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남대문 시장을 만들겠다며 2000년 3월 네오스포 상가가 문을 열었다. 당시 번화가였던 서면에 문을 연 네오스포는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1264개의 상가가 평당 800만~1700만 원대로 분양됐다. 하지만 네오스포는 개장한 지 3년도 안 돼 단전으로 영업을 못 하고 문이 닫혔고 그 후 21년이 흘렀다. 대체 네오스포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지난 7일 MBC < PD수첩 >에서는 '21년째 유령 상가의 비밀, 부산 네오스포 상가 이야기' 편이 방송되었다. 단전된 후 21년 만에 상가 소유주들이 네오스포를 찾은 모습으로 시작한 이날 발송에서는 단전 예고통지에서 실제 단전까지 10일 밖에 안 걸린 미스테리와 함께 시행사와 시공사의 갈등들을 담았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8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21년째 유령 상가의 비밀, 부산 네오스포 상가 이야기' 편을 연출한 조윤미 PD를 만났다. 다음은 조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20여 년의 울분, 한 시간 안에 못 담아"
 
 MBC <PD수첩>의 한 장면

MBC 의 한 장면 ⓒ MBC

 
- 지난 7일 방송된 MBC < PD수첩 > '21년째 유령 상가의 비밀, 부산 네오스포 상가 이야기' 편 연출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다른 방송 때보다 마음이 많이 무거웠습니다.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쌓여왔던 기막힌 일들과 그 사이에 쌓였던 울분들을 어떻게 한 시간 안에 담겠습니까. 취재를 잘하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고, 그만큼 부담도 컸습니다. 이번 방송이 끝이 아니라 더 많은 제보가 들어오기를 바랍니다."

- 네오스포 상가에 대한 문제는 어떻게 취재하게 되셨어요?
"회사에 제보하셨습니다. 20년 넘게 장사를 못 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것도 부산 서면에서요. 굉장히 궁금하기도 했던 차에 저 말고 다른 PD가 제보자를 만났었어요. 커피숍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상가에 올라가 봤는데 너무 충격받고 왔더라고요. 거기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몇 장 찍어왔는데 저도 그걸 보고 너무 놀랐습니다."

- PD님은 현장 가보니 어땠나요? 사진으로 보는 거와 다를 거 아니에요.
"일단 캄캄해서 너무 무서웠고요. 이 넓은 공간이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방치되어 왔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벽에 '손대지 마'라고 빨간색으로 글자 쓴 거 보고 처음에 섬뜩한 생각이 들긴 했는데요. 이 공간을 몇천만 원 주고 사셨다가 이 지경이 됐으니 너무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부산 서면은 번화가 아닌가요?
"번화가라고 들었습니다. 한때는 서면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해운대 쪽이나 광안리 이런 쪽으로 조금 더 유동 인구가 많고 관광객들도 많이 가니까 완전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에요. 그렇지만 분명히 부산시 안에 상권이 활성화되면 충분히 많은 사람이 올 수 있을 만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 단전한 뒤에도 중간중간 영업도 한 거 같던데.
"저도 그게 너무 의문스러웠거든요. 상가의 경우 분양이 47%, 미분양이 53%였는데요. 이 미분양분에 대해서는 2003년에 677개, 2004년도에 583개를 시행사에서 한꺼번에 매각합니다. 이렇게 통매각한 상가가 1층과 4층에 많았는데요. 이때 들어왔던 업체에서 전기를 부분적으로 연결해 영업해오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한전에서는 고객 번호를 달리 부여해서 전기를 들어오게 해준 거라고 들었습니다."

- 단전으로 상가가 문을 닫은 거죠, 제 생각엔 그대로 있어야 할 거 같은데 3층은 폐기물이 쌓여있고 지하 1층은 허허벌판이잖아요. 누가 들어가서 건들인 건데.
"일단 3층 폐기물 중엔 4층에서 사용하던 폐기물들로 보이는 게 많았어요. 환기시설이라든지 오수 처리시설, 에어컨 실외기까지 3층에 설치해뒀던데,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천장도 많이 뜯겨 있는 걸 보면 구분 소유주들의 허락을 받지 않고 무언가를 유치하려고 했던 흔적 같아 보입니다. 소유주들이 모르는 사이에 마음대로 이용되고 있는 게 너무 황당하기는 한데, 이번 방송에서는 단전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게 조금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점유자가 이 공간을 얼마나 내 마음대로 써왔느냐 이 부분은 방송에 많이 담지는 못했습니다."

- 네오스포는 주상복합이잖아요. 지금 아파트엔 사람이 사는 거죠?
"아파트에 당연히 사람이 살고 있고요. 782세대인데 이 아파트는 살기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공실이 거의 없고요. 높아서 뷰가 좋을거 같기는 해요."

- 입구가 다른가요?
"상가 들어가는 입구, 아파트 들어가는 입구가 다릅니다. 아파트 주민분들이 방송 보시면 놀라셨을 것 같아요. 자기 아파트 바로 밑이 이렇게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20년째 있었다고 생각하면 많이 심란하실 것 같아요."

- 단전 예고부터 단전까지 10일밖에 안 걸렸는데 미스테리해요.
"이 사건의 가장 큰 문제가 여기에 있었다고 봅니다. 그렇게 빨리 단전됐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단전을 유예하거나 해결하려는 최소한의 의지가 있었다면 이렇게 열흘 만에 단전이 단행되지 않았을 거예요. 당시에 한전과 네오스포 관리법인이 협의했는데 당시 관리법인에서는 '납부 능력 없음'을 밝혔고 이에 따라 단전이 이루어진 거죠."

- 구분 상가 소유자들은 아예 단전을 몰랐던 건가요?
"가장 원통한 점이 그 점입니다. 상가 소유주분들이 공통으로 말씀하시는 부분이 단전될 줄 몰랐다는 겁니다. 상가에 당장 불이 났는데 '불이야'라고 외치지를 않은 거예요. 단전을 막으려는 의지가 있었다면 당시 관리재단은 '관리비가 미납돼서 전기세가 미납됐습니다. 언제까지 얼마의 금액을 내지 못하면 전기 나갑니다. 여러분 큰일 났습니다. 관리비 안 내신 분들 빨리빨리 내세요'라고 하면서 독촉했어야 돼요. 그런데 그 중요한 걸 안 한 거죠. 독촉장을 받으신 분들이 없으세요.

가장 안타까운 게 네오스포 상가가 2600개가 넘거든요. 한 점포당 6만 7천 원 정도만 걷었다면 일단 단전은 막을 수 있었어요. 구분상가 소유주분들이 얘기하세요. 다들 이 점포를 하려고 퇴직금 쏟아붓고 대출받고 그렇게 해서 몇천만 원 들여 상가를 분양받았는데, 그 상가가 문을 닫는다는데 6만 원, 7만 원 안 낼 사람이 어딨겠냐고요. 근데 그걸 알리지도 않고 그냥 전기를 끊어 버린 거예요."

"기업이 사회적 책임 다 해 해결해야"
 
  MBC <PD수첩> 조윤미 PD

MBC 조윤미 PD ⓒ 조윤미 제공

 
- 당시 상가 관리법인은 왜 그런 결정을 한 건가요?
"상가 관리법인이 독단적으로 그런 결정을 하기는 어려웠을 거예요. 상가 관리법인은 말 그대로 상가 소유주에게 계약된 사람, 고용된 사람들이거든요. 그 사람들이 상가 소유주의 뜻과는 별개로 독단적으로 그런 결정을 했다? 이건 말이 안 되고요, 당시 상가 소유주는 미분양분 53%를 가지고 있었던 시행사(한일합섬과 대림산업)의 허락없이 절대 단전을 협의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법률 전문가분들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소유주분들이 지금까지 대림(현 DL이앤씨) 사옥 앞에 가서 시위하는 이유입니다."

- 시행사들은 왜 그랬을까요?
"DL이앤씨에 단전을 왜 막지 못 했냐고 문의하니, 그동안 시행사로서 할 만큼 해왔다고 전해왔습니다. 상가 소유주들이 그동안 미납한 관리비가 41억이나 됐고, 이로인해 관리법인의 운영이 어려워져 17억 원이나 지원했다고 합니다. 또한 개발비 횡령으로 뒤숭숭할 때는 상가 활성화비 30억 원을 별도로 지원하는 등 시행사로서 아낌없이 지원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묻고 싶은 건, 그동안 잘 지원해 오다가 정작 단전이 될 때는 왜 아무 지원도 하지 않았느냐 하는 점입니다. 당시 시설관리업체가 관리비 미납으로 시행사 쪽에 가압류를 걸어서 9, 10, 11월 본인들 몫의 관리비를 못 냈다는 답변을 듣기는 했는데요, 확인해 보니 가압류 금액은 3억 대였고, 가압류를 해결해주고 본인들 몫의 관리비를 지불하면 되는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단전이 됐었어도 이걸 왜 빨리 해소하지 못했을까 하는 점입니다. 당시 네오스포 상가는 47%만 분양이 됐고, 53%는 미분양이었는데, 이 미분양분에 대해서는 시행사가 관리비를 내게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DL이앤씨는 본인들 관리비를 단전 이후부터는 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때 본인들 몫의 관리비라도 냈으면 한전과의 협상을 통해 다시 전기가 들어오게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상가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려고 이런 결정을 했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상가가 생각보다 활성화되지 못하다 보니 수분양자들의 관리비 체납은 계속 늘어나지, 시행사로서 지원은 계속해줘야 하지, 자신들이 직접 내야 하는 공실에 대한 관리비도 눈덩이처럼 늘어나지 (2년 8개월간 47억 6000만 원 지급했음) 상가가 계속 운영되어 봐야 자신들이 내야 할 공실 관리비와 상가 지원비만 늘어나겠다고 판단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최소한의 도리는 해야 되는 거 아닐까요? 꼬박꼬박 관리비를 내신 분들은 무슨 날벼락입니까? 대기업이 책임 분양한다고 해서 그 말을 믿고 분양받으신 분들이 있는데, 1264개의 점포가 불이 꺼져서 장사를 못 하게 되는 상황만큼은 막아야 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상가 활성화가 어렵다고 자기들이 지레 포기할 것이 아니라 독촉장을 보냈어야죠. 독촉 전화도 했어야죠. 소유주 총회도 열었어야죠. 이런 기본적인 절차를 모두 무시한 채 열흘 만에 단전에 합의한 건, 소유주들의 재산권을 철저히 짓밟는 행동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 시행사와 시공사가 갈등 있었죠?
"지금도 계속 대림(현 DL이앤씨)이 하는 얘기는 시행사가 부도가 나서 본인들이 어쩔 수 없이 시행사의 역할을 떠 맡을 수밖에 없었다고 얘기하는데요. 본인들이 계획했던 사업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왜냐하면 이 상가는 원래 전자상가로 기획했었는데 시공사가 들어오면서 의류 도매로 업종이 바뀌어요. 이 과정에서 남종훈 회장과 갈등도 있었고요.

도급계약서 이외에 두 번의 별도 계약서를 보면 공사만 하고 빠지겠다는 게 아니라 분양권을 가져가고 사업권을 가져가요. 사업의 주체로 당당하게 올라가거든요. 심지어 시행사 명의를 가져가기 위해 남종훈 대표 몰래 계약서를 만들었다가 법원에서 들통나기까지 했어요. 본인들은 시공만 하려고 했었다? 사업 실패의 책임을 떠넘기는 말이죠."

- 분양 당시 구분 소유자들은 대림(현 DL이앤씨)에 개발비를 평당 100만 원씩 냈다고 나와요. 75억 정도인데 이 돈이 사라진 건가요?
"그 돈을 어떻게 썼는지를 지금은 아무도 몰라요. 1평당 100만 원씩, 상가 소유주들은 분양대금 이외에 600만 원에서 1200만 원 정도를 별도로 내셨어요. 그 금액은 75억 원 정도로 추정이 됩니다. 그런데 그 비용이 어떻게 쓰였는지 지금껏 모른다는 게 문제죠. 대림(현 DL이앤씨)에서는 그 비용을 관리법인이 생길 때 다 넘겨서 우리는 사용 내역을 모른다고 얘기하거든요. 근데 저도 방송 마지막쯤에 알았는데 이게 이상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상가 활성화를 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돈을 걷어놓고 그걸 다른 사람한테 그냥 넘긴다? 여러모로 이상한 상황이긴 합니다."

- 피해자들 만나보셨는데 뭐라고 하나요?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말씀 많이 하셨어요. 본인들은 대림(현 DL이앤씨)이라는 대기업을 믿고 당시 아파트 한 채 값을 그 상가에 쏟아부었는데 장사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어느 날 갑자기 단전된 게 너무 억울하다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좀 더 파헤쳐달라고 하셨습니다. 단전 과정에서 일어난 관리법인의 문제점은 분명하긴 하지만,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의 또다른 계획이 있었는지 여부는 제가 알아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이런 구분 상가에 들어오시는 분 대부분이 영세하신 분들이에요. 그분들은 당시 대림(현 DL이앤씨)과 한일합섬의 장밋빛 분양 광고를 믿고 상가를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겨우 2년 8개월 만에 단전으로 문을 닫았어요. 긴 시간도 아니고 2년 8개월 만에요. 여기에 사업주는 책임이 없는 걸까요? 단전 예고를 알리지 않았던 책임은 어디로 간 건가요?

네오스포의 정상화는 당시에 사업을 기획하고, 분양했던 대림(현 DL이앤씨)이 통 크게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20년 전 일이잖아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네오스포 상가 구분 소유주분들이 시간이 오래 지나다 보니 연락처 확보가 어려워 정상화 작업을 하시기 어렵다고 하시더라고요. 상가 소유주분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그 말씀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네오스포 상가 배상 추진위원회 010-2830-6303/ 010-5076-0850/ 010-2982-9633)
덧붙이는 글 '전북의소리'에 중복게재 합니다.
조윤미 PD수첩 부산 네오스포 상가 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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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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