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김성근 감독

8일 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김성근 감독 ⓒ tvN


'감독 김성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근엄하고, 훈련을 많이 시키는 지도자'다. 이승엽 감독(현 두산 베어스)에 이어 JTBC <최강야구>에서 '최강 몬스터즈'의 지휘봉을 잡게 된 이후에도 선수들에게 많은 훈련량을 주문했다.

그를 따라다녔던 별명은 '야신(야구의 신)'이다. 프로 팀 감독으로 활동한 20년 넘는 기간 동안 무려 1384승을 기록했고, 세 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2007~2008년, 2010년)을 경험했다. OB 베어스, 태평양 돌핀스, 삼성 라이온즈, 쌍방울 레이더스, LG 트윈스, SK 와이번스, 한화 트윈스까지 무려 7개 구단을 거쳤다.

누군가는 김성근 감독의 야구에 대해서 '너무 승부에 집착하는 야구'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감독이라는 자리에 앉게 된 이상 늘 사명감을 가져야 했다. 8일 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김 감독은 고독했던 그 시절의 기억을 소환했다.
 
리더는 비정해야 하는 존재
 
 8일 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김성근 감독

8일 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김성근 감독 ⓒ tvN

 
김성근 감독이 생각하는 감독의 목적은 (경기에서) 이겨서 선수에게 돈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기면 보너스(인센티브)와 연봉이 올라가고 선수들의 가족도 행복한데 이를 위해서 감독은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었다. 존경받는 리더가 아닌, 신뢰받는 리더가 되고 싶었다.

매일같이 특타, 펑고 훈련을 시키는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 중에 선수를 야단 친 적이 없다. (야단 치면) 사람을 하나 버리고 들어가는 것이고, 큰 마이너스다. 실수한 부분이 있으면 선수를 혼내는 것보다 연습을 시켜서 오늘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이 선수가 집에 가도 편해진다. 실수한 상태로 가면 이튿날까지 나도, 선수도 답답하다"고 이야기했다.

몸이 안 좋아도 아프다고 할 수 없었다. 그는 "암 수술을 세 번 했는데, 모르는 사람이 많다. 나가면 안 되는 상황이었는데, 다음 달부터 연습장을 나갔다. 기저귀를 찬 상태로 선수들에게 연습을 시키니까 피가 샜다. 숙소까지 걸어가는데 나중에는 무거워서 못 걷겠더라. 생과 사를 걸어서 해야 한다. 내가 편해지려고 하면 절대 리더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내 밑에 선수가 100명 있고, 그 선수들의 가족이 500~1000명 이상 있다. 그걸 지켜야 하는 사람은 나다. 선수의 부모도 나에게 자식을 맡긴 거고, 나는 그만한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자녀들의 입학식, 졸업식을 가 본 적이 없다. 그 시간에 야구장에 있었다."

SK 시절부터 한화, <최강야구>까지 김 감독과 10년 정도를 같이 보낸 정근우는 "감독님을 거쳐간 선수들은 다 알 것이다. 아버지, 할아버지 같은 감독님이고 김성근 감독님이 안 계셨으면 정근우는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씀드린다. 1.5군, 2군에 있는 선수들까지 직접 가서 알려주시고 이들에게 1군 기회에 뛸 수 있는 기회까지 주신다. 진정한 리더다"고 밝혔다.
 
12년 만에 재회한 '핫초코 소년' 목지훈
 
 8일 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김성근 감독과 12년 만에 만난 NC 투수 목지훈

8일 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김성근 감독과 12년 만에 만난 NC 투수 목지훈 ⓒ tvN

 
이날 방송에는 김성근 감독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인물도 출연했다. 그가 SK에서 경질된 이후 출연했던 핫초코 음료 광고로, 어린 소년과 등장한 김 감독이 '야구하고 싶다'는 말로 화제가 됐다. 김 감독은 촬영 당시 "아이는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몰랐다. 촬영 끝나고 좀 움직여서 뛰어보라고 했더니 애가 빠르더라. '너 야구하면 되겠다'고 말했고, (그 친구가) 야구를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9월에 개최된 2023 KBO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 목지훈(NC 다이노스)이 그 주인공이다. 신일고를 졸업한 목지훈은 시속 140km 후반대의 패스트볼을 던지면서 제구력도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KBO리그 입성의 꿈을 이루게 됐다.

그리고 그토록 원했던 김성근 감독과의 재회도 이뤄졌다. 2011년 이후 12년 만이다. '프로 선수'가 된 목지훈을 마주한 김 감독은 "오랜만이야, 많이 컸다. 축하한다"며 꽃다발을 건넸다. 목지훈은 12년 전의 상황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광고 콘티 중에 제가 스윙하고 달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그걸 보시고 '저 친구 뛰는 폼이 돼 있는데 야구를 시키면 될 것 같다'고 해서 그 한마디로 야구를 전문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감독님을 만나뵙고 싶었는데, 너무 큰 분이라 찾아뵐 수 없었다. '프로를 가야 만날 수 있겠구나' 해서 열심히 운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긴 시간 동안 구종, 투구폼에 대한 지도를 받은 목지훈은 김 감독과 12년 만에 광고를 재현하기도 했다. 목지훈은 "프로 와서 감독님이 돼 주시는 것도 꿈이었지만, 오늘 해주신 말을 잘 새겨듣고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 나중에 1군 올라가서 (자신이 등판)하는 첫 경기에 꼭 (감독님을) 초대해 드리고 싶다"고 목표를 세웠다.

소년의 인생을 바꿔놓는 김성근 감독은 '다시 태어나도 야구를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다시'라기보다 야구 인생을 연장하고 싶다. 100점 만점에 70점도 되지 않는다. 더 새롭게 야구도 변하고 있고, 거기에 대처하려면 한계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다양한 평가가 공존하는 지도자이지만, 팬들은 그를 가장 '열정적'이었던 지도자로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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