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관련 이미지.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관련 이미지. ⓒ (주)26컴퍼니


이 영화 시작부터 권태기에 처한 커플이 나온다. 대학 캠퍼스 커플이었던 두 남녀는 서로에게 지친 듯 모난 말을 쏟아내기 일쑤고. 그렇게 상대를 보는 눈빛엔 애정보단 측은함이 깃들어 있기도 하다.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라는 제목에서 어느 정도 알 수 있듯 두 남녀는 만남의 끝을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상태에서 출발한다. 영화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준호(이동휘)와 그런 연인을 지원하기 위해 미술가의 꿈도 포기한 채 직업전선에 뛰어든 아영(정은채)의 시선을 오가며 진행된다.
 
장르적으론 로맨스를 표방하는데 뭔가 묘하다. 주인공의 감정이 서로를 알아가며 설레는 순행이 아닌 이미 지쳐서 이별한 상황을 바라보는 역행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세상 우울하거나 자기 연민에 빠져있진 않다. 분명 심각하고 힘든 상황임에도 두 사람 주변과 두 사람에게 벌어지는 일은 웃음이 터질 정도로 엉뚱하다.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관련 이미지.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관련 이미지. ⓒ (주)26컴퍼니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관련 이미지.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관련 이미지. ⓒ (주)26컴퍼니


이것이 아마도 인생의 한 부분 아닐까. 이별을 택한 두 사람은 자신을 좋아해주는 또다른 상대를 만나거나 스쳐지나간다. 그러다 문득 전 연인에게 빌려준 물건을 빌미로 잠시간 재회한다. 잡아먹을 정도로 서로를 겨누던 감정의 날은 무뎌져 있다. 이별 이후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두 사람 또한 많이 성장했음을 이런 장면으로 암시한다.
 
단편 <병구> <증발> <바겐 세일 킬러> 등으로 재기발랄한 유머와 상황의 역설을 포착해온 형슬우 감독은 이번 영화로 장편 연출에 도전장을 내게 됐다. 100여 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 담긴 이별한 남녀의 모습이 처연한 게 아니라 사랑스럽다. 그래서 응원하고 싶어진다. 요즘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은 어쩌면 만남 그 자체가 아니라 만남 이후 자신을 바라보고 반성하는 태도 아닐까.
 
우린 그 이별 이후 얼마나 성장했고, 나은 사람이 되었을까. 영화 속 배우 이동휘와 정은채, 정다은, 강길우의 여러 엉뚱한 모습에 웃다가도 극장을 나오고 나면 생각할 거리가 많아질 법하다.
 
한줄평: 지금 이 시기에 딱 필요한 소소한 로맨스물
평점: ★★★☆(3.5/5)

 
영화 <어쩌면 우린 이별했는지 모른다> 관련 정보
각본 및 감독: 형슬우
출연: 이동휘, 정은채, 강길우, 정다은
제작: ㈜26컴퍼니
배급: ㈜영화특별시SMC
러닝타임: 103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3년 2월 8일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이동휘 정은채 강길우 정다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