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7일. '아이언맨' 윤성빈이 6년 전 올림픽에서 날랐던 그 장소,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를 다시 찾았다. 이제는 선수가 아닌 관람객으로 경기장을 찾은 윤성빈은 7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스켈레톤 월드컵을 웃으며 지켜봤다.

'애물단지'였던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가 '보물단지'로 다시금 변모하고 있다. 가장 먼저 국제대회가 돌아왔다. 이번 2023-2024 시즌에는 IBSF 스켈레톤 월드컵이 7년 만에 다시 열렸고, 오는 2월에는 FIL 루지 월드컵이 다시 열릴 예정이다.

국제 대회만 있지 않다. 썰매 선수의 꿈을 꾸는 국내외 선수들이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국내 대회뿐만 아니라 전국동계체육대회까지 트랙 위에서 열린다.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가 없어서는 안 될 시설이 된 것이다.

 지난 11월 17일 ISBF 스켈레톤 월드컵 평창 대회가 끝난 후 선수들과 관계자들.
지난 11월 17일 ISBF 스켈레톤 월드컵 평창 대회가 끝난 후 선수들과 관계자들. 박장식

7년 만의 월드컵, 호평 속 성공 개최

지난 11월 16일과 17일에는 IBSF 스켈레톤 월드컵 1·2차 대회가 평창에서 열렸다. 보통 한 번의 대회를 하루 만에 모두 치른 뒤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스켈레톤 월드컵의 패턴을 생각한다면, 한 장소에서 연이어 두 번의 월드컵을 치러낸 IBSF(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가 매우 과감한 선택을 한 셈이다.

이는 국내 관계자들의 뼈를 깎는 노력 덕분이었다. 평창 트랙을 다시 살린 데다, 그간 여러 경기를 치른 것이 도움이 됐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는 "이렇게 월드컵이 다시 돌아오니 얼마나 활기차냐. 모두 호평을 보내서 정말 다행이다"라며 웃어 보였다. 이어 "한국에 월드컵을 다시 유치한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5년 전만해도 예상하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평창 올림픽 직후 시즌이었던 2018-2019 시즌,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의 문이 굳게 닫혔었다. 이용 당시 봅슬레이·스켈레톤 총감독(전 국회의원)을 비롯해 윤성빈·원윤종 등 주요 선수들이 기자회견에 나서 읍소한 덕분이었을까. 다행히도 2019-2020 시즌부터 트랙을 다시 얼리기 시작했고, 대륙간컵 대회도 성공적으로 치러낼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다시 발목을 잡았다.

그런 어려움을 딛고 돌파구를 만들었다. 국내에서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훈련하던 동남아시아 선수들과 국내 선수들을 모아 '코리아컵'과 'IBSF 승인 레이스'를 평창에서 개최했던 것. 코로나19 기간 중 세계연맹이 승인한 규모의 몇 안되는 국제대회였던 이들 대회를 통해 한국 썰매의 대회 개최를 위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7일 열린 IBSF 스켈레톤 월드컵 2차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영국의 프레야 타비트 선수. 곤룡포를 입은 그의 모습은 한국에서 7년 만에 다시 열린 스켈레톤 월드컵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지난 17일 열린 IBSF 스켈레톤 월드컵 2차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영국의 프레야 타비트 선수. 곤룡포를 입은 그의 모습은 한국에서 7년 만에 다시 열린 스켈레톤 월드컵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박장식

그리고 7년 만에 다시 개최한 스켈레톤 월드컵. 대회 준비도 철저했다. 해외 선수들이 미리 한국에 입국해 연습 경기를 치르며 현지 적응에 나섰다. 이에 대한체육회도 화답해 선수단 숙소로 평창동계훈련센터를 제공하는 등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도왔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에서도 한국에서만의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했다. 선수 등 참가자를 대상으로 기념품을 제공하고, 1위 선수의 시상식 때는 '왕의 옷' 곤룡포를 입히고 메달을 수여하는 등 이벤트를 열었다.

오랜만에 평창을 찾은 해외 선수들의 반응 역시 호평일색이었다. 특히 월드컵에 앞서 아시안컵 대회를 배치해 실전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에게 연습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 올림픽 때의 훌륭했던 시설과 숙박·먹거리 등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을 꼽았다.

월드컵, 아시안컵 이어 전국체전까지

 이제는 평창에서 세계 최상급의 루지 선수들이 집결한다. 2월 FIL 루지 월드컵이 한국에서 7년 만에 열리기 때문. 사진은 지난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 때의 루지 경기 모습.
이제는 평창에서 세계 최상급의 루지 선수들이 집결한다. 2월 FIL 루지 월드컵이 한국에서 7년 만에 열리기 때문. 사진은 지난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 때의 루지 경기 모습.박장식

대한루지경기연맹도 오는 2월 15일부터 16일까지, 역시 7년 만에 FIL 루지 월드컵을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개최한다고 알려왔다.

당초 2020년 평창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루지 월드컵은 코로나19로 개최가 취소됐는데 아쉬움을 딛고 다시 유치에 성공했다. 대한루지경기연맹 역시 코로나19 이후 아시안컵·주니어컵 등을 개최하는 등 국제대회에 지속적인 노력을 쏟은 끝에 다시 월드컵 유치의 기회를 얻었다.

스켈레톤 역시 매년 평창에서의 국제대회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치른 중국 옌칭 트랙과 함께 이번 시즌부터 아시안컵 대회를 유치했기 때문. 매년 여덟 차례가 열리는 아시안컵은, 아시아에서 썰매 트랙을 가진 한국과 중국에서 매년 제 번씩 나누어 치러질 전망이다.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는 이제 국내대회까지 영역을 넓혔다. 연습장에서 출발 기록만을 측정했던 과거 국내 대회와는 달리, 2024년 대회를 시작으로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 선수들이 트랙을 달려 기록을 겨룰 수 있게 됐다.

한편, 경기가 없는 날에는 국가대표는 물론 꿈나무 선수들이 매일 트랙에서 연습을 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됐다.

물론, 아쉬움도 없는 건 아니다. 루지·봅슬레이·스켈레톤을 단순히 '보는 스포츠'가 아닌 체험할 수 있는 스포츠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현재는 체험 프로그램이 전무하다.

일반인을 위한 접근성 재고도 필요하다. 지난 스켈레톤 월드컵 때는 일반인 관람객을 찾기 어려웠다. 현장 관람객을 위해 이벤트를 마련하고, 좌석과 편의 시설을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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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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