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소희스틸컷
트윈플러스파트너스(주)
그 밝던 아이는 왜 스스로를 죽였을까
<다음 소희>는 2017년 발생한 홍수연 양의 실화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마이스터고 졸업반 학생인 소희(김시은 분)가 한국통신 산하 업체 콜센터로 파견을 나가 겪는 일련의 이야기가 우리 시대 현장실습 고등학생이 놓인 현실을 적나라하게 내보인다. 아니, 기댈 곳 없는 최하층 노동자를 착취하는 이 거대한 체제의 현실을 내보인다는 게 더 적확한 설명일 테다.
영화는 크게 전반과 후반, 둘로 나뉜다. 전반은 소희가 예고된 죽음으로 향하는 이야기이며, 후반은 오유진(배두나 분) 형사가 그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이다.
소희와 유진 모두 그들이 맞이할 운명을 알지 못한다. 관객은 영화 속 그들의 뒤를 따라 그들이 마주하는 사건들을, 또 그들이 느끼게 될 감정을 하나씩 밟아나간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이여, 당신 곁에서 소외되고 죽어가는 이들의 삶을 보라! 바로 그 쌓이고 쌓여 침몰하게 하는 감정들이 이 영화의 핵심 승부수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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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알아야만 하는, 그러나 알지 못하는
모두 아는 이야기다. 마이스터 고등학교 학생들의 현장실습과 그곳에서 마주하는 부조리한 노동, 그로부터 겪게 되는 위험이며 고통들을 우리 모두는 정확히는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는 것이다. 제게 주어진 통상의 일처리를 넘어 사안을 깊게 파고들고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는 수사가 쉽지 않다는 것 역시 모두가 안다. 그러나 오 형사는 그 모든 역경과 기꺼이 마주하려 하고 적어도 영화의 결말까지는 전진을 거듭하는 것이다.
그로부터 관객은 제가 알고 있다고 믿었으나 정말 알고 있지는 못했던 진실을 발견할 밖에 없다. 우리 중 누군가는 소희이며, 우리는 그녀의 고통을 외면해 왔다는 사실,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쉽게 유진처럼 하지 못하며, 어쩌다 그녀와 같은 이를 보아도 힘을 싣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다음 소희>는 새롭지 않으나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를 전한다. 한국에서 이 영화가 이제야 나왔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기도 하므로, 우리는 이 영화로부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나가야만 한다는 의지를 다질 수도 있을 것이다. 최소한 '다음 소희'의 죽음을 막아야만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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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