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포스터 ⓒ Netflix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등 OTT 콘텐츠업계에 최근 '파트 나누기' 열풍이 불고 있다.  

올해 상반기 최고의 히트작으로 꼽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가 대표적이다. 과거 학교폭력에 시달렸던 피해자가 가해자 딸의 선생님이 되어 복수를 시작한다는 내용의 <더 글로리>는 지난해 12월 30일 파트1을 공개한 이후 비영어권 스트리밍 차트 1위를 기록하며 국내·외에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드라마 속 대사가 광고나 유튜브 등에서 널리 활용될 정도로 '신드롬'을 일으켰지만 아직 드라마에서 복수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파트2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총 8회로 구성된 파트1은 학교폭력 가해자 박연진(임지연 분)의 남편 하도영(정성일 분)이 아내의 실체를 알게 되는 장면으로 마무리되었다. 오는 3월 10일 파트2 공개를 예고한 <더 글로리>에 기다리기 힘들다는 시청자들의 아우성이 쏟아지고 있다. SNS, 커뮤니티 등지에는 "파트2가 공개될 때까지 <더 글로리> 파트1을 시작하지 마라"고 충고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카지노>도 시즌을 나누는 전략을 택했다. 지난 1월 25일까지 공개된 시즌1에서는 주인공 차무식(최민식 분)이 필리핀에서 카지노의 왕에 오르기까지 일대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됐다. 오는 15일부터 공개되는 시즌2에서는 본격적으로 차무식을 잡기 위한 형사 오승훈(손석구 분)의 고군분투가 이어질 예정이라고.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아일랜드>도 지난해 12월 30일과 오는 24일로 파트를 나누어 6부작씩 공개하고 있으며, 지난 1월 27일 공개된 쿠팡플레이 신작 <미끼> 역시 총 6부작의 파트1을 2회씩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이후 상반기 내 파트2를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OTT들이 한 작품을 '파트 나누기' 방식으로 나누어 공개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용자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오징어 게임> 등 앞서 OTT에서 인기를 끌었던 콘텐츠들의 경우, 이용자는 작품의 공개 날짜에 맞춰 한 달 치 구독료만 내면 전 편을 모두 감상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텔레비전 방송이나 극장 관람에서 OTT 콘텐츠로 영상 소비 트렌드가 완전히 바뀌어 버린 지금,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한 번에 모든 회차를 연이어 감상하는 '몰아보기'에 익숙하다. 

그러나 구독료가 주 수입원인 OTT는 작품의 화제성을 길게 이어가고, 소비자들이 구독료를 계속 지불하게 만들기 위한 '록인(Lock-in)' 전략(소비자를 묶어놓는 것) 차원에서 이 같은 방식을 택한다. 실제로 많은 이용자들은 OTT의 최근 이러한 경향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작품을 보다가 김이 새는 느낌이다", "파트2가 나오기 전에 다른 작품들을 보다가 앞부분 내용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더 많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OTT의 전략은 '양날의 검'
 
 디즈니플러스 <카지노> 포스터

디즈니플러스 <카지노> 포스터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 같은 OTT의 전략은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완결되지 않은 내용을 파트로 나누어 공개했다가, 오히려 좋지 않은 반응을 얻기도 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 대표적이다. 스페인 원작 드라마 <종이의 집>을 한국판으로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지난해 6월과 12월로 나뉘어 공개됐다. 파트1은 원작의 스토리를 따라가는 내용이 대부분이었고 파트2에서 한국판 만의 독창성 있는 전개가 펼쳐졌지만, 이미 파트1에서 흥미를 잃은 시청자들은 파트2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파트를 나눈 공개 전략이 패착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3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파트 나누기는 OTT 업계의 경영 전략의 일환으로, 가입자를 유지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특정 콘텐츠를 보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게 아니냐. 불만이 나올 수 있다"며 "하나의 완성된 시즌을 마치고, 그 작품이 인기를 얻어서 시즌2를 제작하는 것이라면 뭐가 문제겠나. 그런데 완성되지 않은 작품을 일부만 공개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는 않다. 단기적으로 이익을 극대화할 수는 있겠지만 얄팍한 상술을 부리다가는 장기적으로는 결국 OTT에 대한 이용자의 신뢰를 잃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가입자 숫자가 낮아진다면 좋은 마케팅 전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일갈했다.

반대로 OTT들의 파트 나누기가 오히려 짧은 호흡을 선호하는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콘텐츠 전략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승한 대중문화 평론가는 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작품을 한 번에 몰아보는 게 시청자들의 소비패턴으로 자리 잡은 것은 맞지만, 사람이 한 번에 몰아볼 수 있는 콘텐츠의 양에도 한계가 있다. 넷플릭스가 과거 한 시즌에 너무 긴 러닝타임을 공개했을 때 오히려 완주율이 줄어드는 결과를 얻은 적도 있다. 오히려 6, 8회 정도의 분량이 한 번에 몰아보기에 더 유용한 소비방식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더 완성도 높은 형태로 공개하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한 경우도 있다. 예전과 달리 이젠 넷플릭스 이외에도 볼만한 OTT들이 많아졌지 않나. 파트별로 쪼개서 공개하는 게 시청자들을 확보하는 데 더 유리해졌다. <더 글로리> 역시 만약 16화를 통째로 공개했다면 지금처럼 빠르게 입소문을 탈 수 있었을까"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에 대해 넷플릭스에서는 3일 오후 "넷플릭스는 구독 회원들이 콘텐츠를 보다 흥미롭게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작품의 창작자들과 논의하고 있다. 창작의도에 따라 전편을 동시 공개하거나 매주 공개, 파트 공개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며 "넷플릭스와 창작자의 새로운 시도를 통해 더 많은 팬들이 파트2 공개 시점에 <더 글로리>를 더 활발하게 즐겨주시기를 기대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파트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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