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에서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한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가 공개되면서 학교 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들에겐 어떤 후유증이 있는 걸까?

지난 20일 KBS 1TV <시사 직격>에서는 '법정이 된 학교'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학교 폭력 당사자들과 부모님의 목소릴 담고 또 학교 폭력으로 인해 생겨난 로펌이나 흥신소 시장에 대해 조명했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법정이 된 학교' 편을 연출한 신민섭 PD와 지난 23일 전화 연결했다.

"장난과 폭력 사이? 학교가 면밀히 살펴야"
 
 <시사 직격>의 한 장면

<시사 직격>의 한 장면 ⓒ KBS

 
- 지난 20일 방송된 KBS 1TV <시사 직격> '법정이 된 학교' 편 연출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취재 기간은 좀 짧은데 상대적으로 밀도 있게 촬영했어요. 그리고 다 사연들이 안타깝잖아요. 그래서 취재하면서는 마음이 안 좋았던 적이 많았었어요."

- 방송 후 피해자들 연락이 왔나요?
"다 오지 않고 한 군데에서 왔는데 한 군데에서는 잘 봤다고 하면서도 상대측 입장 반영한 걸 아쉬워하시더라고요. 근데 상대방 측에서도 전화가 와서 왜 이렇게 방송이 나갔냐 항의도 오고요. 자녀가 걸린 문제고 하니까 공식적으로 결과가 어떻게 났든 굉장히 의견이 첨예하게 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학부모님들하고 통화하고 설명 하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 학교 폭력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저희가 사실 이것저것 찾아보고 있었는데 마침 <더 글로리>를 한다고 하길래 혹시 그게 화제 되면 아이템도 탄력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것도 하나가 있었고 그다음에 학폭 로펌이랑 흥신소 같은 얘기들을 중점적으로 해보자고 했어요. 이게 학폭에 대해서 좀 새로운 접근 방향인 것 같아서요."

- PD님은 학교 폭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당연히 학교 폭력이라는 게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건데 일단 그 처리 방식이 제목도 '법정이 된 학교'잖아요. 점점 학교 폭력 발생 후 처리하는 방식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피곤해지고 일종의 법정 싸움처럼 되어가는 게 보여서 그런 부분은 조금 씁쓸했고요."

- 처음에 취재는 뭐부터 하셨어요?
"광주 사례부터 시작했어요. 어쨌든, 방송이다 보니 제일 센 사례가 하나 있어야 되잖아요, 찾다 보니 광주 사례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마침 섭외도 먼저 되고 해서 그것부터 시작했었어요."

- 가장 먼저 고 최진현(가명) 학생 부모님 이야기로 시작하셨잖아요. 
"제일 안타까운 사연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사실 마지막 부분에 나왔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례자 있잖아요. 그 사람을 앞으로 끌어낼까도 계속 고민을 했었어요. 왜냐하면 학폭 이후의 삶에 관해서 얘기해 주는 거니까요. 그리고 그 사람들의 인터뷰도 되게 와닿았고요. 고민하다가 결국 지금 순서대로 됐어요."

- 최진현 학생은 어떤 아이였다고 하나요?
"덩치가 180cm 넘는 친구인데 되게 다정했대요. 사실 남자아이가 표현을 잘 안 하잖아요. 부모님께 '사랑한다'나 '엄마 예쁘다'라고 하고 엄마한테 심지어 '우리 아기'라고 하면서 표현도 잘해주고 감수성이 되게 좀 있고 애정이 많고 다정한 학생이었다고 기억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더 안타깝죠."

- 최진현 학생 사망하기 1년 전에 학교에서는 학교폭력 사실을 알았지만, 부모에겐 알리지 않은 거 같던데 안 알려도 문제없나요?
"아니요. 이게 교육청 매뉴얼에 따르면 그런 학생의 의사와 별개로 폭행이나 폭력 사실을 인지했으면 학교 쪽에서 위원회를 소집하든 양측 부모한테 알리든 그건 무조건 해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학교가 일을 안 했던 거죠."

- 은폐한 건가요?
"은폐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고요, 다만 안이하게 생각한 감이 있죠. 왜냐하면 당시에 양쪽 말을 들어보니 장난이었고 맞은 진현이가 먼저 놀려서 시작돼서 합의 하에 두 대 맞기로 했다고 설명했대요. 그러니까 일단 단순 장난 정도로 생각하고 더 깊이 알아보거나 하지 않았던 학교의 안이한 대처라고는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아이들은 장난과 폭력 사이 애매한 영역에서 행위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걸 학교에서 좀 더 면밀히 살피고 요건 문제가 된다 싶으면 필요한 대응을 해야 되는 거잖아요. 그런 걸 학교에서는 안 했던 것이죠."

- 최진현 학생이 사망하고 50일 후 학폭위가 열린 거잖아요, 그럼 1년 전엔 학폭위가 열리지 않은 건가요?
"맞아요. 1년 전에는 부모님에게도 알리지 않고 학교 자체로 내부적으로 종결 시켜버렸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학폭위로 넘어갈 것도 없었죠. 그러니까 애초에 학폭으로 접수가 안 된 건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학폭위도 열릴 수가 없었어요."

"학폭위 결정, 피해자 입장에서 적절한 조치 이뤄져야"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 KBS 1TV

 
- 김서진(가명) 학생 사례를 보면 맞으니 방어기제 측면에서 때린 거 같은데 그게 쌍방 폭행으로 되었다는 게 이해가 잘 안 가네요.
"저희도 이해가 안 가서 교육청에 물어봤거든요. 당시 심의위원들이 그렇게 판단을 내렸대요. 그리고 그 판단을 내린 근거에 대해서는 얘기 안 해 주시더라고요. 근데 우리가 만났던 사례자의 변호인과 인터뷰했을 때 굉장히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파악을 심의위원들이 제대로 하지 않고 심의를 임했었다라고 얘기해 주시더라고요. 일종의 전문성의 부족 그리고 사안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따져서 판단 내리려는 의지나 태도의 부족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어요."

- 학폭위 심의위원 자격은 어떻게 되나요?
"심의위원회 3분의 1 정도는 관할 거주 학부모들이고 나머지는 경찰, 변호사, 의사, 행정사 등 전문가들로 꾸려지기는 해요. 근데 이 사람들이 매번 다 참석할 수는 없고 과반 이상 되면 열리는데 그러면 한 번씩 전문가들이 없는 상태에서 학부모들 위주로 구성돼 있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좀 전문적인 판단을 내리거나 전문적인 관점에서 이 사안을 보기가 힘든 경우가 있는 것이죠."

- 징계도 가볍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거 같던데.
" 피해자 입장에서는 일종의 접근 금지 같은 조치가 내려져도 반이 바뀌지 않는다거나 아니면 아예 전학을 가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같은 반에 있는데 접근 금지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불안할 수밖에 없는 거죠. 저희가 방송에서 포인트를 잡았던 건 학폭위의 결정이라는 게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 조치가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되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을 지적한 것이죠."

- 요즘엔 신체 폭력만큼 디지털 폭력도 많나 봅니다.
"맞아요. 다들 SNS를 워낙 하다 보니까 사이버 학교 폭력이라 해야 되나요. 그런 게 많은 것 같아요."

- 주로 어떤 건가요?
"예를 들어서 단톡방을 만들고  피해 여학생을 억지로 초대해서 계속 욕하거나 폭언 하는 거죠. 사이버 폭행을 하고 그 단톡방을 나가면 계속 초대하는 식도 있고 아니면 어떤 피해자의 신상이라든가 피해자에 대한 허위 사실들을 SNS에 유포해버린다든가 그런 방식도 있고요."

- 학교 폭력의 후유증이 상당히 오래가나 봐요?
"그러니까 이게 사람마다 물론 다르겠지만 저희 마지막에 나온 사례자들처럼 지속적으로 오랜 기간 학폭을 당하게 되면 트라우마가 심하게 남는 것 같아요. 물론 자존감도 낮아지고 어떤 사람에 대한 대인 기피증도 생기고 심지어는 자신도 모르게 자기 안에서 어떤 공격성이라든가 폭력성이 생기기도 하고 그게 상처가 되게 깊게 남는 것 같아요."

- 로펌이나 흥신소를 취재하셨는데 어떠셨어요?
"그건 저와 같이 한 전혜란 선배가 주로 했어요. 가해자 입장에서든 피해자 입장에서든 이게 아이가 달린 문제니까 돈을 써서라도 자기 아이에 최대한 피해가 안 가려고 하는 의도가 반영된 게 로펌이나 흥신소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보면 가격도 만만치 않거든요. 방송 보시면 알겠지만 1천 가까이 들고 1천, 2천 그렇게 쉽게 넘어가는데 근데 그런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아이를 위해서 쓰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시장이 생겨버린 것 자체도 좀 씁쓸한 현실이죠."

- 학교 폭력 피해자와 부모 만나셨는데 어떠셨어요?
"마음이 안 좋죠. 학부모들은 다 아이가 다치거나 죽었는데 마음이 오죽하겠습니까. 그거에 대해서 저희가 계속 얘기를 물어보는 게 좀 마음이 편하진 않았어요. 그리고 이 억울한 상황에 대해서 저희에게 하소연도 되게 많이 하셨고요. 사실 저희가 방송 통해서 내보내 드리는 것밖에 할 수는 없으니 마음이 많이 안 좋았습니다. 제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얘기들을 계속 또 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그런 게 어렵더라고요. 근데 이게 저희 일이니까 어쩔 수 없이 요청은 하지만요."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저도 취재를 하면서 가해자들에 대해 분노가 일었고요. 왜 <더 글로리>같이 학폭을 소재로 한 콘텐츠들이 계속 나오고 사람들의 호응을 얻는지 알겠어요. 너무나 분노를 일으키는 주제다 보니까 그런 분노와 안타까움이 많이 들었고요. 그거 외에 학교 학교 폭력 절차가 사법화되는 게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해 한 번쯤 되돌아봐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삭막해진 부분이 분명히 있어서 그런 게 좀 씁쓸했어요. 학폭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좀 더 있어야 되지 않나란 생각을 했습니다."
신민섭 시사직격 학교 폭력 더 글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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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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