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치2> 포스터

영화 <서치2> 포스터 ⓒ 소니픽처스코리아


페이스타임 화면으로 시작하는 영화가 있다. 그로부터 결말까지 노트북과 태블릿, 휴대폰 화면을 그대로 관객에게 노출한다. 전자기기 영상으로 서사를 풀어가는 것, 2017년 작 <서치>가 내보였던 바로 그 선택이다. 원작 개봉 5년 만에 등장한 속편은 원작이 보여준 연출을 고스란히 따라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한다. 

서사 역시 마찬가지다. <서치>가 사라진 딸을 찾는 아버지의 이야기였다면, <서치2>는 없어진 엄마를 찾는 딸의 이야기다. 원작이 엄마가 부재한 가정의 균열을 일깨웠다면, 속편은 아버지 사망 뒤 사이가 벌어진 모녀의 상황이 부각된다. 사실상 상실의 아픔을 소화하지 못한 가정과 그로부터 벌어진 균열, 갑작스레 일어난 실종과 그를 뒤쫓는 남겨진 가족의 이야기가 완전히 동일하다 할 것이다.

작법과 내용이 동일하다면, 속편은 원작과 같은 성취를 거둘 수 있을까. 그것이 <서치2>를 바라보는 나의 궁금증이다.
 
 영화 <서치2> 스틸컷

영화 <서치2> 스틸컷 ⓒ 소니픽처스코리아


<서치2> 원작 성공 이어갈까

<서치>를 찍은 아니쉬 차간디가 각본을 쓰고, 원작에서 촬영을 맡은 니콜라스 D. 존슨과 신예 윌 메릭이 연출했다는 점에서 절반쯤은 그 정통성을 잇고 있다고 봐도 좋겠다. 원작의 성공으로 제작비는 조금 불어났고, 미국의 작은 도시를 넘어 해외 로케이션까지 떠난다. 연출과 서사에서 특이점은 없다지만 제한적이었던 규모를 조금은 키워낸 게 몇 안 되는 차이라고 하겠다.
 
그레이스(니아 롱 분)는 사춘기 딸 하나를 둔 싱글맘이다. 남편이 죽은 뒤 홀로 준(스톰 리드 분)을 키우고 있지만 준이 부쩍 엇나가며 마음고생이 적지 않다. 그런 그녀의 삶에 새로운 낙이 생겼으니, 애인 케빈(켄 렁 분)과의 관계가 깊어진 것이다. 그레이스는 오랜 만남 끝에 케빈과 남미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바로 그날이 되어 그레이스와 케빈이 콜롬비아로 떠나는 것이다.
 
엄마의 부재가 해방구처럼 느껴졌을까. 준에게 그레이스가 떠난 일주일은 그야말로 즐거운 시간이다. 친구들을 불러 잔뜩 술을 마시고 간섭 없이 이것저것 하고픈 일들을 잔뜩 하는 나날이 펼쳐진다. 그리고 엄마가 돌아오기로 한 날, 공항에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
 
 영화 <서치2> 스틸컷

영화 <서치2> 스틸컷 ⓒ 소니픽처스코리아

 
승부수는 형식에 있다

원작이 그러했듯, 준은 엄마의 메일과 SNS 계정, 지도를 활용해 그녀가 밟은 여정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FBI 요원 일라이저(다니엘 헤니 분)가 정식 수사를 하는 가운데, 준은 준대로 콜롬비아 현지인 하비에르(호아킴 드 알메이다 분)를 고용해 그레이스의 행적을 뒤따른다.

<서치2>의 승부수는 형식에 있을 수밖에 없다. 내용이라 해봐야 사라진 엄마를 추적하는 딸의 이야기인 것인데, 딸이 미국에 묶여 있으니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것이다. 기껏해야 인터넷으로 엄마의 흔적들을 찾아보는 게 고작인데 영화가 그 화면을 그대로 띄워 이야기를 풀어가니 거기서 오는 낯선 감각이 승부수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당장 콜롬비아로 뛰어가 총격전을 벌이고 음모의 중심에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하는 영화도 수두룩한 세상에서 온라인 이야기로 승부를 하려면 나름의 세밀함이 필요했을 터, 영화는 온라인상에 흩어진 개인정보가 얼마나 쉽게 오용될 수 있는지를 공포스러울 만큼 치밀하게 내보인다.

원작과의 거의 유일한 차이점이 바로 이 부분으로, 온라인이 추적의 수단일 뿐이었던 데서 한 걸음 나아가 주인공들이 도리어 악당의 표적이 되는 상황이 색다른 긴장을 불어넣는 것이다. 특히 전자기기 화면을 그대로 영상으로 띄우는 이 수법은 원작 못지않게 효율적으로 기능하는데, 이 같은 연출을 똑같이 쓰고 있음에도 식상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여러모로 공을 들인 듯 보인다.
 
 영화 <서치2> 스틸컷

영화 <서치2> 스틸컷 ⓒ 소니픽처스코리아

 
속편이 반드시 고민해야 했던 것
 
물론 이것이 영화가 원작을 넘어섰다는 뜻은 되지 못한다. 카메라로 사건을 직접 찍는 것보다 전자기기 화면을 통해 서사를 전개시키는 건 어디까지나 제약이고, 이미 한 차례 쓰인 수법을 동일하게 이어간다는 것이 큰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일방적인 추적을 할 뿐 아니라 누군가에게 뒤쫓기기도 한다는 설정이 새로 추가되었으나 그보다는 한 번 쓴 연출의 식상함이 더 큰 효과를 불러일으키지 않았나 싶다. 결국 태생적 한계가 있는 작품을 반복해 만드는 선택이 예고된 한계와 부닥쳤다고 평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영화가 기본적인 캐릭터 설정을 전작과 동일하게 가고 있다는 점이다. 형식적 참신함에 더하여 가족 중 누구를 잃어본 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결핍을 효과적으로 잡아낸 원작의 서사를 속편이 그대로 차용한 것은 실망스런 일이다. 형식을 따르겠다면 내용이 새로웠어야 하고, 내용이 같으려면 형식이라도 파격적이어야 했을 것이다. 일부 수정만으론 참신함이 생명이었던 영화가 동일한 생명력을 가질 수는 없지 않겠는가.
 
<서치2>는 속편이 반드시 고민해야 했을 문제를 충실히 대비하지 않는다면 어떤 작품이 되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눈 뜨고 보지 못할 작품이라 할 수는 없겠으나 오늘날 눈 높은 관객을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이보다는 치열한 고민과 뚜렷한 해법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먼저 나온 영화가 그러했듯이.
덧붙이는 글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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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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