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2년 합계출산율은 0.77명이다. 이 수치는 OECD 최하위를 기록했다. 저출산 문제가 몇 년 전부터 제기되자 정부는 각종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저출산 문제는 악화되고 있다. 왜 청년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일까?

지난 14일 MBC < PD수첩 >에서는 '인구절벽, 우리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 편이 방송되었다. 안동의 원주 변씨 간재종택 설 연휴 풍경으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청년들의 상황을 통해 왜 청년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지 알아보았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5일 '인구절벽, 우리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 편을 연출한 황순규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황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결혼과 출산 문제 풀려면 청년들의 현재 삶 봐야"
 
 MBC <PD수첩>의 한 장면

MBC 의 한 장면 ⓒ MBC

 
- 지난 14일 방송된 MBC < PD수첩 > '인구절벽, 우리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 편 연출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인구절벽'이라는 아이템을 취재하며 느낀 점은 '인구절벽'이 너무나 복합적인 문제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조금 과장되게 이야기한다면 백만 가지가 넘는 이유로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고 있었죠. 그래서 한 가지 원인과 문제점을 뾰족하게 지적하고 대안이나 해결책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없다 보니, PD 입장에서는 갑갑하고 아쉬운 마음이 남아있습니다."

- 인구절벽과 출산율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되셨어요?
"제가 <라미란의 빈집살래>라는 빈집 재생 프로그램을 했었잖아요. 당시에 빈집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지방소멸'의 심각성을 직접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많은 PD가 인구절벽, 지방 소멸 등과 같은 아이템은 언젠가 한번 해봐야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와중에 올해 2023년 MBC는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첫 번째 메시지로 인구소멸, 다가온 미래라는 연중 기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PD수첩 >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 문제를 한번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취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 그러면 원래 인구 문제나 지방소멸 문제에 관심이 있었나요?
"사실 인구 문제는 저도 잘 몰랐고요. 지방 소멸 문제 쪽에 관심을 더 가지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애를 낳지 않아서 결혼을 안 해서 나타난 현상 정도로만 알았는데 취재하다 보니까 또 다른 원인이 있더라고요. 저출산이라는 문제도 있지만 지방 청년들의 '수도권 집중'이라는 인구이동 특징이 보이더라고요"

- 우리나라 인구 문제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세 가지 정도 특징이 나타나는 것 같더라고요. 첫 번째는 합계출산율 0.81(2021년 기준)이라는 아주 극단적인 수준의 저출산 문제인데요. 0.81이라는 수치는 OECD 최하위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너무나 빠른 속도의 고령화 문제입니다. 기대수명 연장으로 65세 이상의 고령화 비율이 너무나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어요. 마지막은 수도권으로 젊은 층이 이동하는 '수도권 쏠림' 문제입니다. 전국의 20~30대 절반 이상이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들이 모든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더라고요. 이런 특징들이 서로 맞물려 지금의 인구절벽이라는 결과가 나오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 수도권 인구이동은 예전에도 있지 않았나요?
"예전에도 수도권으로 많은 사람이 몰렸었죠. 그렇지만 예전에는 부산, 광주, 울산 등 산업도시가 있는 인근 대도시로 빠져나가는 비율도 상당했어요. 하지만 최근 4차산업의 발전 등으로 이전과 같이 인근 대도시로 이동하는 청년들의 비율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대신 전국의 청년들의 직접 수도권 이동이 훨씬 더 많아지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어요."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 MBC

 
- 안동의 원주 변씨 간재종택 이야기로 시작하셨잖아요. 구성을 이렇게 시작한 이유가 있을까요?
"여러 사례를 취재했지만, 저는 안동 종갓집 스토리가 어떻게 보면 양쪽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흥미로운 상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부모님 말씀을 들으면 부모님의 걱정과 고민이 충분히 이해되고, 그분들이 바라보는 청년 세대 이야기도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효행으로 이름난 간재 문중의 대가 끊어질까 걱정하는 변성렬 종손의 이야기는 위기감마저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반면 30대 중반의 두 아들은 아직 결혼할 여유와 여건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우리 청년들이 느끼고 있는 고민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 상황이 뚜렷하게 보이는 안동 간재종택 사례를 앞쪽에 배치해서 잘 보여준다면 시청자가 훨씬 더 재미있게 받아들이지 않을까라고 판단했습니다."

- 연극배우 신우진씨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신우진씨 상황이 일반적인 청년들 상황인 거죠?
"그렇죠. 강원도가 고향인 신우진씨는 연극배우, 뮤지컬 배우를 꿈꾸며 10년 전에 서울로 왔습니다. 연극배우라는 직업 자체는 일반적이지 않지만, 신우진씨가 서울로 이주하며 생활하는 환경은 다른 일반적인 지방 출신 청년과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청년들 대부분 주거 비용이 가장 저렴한 관악구에 거주지를 마련하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본인이 원하는 일자리와 커리어를 쌓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신우진씨만의 특별한 상황이라기보다는 지방에서 올라온 청년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모습이었고, 그런 환경 속에서의 치열한 생존경쟁이 결혼과 출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죠."
 
"수도권 밀집과 생존경쟁이 큰 영향"
       
- 현재 수도권에 청년 55%가 있다고 나오던데 수도권 쏠림현상이 저출산과 연관이 있나요?
"한 나라의 절반이 넘는 인구가 전체 면적의 12%인 수도권에 몰려 있고, 청년 또한 55%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건 정상이 아니죠. 그래서 이번 방송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수도권 쏠림' 현상이었어요. 수도권 집중 문제가 청년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 밀도가 높은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이 경쟁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를 청년들의 목소리로 리얼하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지난 정부에서 지역 균형발전하겠다고 했는데 효과가 없나 봐요?
"저는 방향성은 맞다고 생각해요. 수도권 집중을 분산하기 위해서 균형 발전 해야죠. 하지만 균형 발전을 한다며 모든 지역이 똑같이 n 분의 1로 나누면 효과가 없다고 봅니다. 수도권 맞먹을 수 있는, 수도권의 인프라나 일자리와 견줄 만한 지역이 필요한 거죠. 수도권 집중을 해소할 수 있는 연합 거점도시가 두세 군데 더 생긴다면 이 수도권 쏠림현상은 상당히 해소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 결국 이건 일자리 문제 아닌가요?
"맞아요. 너무 중요한 문제죠. 저희가 통계에서도 보여줬지만, 수도권 이주 원인 첫 번째는 일자리입니다. 거창 대성고와 거창여고 전수조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지만 고향이나 지방에 있는 친구들은 관공서, 공기업, 교사, 은행원 등 그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직업이 한정적이었어요. 그렇지만 수도권에 있는 친구들의 직업은 기자, 마케팅, IT 업종, 피부 관리사, 강사, 금융업, 스타트업 종사자 등 너무너무 다양했습니다. 본인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수도권으로 올라올 수밖에 없죠."

- 지방에 거주하는 경우 결혼해서 아이도 낳았지만, 서울 수도권 거주하는 경우 미혼이 많던데?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 수도권으로 올라온 친구들은 밀도가 높은 이 수도권에서 먼저 살아남아야 했어요. 그리고 결혼과 출산 등 재생산의 문제는 후순위로 밀리는 거죠. 저희가 거창대성고, 거창여고 졸업생들을 추적한 결과도 지방에 있는 친구들은 안정된 직업 속에 결혼한 비율이 높았고, 수도권에서 생존경쟁을 하면서 살고 있는 친구들은 상대적으로 결혼과 출산 확률이 낮았어요. '생존과 경쟁이 우선시되면 본인의 후손 재생산 문제는 뒤로 포기하거나 밀릴 수밖에 없다'라는 맬서스 인구론이 이번 조사에서도 명확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 MBC

 
- 경남 거창의 대성고와 거창여고 졸업생들 이야기가 나와요. 지방 다른 곳도 비슷할 것 같은데 거창으로 왜 가셨어요?
"사실 더 심각한 지역은 아마 전북 지역일 거예요. 전북 지역 같은 경우 청년들의 수도권 전출률이 훨씬 더 높거든요. 차라리 저희도 조금 더 극적으로 보여준다면 전북에 있는 학교를 하고 싶었는데 우리 기획 의도를 얘기했을 때 학교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학교 선택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판단이 됐어요. 거창 대성고 같은 곳은 교장선생님께서 또 그 당시 본인이 3학년 담임도 하셔서 이 친구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너무 궁금해하고 계셨고 이런 수도권 집중 문제 지방의 소멸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가지고 계셨어요. 그래서 학교에서 좋은 기획이고 같이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해서 경남 거창 대성고가 됐고요. 또 남고이기 때문에 여고 출신들의 얘기 데이터도 상당히 중요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여고생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어서 거창여고 쪽에도 우리가 이야기해서 도움을 받게 됐죠. 아마 강원, 전북 거의 다 비슷한 결과가 나올 거고요."

- 서울에 인구는 많은데 출산율은 꼴찌라는 게 아이러니인 거 같아요.
"맞습니다. 전국의 절반 이상의 2030 청년들이 서울로 와서 생활하는데 서울 합계출산율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꼴찌입니다. 가임여성 비율로 보면 서울보다 지방이 훨씬 아기를 많이 낳고 있다는 얘기죠. 그 이유는 뭘까요? 앞에서 계속 얘기하고 있지만, 수도권 밀집과 생존경쟁이죠."

- 1980년대에 산아제한 정책을 펼쳤잖아요, 그러나 지금은 반대로 출산장려 정책을 펴고 있죠.
"1970~1980년대 산아제한 정책을 폈고 우리나라처럼 성공을 거둔 나라는 없습니다. 당시에 '1974년, 임신 안 하는 해',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딸 아들 구별 말고 하나만 낳자' 등 포스터, 캠페인 영상 그리고 정관 수술 같은 산아제한 정책이 효과를 발휘했고, 크게 성공했었죠. 이러한 경험이 반대로 '출산장려 정책도 같은 방법으로 하면 될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16년 동안 400조 넘는 저출산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더 심각해졌다는 건, 지금까지 정책은 완전 실패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식의 출산장려 정책이 청년들에게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봐야 되는 거죠."

- 왜 효과가 없을까요?
"'저출산 문제'라고 해서 너무 '저출산'에만 포커스를 맞춘 것 같습니다. 저출산 문제는 '청년의 삶'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어떤 것들을 해결해 줄 때 결혼과 출산을 꿈꿀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저출산 문제의 해결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출산에 집중하고 아기를 낳으면 매달 얼마 지원합니다'라는 사업성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최하로 떨어진 출산율에서 이미 답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출산 문제 해결은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너무 복합적인 결과인 저출산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저출산 문제를 저출산으로 풀 수 없다'라는 겁니다. 말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저출산 문제는 청년 문제로 풀어야 돼요. 청년들의 생애 주기로 볼 때 어떤 어려움들이 있는지, 어떤 걸림돌이 있는지 보고 그 문제점을 해결해 주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저출산을 풀 수 있는 해결책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안타까움입니다. 우리 젊은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가지고 서울이라는 곳에 왔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존 경쟁하고, 그 속에서 사랑, 연애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저 또한 기성세대로서 미안함, 죄송함이 느껴졌고요. 이제는 정말 시간이 없어요. 기성세대가 어떤 것을 포기해서 우리 청년들한테 넘겨줄 것인지 이제는 판단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전북의소리'에도 중복게재 합니다.
황순규 PD수첩 인구절벽 지역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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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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