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첫 공개된 티빙 '웹툰싱어'의 한 장면

지난 17일 첫 공개된 티빙 '웹툰싱어'의 한 장면 ⓒ 티빙

 
드라마, 영화 위주 텐츠가 중심이던 OTT에서 점차 예능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피지컬:100> <솔로지옥2>(이상 넷플릭스), <만찢남> <두발로 티켓팅>(이상 티빙)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지난해말부터 최근까지 좋은 반응 속에 구독자들의 재생 버튼 클릭을 유도하고 있다.  

​한동안 연애 예능에 치중된 분위기가 있었지만 여행, 스포츠, 버라이어티 등 점차 다채로운 소재로 기존 지상파와 케이블 예능 못잖은 흥미와 재미를 유발시킨다. 그런데 유독 이 장르 만큼은 OTT에서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웠다. 바로 음악 예능이다. 지난해 10월 넷플릭스가 <테이크원>을 방영하긴 했지만 예능보단 전문 음악 프로그램에 가까웠던 데다 큰 주목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지난 17일 첫 공개된 티빙의 <웹툰싱어>는 음악 예능 불모지 OTT 시장에 야심차게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방식인 경연 예능과 모바일 콘텐츠로 인기몰이 중인 웹툰을 결합시킨 프로그램임을 강고하는 <웹툰싱어>는 구독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2개의 웹툰이 음악 대결을 펼친다?
 
 지난 17일 첫 공개된 티빙 '웹툰싱어'의 한 장면

지난 17일 첫 공개된 티빙 '웹툰싱어'의 한 장면 ⓒ 티빙

 
매주 금요일 오후에 공개되는 <웹툰싱어>의 구성은 비교적 익숙하고 단순하다. 2개의 웹툰 작품에 따라 두 팀으로 나눠진 출연 가수들은 각각 작품의 테마를 담은 무대 하나와 핵심 장면을 표현한 무대 등 총 2라운드 구성으로 대결을 펼친다. 2팀씩 총 4팀의 가수들은 각각 웹툰의 분위기에 걸맞는 편곡 및 비주얼 구성으로 심혈을 기울인 퍼포먼스를 선사하고 이를 지켜본 청충 평가단의 투표에 따라 승리팀을 정하게 된다.

​첫회의 주인공은 동명의 OTT 드라마 시리즈로도 제작되어 인기를 모은 <지금 우리 학교는>(주동근 작가), <바른연애길라잡이>(남수 작가) 등 웹툰 팬들에겐 친숙한 작품이었다. 두 작품의 이미지를 음악으로 표현해줄 아티스트로는 그룹 AB6IX, 오마이걸 효정 vs. 록밴드 소란, 효린이 선택되었다.  

​지난해 발표된 자작곡 '공명'을 들고 무대에 오른 AB6IX는 좀비물이라는 특색에 맞춰 피로 물들인 의상과 더불어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가상의 좀비들로 화면을 가득 채운 시각효과로 볼거리를 마련해줬다. 이에 맞선 소란은 젊은이들의 연애담을 담은 웹툰 소재에 맞춰 걸그룹 뉴진스의 데뷔곡 'Attention'을 경쾌한 리듬의 록버전으로 재해석해 귀를 즐겁게 만들어 준다. 

AB6IX, 소란, 효린, 효정의 빼어난 경연
 
 지난 17일 첫 공개된 티빙 '웹툰싱어'의 한 장면

지난 17일 첫 공개된 티빙 '웹툰싱어'의 한 장면 ⓒ 티빙

 
두 번째 라운드는 솔로곡 무대의 경합으로 꾸며졌다. <바른연애길라잡이>를 위해 올라온 효린은 'Ohayo My Night'을 원곡 뮤지션 디핵과 함께 꾸며 관객들을 사로 잡는가 하면 <지금 우리학교는>의 테마를 그려낸 효정은 아이유의 데뷔곡 '미아'를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재해석해 애절한 느낌을 극대화시켰다.  

모든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의 투표로 승리팀을 결정하게 되었고 결과는 <바른연애길라잡이>의 완승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대적으로 대중들에게 친숙한 최근 인기곡을 편곡한 선곡의 승리가 아니었나 생각되었다. 성황리에 1회를 마친 <웹툰싱어>의 두 번째 편은<윈드브레이커>(조용석 작가) vs. <닥터프로스트>(이종범 작가)의 대결로 꾸며질 예정이다. 

​일반적인 예능 프로그램들이 보통 1시간 30분~2시간 분량으로 주 1회분을 채우는 데 반해 <웹툰싱어>는 이보다 짧은 60분이라는 제법 함축된 구성으로 내용을 꾸몄다. 총 4팀의 경합, 작품에 대한 작가의 설명, MC와 패널 그리고 출연가수들의 토크 등 꼭 필요한 요소 위주로 진행하다보니 기존 TV 속 음악 예능 보단 빠른 속도의 전개가 첫회부터 <웹툰싱어>만의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해당 작품 팬들에겐 반가운 선물... 웹툰과 거리감 있는 시청자라면?
 
 지난 17일 첫 공개된 티빙 '웹툰싱어'의 한 장면

지난 17일 첫 공개된 티빙 '웹툰싱어'의 한 장면 ⓒ 티빙

 
일단 <웹툰싱어> 첫회는 해당 작품의 팬들이라면 반가움이 먼저 다가왔을 것이다. 좀처럼 방송, 미디어 등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원작 만화의 작가들을 이 프로그램에서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남수 작가만 하더라도 이번이 첫 방송 출연이라고 소개할 만큼 작품은 유명하지만 베일에 가려진 존재이기도 했다. 각 작품에 대한 각 5분여 남짓한 하이라이트 영상 및 원작자의 목소리를 통해 웹툰에 얽힌 이야기들을 짧게나마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되었다.

음악 예능이라는 성격에 맞춘 검증된 실력파 뮤지션들의 귀호강 무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 프로그램의 자랑거리이다. 진일보된 기술을 적극 활용한 AB6IX, 요즘 대중들의 기호를 적절히 배합한 소란 등의 공연은 기존 음악 예능에 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큼 볼거리, 들을거리를 동시에 선사해준다.  

반면 다른 시각으로 <웹툰싱어>를 바라본다면 "글쎄?"라는 의문을 남길 수도 있는 음악 예능이기도 했다. 두 작품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는 영상물이 10분 이상 소개되다 보니 반대로 음악으로 채울 수 있는 분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작품을 잘 알고 있는 시청자 입장에선 "굳이?"라는 생각이 들 법한 대목이기도 하다. 또한 웹툰이라는 배경 요소를 잠시 가리고 접근한다면 "기존 곡을 편곡해 부르는 음악 경연 예능"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일반 방송과 달리 OTT는 손가락을 사용해 빠른 속도 재생 또는 뒷 장면으로 곧바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성격 급한 시청자라면 그냥 가수들의 가창 장면만 골라서 볼 수 있다. 그럴 경우 <웹툰싱어>가 의도한 주제, 내용 전달이 전혀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OTT이기에 가능한 웹툰과 음악 예능의 결합이라는 장점은 자칫 이 프로그램의 단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신선함 vs. 익숙함을 어떻게 균형있게 배합할 수 있을지 여부는 향후 <웹툰싱어>의 시즌제 정착 또는 단발성 제작을 결정지을 중요한 요소가 될 법하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웹툰싱어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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