데 정작 대통령은 대비할 수 없었다고 말 한 거죠."

- 시신을 발굴했지만 가족이 찾지 못할 수도 있겠네요. 
양: "그런 경우도 있겠죠. 가족들이 어디 있었는지 아니까 거기서 발견된 시신을 보고 신원을 확인하는 상황이거든요. 근데 그 시기를 놓쳤을 수도 있겠죠. 그럼 신원 확인 없이 매장되는 경우도 생기겠죠. 이에 대해 반발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요."

- 진원지에서 가까운 에르진 시는 피해가 거의 없던데. 
임: "저희가 주로 갔던 지역이 안타키아라고 지진 묘지가 생겼던 데하고 같은 주예요. 그리고 안타키아와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에 에르진이 있는데 저희도 직접 보니 도로나 건물이 잘 버티고 있더라고요. 지진 피해를 입었더라도 금이 간 정도여서 놀랐어요. 확실히 내진 설계해서 (건물을) 지으면 이렇게 버틸 수 있다는 걸 많이 느꼈죠."

- 1990년대 중반 일본 고베에서도 큰 지진이 발생했잖아요. 이번 지진과 비교하면 강도 차이는 크지 않은 것 같은데요. 
임: "일본은 고베 대지진 이후에 내진 설계가 엄청 강화됐어요. 그래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굉장히 큰 피해가 있긴 했지만, 건물이 무너진 건 손에 꼽았지요. 내진 설계를 잘 해서 지진 피해를 줄이는 것은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인 것 같습니다."

양: "말씀하신 고베 대지진 같은 경우에도 강도가 7.2라서 지금과 비슷하긴 했는데 그땐 사망자가 6300여 명이었거든요. 물론 6300명도 엄청난 피해죠. 근데 지금 튀르키예 사망자는 5만여 명이잖아요. 6천 명과 5만 명은 큰 차이가 아닐까 싶어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양: "취재하고 방송을 내면서도 마음이 무거웠어요. 어쨌든 살아남은 사람들은 또 살아야 되는데 그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한 사람 한 사람에 집중하면 다 사연이 있잖아요. 무덤에 묻힌 수많은 사람에게도 사연이 있을 텐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되더라고요. 다른 나라 이야기지만 우리에게도 배울 시사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취재하고 방송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 취재했지만 방송엔 못 담은 장면이 있을까요?
임: "사실 빠진 이야기가 굉장히 많았어요. 현장에 가니까 생각보다 정말 많은 사연이 있었어요. 국내 튀르키예인도 만났는데 다들 만나면 눈물부터 흘리시고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튀르키예와 붙어 있는 시리아도 지진 피해가 있을텐데 취재가 용이하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양정헌 임다솔 PD수첩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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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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