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종합편성 채널 TV조선에서는 여성 트로트 가수들의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을 편성했다. <내일은 미스트롯>은 < 슈퍼스타K >와 <프로듀스101>의 트로트 버전으로 처음 방송될 때만 해도 '그들만의 경연'이 될 거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내일은 미스트롯>은 방송 2회 만에 TV조선의 역대 최고시청률을 경신했고 최종회에는 16.582%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닐슨코리아 기준).

<내일은 미스트롯>이 대성공을 거두자 TV조선에서는 이듬해 곧바로 <내일은 미스트롯>의 남자버전 <내일은 미스터트롯>을 편성했다.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남자솔로가수가 된 임영웅을 비롯해 영탁, 이찬원, 장민호 등 많은 트로트 신예들을 배출한 <내일은 미스터트롯>은 최고 34.863%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 받는 예능프로그램 중 하나로 거듭났다. <내일은 미스터트롯>은 2022년 12월부터 시즌2가 방영되고 있다.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는 주로 트롯계에서 활동하던 참가자들 사이에서 성악가 출신 가수가 참가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트롯과 성악을 접목시킨 독창적인 창법으로 인기를 끌며 4위를 차지한 이 가수는 사실 이미 2013년 3월에 개봉한 영화의 실제 주인공이었다. 조폭 출신의 고교생이 음악선생님을 만나 성악가로 변신했던 가수 김호중의 실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한석규와 이제훈 주연의 <파파로티>였다.
 
 <파파로티>는 2019년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4위에 오른 가수 김호중의 실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다.

<파파로티>는 2019년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4위에 오른 가수 김호중의 실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다. ⓒ (주)쇼박스

 
모든 장르의 연기 소화할 수 있는 배우

서울에서 태어나 의정부에서 자란 이제훈은 공대에 입학했지만 연기자의 꿈을 버리지 못해 2년 만에 자퇴를 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에 입학했다. 2009년에 개봉한 <약탈자들>에서 김태훈의 아역을 연기하며 데뷔한 이제훈은 2019년 독립영화 <친구사이?>에 출연했고 2010년 <방자전> <김종욱 찾기> 등에서 단역을 맡으며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2011년 이제훈은 자신의 인생을 바꾼 두 편의 영화를 만났다.

이제훈은 독립영화 <파수꾼>에서 편부가정에서 자라 애정결핍이 있는 일진학생 기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며 청룡영화상과 대종상영화제 신인상을 휩쓸었다. 같은 해 장훈 감독의 <고지전>에서는 고수, 신하균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는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이제훈은 2011년 대종상영화제에서 <파수꾼>과 <고지전>으로 동시에 신인왕 후보에 오르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제훈은 2012년 <건축학개론>에서 승민의 대학시절을 연기하며 '국민첫사랑' 수지와 달콤한 멜로연기를 선보였고 퓨전 호러 <점쟁이들>과 범죄 드라마 <분노의 윤리학>에도 출연했다. 그리고 2013년 대배우 한석규의 제자로 출연한 <파바로티>를 통해 천재 성악유망주를 연기하며 전국 171만 관객을 동원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파파로티>는 극장가의 비수기에 개봉했음에도 150만이었던 손익분기점을 살짝 넘었다.

군복무 후 다시 한석규와 드라마 <비밀의 문>에 출연한 이제훈은 2016년 드라마 <시그널>에서 프로파일러 박해영 역을 맡아 호연을 펼치며 호평을 받았다. 2017년 3개월의 시간차를 두고 개봉해 기대 이상의 흥행과 함께 평단에서도 극찬을 받은 영화 <박열>과 <아이 캔 스피크> 역시 이제훈의 연기와 흥행파워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2018년에는 채수빈과 드라마 <여우각시별>에 출연해 멜로연기를 선보였다.

이제훈은 2018년에 촬영한 영화 <사냥의 시간>이 극장개봉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2021년 드라마 <모범택시>를 통해 15%가 넘는 시청률을 견인했다. 올해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인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광해군을 연기하는 이제훈은 지난 17일 첫 방송된 <모범택시> 시즌2에서 '5283'의 운행을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디즈니 플러스에서 방영되고 있는 최민식-손석구 주연의 <카지노> 시즌2에도 특별 출연할 예정이다.

희망 찾은 선생님과 꿈을 찾은 학생
 
 한석규(오른쪽)와 이제훈이 함께 부른 <행복을 주는 사람>은 <파파로티> OST에도 수록됐다.

한석규(오른쪽)와 이제훈이 함께 부른 <행복을 주는 사람>은 <파파로티> OST에도 수록됐다. ⓒ (주)쇼박스

 
흔히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영화는 실화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진 후에 영화화가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가수 김호중의 실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파파로티>는 김호중이 가수로 유명해지기 훨씬 전, 김호중이 '고등학생 파바로티'라는 수식어로 2009년 예능프로그램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출연하고 독일로 유학을 떠난 시점에 이미 영화화가 결정됐다.

사실 실제로 김호중이 겪은 이야기와 영화 속의 이야기는 제법 차이가 있다. 영화 속에서는 장호(이제훈 분)가 폭력조직에서 넘버3 정도의 위치에 있는 중간 간부로 나오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 7년 후 성악가로 대성하는 영화의 결말도 실제와 다르다. 김호중은 대중음악을 하고 싶다는 갈증 때문에 2년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2013년 앨범을 발표했고 2020년 <내일은 미스터트롯>에 참가했다.

한석규가 연기한 서상진 선생은 세계적인 성악가로 성장하던 도중 성대에 종양이 생기면서 성악가로서의 삶을 포기하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우연히 들은 장호의 목소리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영화에서는 서 선생이 장호가 속한 폭력조직의 두목(이재용 분)을 찾아가 장호를 놓아 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이 있는데 사실 이는 허구였다. 물론 "손은 피아노를 쳐야 하니 발목을 가져가라"는 서 선생의 멋진 대사 또한 영화적 재미를 위한 장치였다.

배우들은 자신이 맡은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에 뮤지컬 두 편에 출연했고 드라마 <패션왕> OST에 참여한 게 전부였던 이제훈이 천재 성악 유망주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노래하는 장면은 성악가 강요셉이 목소리 대역을 맡았고 이제훈은 한석규와 <행복을 주는 사람>을 부르는 장면만 직접 참여했다(물론 한석규와 이제훈은 매우 준수한 노래실력을 가지고 있다).

윤종찬 감독은 2001년 김명민과 고 장진영이 출연한 미스터리 드라마 <소름>을 통해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능력을 인정 받았다. 하지만 2005년 장진영과 한 번 더 의기투합해 만든 영화 <청연>이 54만 관객에 그치며 흥행에서 쓴맛을 경험했다. 윤종찬 감독은 2013년 <파파로티>로 171만 관객을 모으며 어느 정도 명예회복에 성공했지만 <파파로티>를 끝으로 10년째 신작소식을 들려주지 않고 있다.

한석규 지키던 무사 무휼이 이제훈의 선배로
 
 <뿌리 깊은 나무>에서 한석규를 지켰던 조진웅(왼쪽)은 <파파로티>에서는 한석규와 접점이 전혀 없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 한석규를 지켰던 조진웅(왼쪽)은 <파파로티>에서는 한석규와 접점이 전혀 없다. ⓒ (주)쇼박스

 
2004년부터 여러 영화에서 조·단역으로 활약했지만 대중적으로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배우 조진웅은 2011년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한석규가 연기한 세종의 호위무사 무휼 역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조진웅은 <뿌리 깊은 나무>를 끝내고 곧바로 영화 <파파로티>에서 한석규와 재회했는데 이 영화에서 조진웅의 상대역(?)은 한석규가 아닌 그의 제자 이제훈이었다.

조진웅은 <파파로티>에서 장호가 친형처럼 따르는 폭력조직의 2인자 창수 역을 맡았다. 장호가 처음 조직에 들어왔을 때부터 장호를 동생처럼 아끼는 창수는 술을 좋아하지만 미성년자인 장호를 위해 기꺼이 햄버거를 함께 먹어주는 착한 형이다. 창수는 수성파와의 전쟁에서도 학교생활과 대회준비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장호에게 연락을 하지 않고 적진(?)에 쳐들어 갔는데 결국 칼에 찔려 생을 마감한다.

<파파로티>에서 장호는 누구도 가지지 못한 천상의 목소리를 타고 났지만 악보도 보지 못할 정도로 음악의 이론적인 기본기가 매우 약하다. 서 선생은 장호의 약한 기본기를 나무라지만 장호의 잘생긴 외모에 반한 동급생 숙희는 장호에게 음악의 기본을 가르쳐 준다. 숙희는 1학년 때는 무용, 2학년 때는 성악을 전공할 정도로 예술적 재능은 떨어지지만 장호에게 친절하게 기본기를 알려 주면서 자연스럽게 장호와 '썸'을 탄다.

물론 영화에 등장하는 숙희는 영화적 재미를 위해 창조된 캐릭터로 실제 김호중에게 많은 도움을 줬던 친구는 고교 시절부터 각종 콩쿨대회 1, 2등을 휩쓸고 다니던 남학생으로 졸업 후 서울음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가상의 인물 숙희를 연기한 강소라는 2011년 <써니>의 어린 하춘화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후 드라마 <미생>과 <동네변호사 조들호> <남이 될 수 있을까>,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해치지 않아> 등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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