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경록절을 위해 200만 cc의 수제 맥주가 준비되었다.
이현파
8일 개막식 당일, 공연장 무신사 개러지(구 왓챠홀)에 입장하는 관객들을 가장 앞에서 맞이한 이도 한경록이었다. 그는 만나는 모든 관객에게 웃으며 '로큰롤'을 외쳤고, 사진 촬영에 흔쾌히 응했다. 관객들에게 "와 주셔서 감사하다. 안전하게 놀고 가시라"며 허리를 숙였다.
울산의 화수 브루어리, 경북 안동의 안동맥주, 강원도 속초의 크래프트 루트 등 다양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수제 맥주 양조장들이 200만 cc의 맥주를 지원했다. 끊임없이 맥주가 쏟아졌고, 누구든 원하는 만큼의 수제 맥주를 마실 수 있었다. ('한경록이 쏜' 이 방대한 맥주는 이날 밤 거의 모두 소진되었다고 한다.)
개막식에는 장르와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뮤지션이 출연했다. 가장 인상적인 공연은 단연 대중음악의 거장 김수철이었다. 그는 1980년대의 최정상 가수였던 동시에, 록과 국악의 접합을 끊임없이 시도해온 음악 연구가다. 경록절에서도 그의 솜씨는 빛을 발했다. '일곱 빛깔 무지개', '모두 다 사랑하리'에서 들려주는 기타 솔로는 전율 그 자체였다. 김수철을 생소하게 느끼는 젊은 관객들도 예순여섯 명인의 포효하는 기타에 함성을 보냈다. 무대에 난입한 크라잉넛의 멤버들과 함께 춤을 추며 부른 '젊은 그대'는 모든 관객을 하나로 묶은 명장면이다.
록밴드 썬바이저스는 하드록의 전설 AC/DC의 커버 무대를 준비했다. 브라이언 존슨의 헌팅캡과 쇳소리, 앵거스 영의 반바지 패션과 독특한 스텝까지 모두 재현한 정성이 놀라웠다. 공연을 함께 보던 지인과 함께 '우리가 지금 AC/DC의 내한 공연을 무료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며 웃음을 터뜨렸다.
한경록에게 큰 위로를 선사했다는 싱어송라이터 정우, 배치기의 래퍼 탁, 미국의 인디 싱어송라이터인 소피아 밀스의 공연도 인상적이었다. 멜로망스는 경록절을 위해 기존의 발라드 히트곡을 록 스타일로 편곡하는 센스를 보여주었다. 다른 공연장에서는 좀처럼 외칠 일이 없는 '로큰롤'을 외치기도 했다. 자정을 넘어 공연을 마친 갤럭시 익스프레스까지,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번갈아 가며 무대에 올랐다. 한경록은 공연마다 옆에서 환한 표정으로 동료 인디 뮤지션들의 공연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축제의 주최자이자 아티스트이며, 가장 충성도 높은 한국 인디의 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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