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로티 포스터

▲ 파파로티 포스터 ⓒ (주)쇼박스

 
미국 프로농구에 일대 파란이 일었다. 2023 NBA 올스타 전야제 슬램덩크 콘테스트에서 인지도 없다시피 한 신예가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주인공은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가드 맥 맥클렁(Mac McClung)이다.
 
미국 최고 덩커가 된 맥클렁은 NBA 출전 경험이 고작 네 경기뿐이었다. 뉴욕 닉스의 제리코 심스, 휴스턴 로케츠의 캐년 마틴 주니어,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의 트레이 머피 3세가 제법 인지도 있는 신예들인데 반해 맥클렁은 마니아들조차 알지 못하는 하부리그 소속 선수였다.
 
그러나 맥클렁은 훌륭했다. 예선에서도, 결승에서도 심사위원 모두에게 만점을 받은 그는 NBA 역사에 길이 남을 백보드 찍는 덩크와 540도 회전 덩크를 선보여 일약 스타가 됐다. 커리어 대부분을 G리그에서 보낸 무명선수에게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는 그 자체로 화제가 될 만 했다.
  
파파로티 스틸컷

▲ 파파로티 스틸컷 ⓒ (주)쇼박스

 
맥클렁의 덩크 뒤에 숨은 것
 
많은 이들이 맥클렁의 화려한 덩크에 주목하는 동안 나는 그 뒤에 숨은 노력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어째서 한국엔 수년 동안 맥클렁과 같은 이가 없었는가를, 왜 미국은 맥클렁과 같은 이를 얻게 되었는지를 생각했다. 그로부터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맥클렁을 모두가 주목하는 NBA 덩크 콘테스트에 세운 건 누구일까. 팬들조차 알지 못하던 그에게 주목받는 자리를 제안한 건 NBA 사무국이었다. 일류 덩커의 자질을 지닌 이를 알아보고, 발품을 팔아가며 그를 검증하고, 나아가 그에게 무대를 제공한 것이 모두 사무국의 일이었다. 우리는 과연 어떠했는가.
 
나는 몇 년 전 지나간 한 영화를 떠올렸다. 2012년 작 <파파로티>가 바로 그 영화다. 영화는 성악에 남다른 재능을 지닌 젊은 깡패 장호(이제훈 분)와 그의 스승이 된 교사 상진(한석규 분), 그에게 기꺼이 새 삶을 살도록 하는 조직 중간보스 창수(조진웅 분)의 이야기다.
  
파파로티 스틸컷

▲ 파파로티 스틸컷 ⓒ (주)쇼박스

 
재능 하나가 꽃을 피우기까지
 
여러모로 통상적인 성공기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지만 선명한 차별점이 몇쯤은 있다. 그중 가장 분명한 한 가지는 영화가 장호,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저 저의 노력으로 최고의 무대에 도달하는 이야기 아니다. 장호의 노력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그를 돕는 주변인의 활약이 강렬하게 등장한다.
 
한때의 일류 성악가 상진이 제 인생을 던져 그를 이끌고, 중간보스 창수 역시 피해를 기꺼이 감수해가며 그를 돕는다. 상진은 발품을 팔아가며 장호의 재능을 확인하고 마음을 다해 그를 가르친다. 또한 장호 혼자서는 결코 풀지 못할 제약들을 상진과 창수가 어떻게든 풀어내는 것이다.
 
영화가 강렬하게 전하는 메시지 가운데 하나는 어느 스타도, 어느 인간도 홀로는 완성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영화는 가능성 있는 이를 제가 서 마땅한 무대에 세우는 것이 책임 있는 이들의 몫이라고 일깨운다. 그 기회를 현실화시키는 것은 각자의 몫이겠으나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재능 있는 이들에게 날개를 펼칠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일까. 우리 사회는, 한국의 책임 있는 이들은 무대가 필요한 이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고 있는 것일까. 맥클렁의 성취가 주는 감동은 우리에겐 화려한 성공기에서 그쳐선 안 된다. 뼈아픈 반성이어야 한다. 우리는 재능 있는 이들을 찾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가, 그들이 받아 마땅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가 말이다.
 
파파로티 스틸컷

▲ 파파로티 스틸컷 ⓒ (주)쇼박스

 
덧붙이는 글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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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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