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이 하드> 스틸이미지.
20세기 폭스
이 영화가 테스토스테론을 들끓게 하는 방식
그런 상황에서 존이 아내를 찾아 그녀가 일하는 회사로 오게 되고, 사건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테러단체가 건물을 장악한 가운데, 오로지 존 홀로 이들과 맞선다. 언제나 열세에서 싸움을 시작하는 이 불굴의 형사는 그럼에도 쉽게 죽지 않는다.
이 영화가 테스토스테론을 들끓게 하는 방식은 매우 특별하다. 맨 주먹으로 상대와 격돌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 형사를 숨 가쁘게 뒤따르고, 그의 강함보다는 끈질김을 강조한다. 악당들은 그보다 훨씬 강하고 치밀하며 때로 멋지기까지 한데, 모두가 포기하는 동안 오로지 보잘 것 없는 단 한 명의 사내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 한 판 승부를 벌이는 것이다. 그에겐 아놀드 슈워제네거처럼 한 팔에 중화기 하나씩 들고 무지막지하게 갈겨대거나, 톰 크루즈처럼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채 예쁜 미소를 날릴 여유가 없다.
그저 늘어진 러닝셔츠 하나 걸치고 피곤에 찌든 얼굴로 이리 뛰고 저리 뛰기에도 바쁜 것이다. 이곳저곳 헤집고 뛰어 다니며 온 몸은 상처투성이에 땀에 젖은 러닝을 걸치고 헉헉대는 존 맥클레인을 보고 있자면 멋지기보단 차라리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지리도 강한 운으로 마침내 승리를 거두었던 것이다.
21세기 현란한 액션과는 또 다른 숨막히는 아날로그적 충격을 <다이 하드> 시리즈는 번번이 달성해냈다. 브루스 윌리스는 그렇게 아날로그 시대 액션영화의 영웅으로 남았다. 영화팬이라면 브루스 윌리스를 그가 쏟아낸 수많은 형편없는 근작들이 아니라 <다이 하드>를 포함한 지난 시대 걸작들로 기억해야만 한다고, 나는 그렇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