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첫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한 장면.

지난 26일 첫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한 장면. ⓒ 티빙

 
OTT 서비스의 콘텐츠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물론 기존 영화, 드라마 시리즈 만큼 다수의 시청자들을 흡수하는 것은 아니지만 OTT가 소수의 취향도 수용하면서 기존 TV 매체에서 다루지 않던 소재들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26일 첫 공개된 티빙의 다큐 <케이팝 제너레이션>은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최근 몇년 사이 케이팝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단순히 아이돌, 젊은 팬들만 즐기는 대상을 뛰어 넘어 세계인들도 선호하는 하나의 장르로 정착했다. 때론 주식 시장까지 뒤흔들만큼 경제적인 파급력도 커졌다. 

​이에 발맞춘 작품들이 하나 둘씩 OTT에 등장해 왔는데 주로 특정 아티스트들의 공연, 혹은 작품 활동 뒷이야기를 다룬 영상물이 많았다. 이에 반해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방향성은 좀 다르다. 이제는 하나의 산업으로 정착한 케이팝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하나씩 꺼내면서 우리가 몰랐던, 혹은 간과했던 이면을 다뤘다. 

팬심의 또 다른 표현, 덕질
 
 지난 26일 첫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한 장면.

지난 26일 첫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한 장면. ⓒ 티빙

 
​<케이팝 제너레이션>이 처음 선택한 주제는 바로 '덕질'이다. 이 프로그램에선 그래픽 이미지를 통해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 드는 일"로 정의한다. 제작진은 H.O.T를 비롯해 슈퍼주니어, 샤이니, 2PM, 스트레이키즈, 엔하이픈, 르세라핌, 아이브 등 신구 세대를 아우르는 대표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을 차례로 소환한다.

지금처럼 수많은 경로로 아티스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고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던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중반 무렵 전화 사서함 혹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살짝 조악한 느낌도 드는 인터넷 기반 각종 서비스로 팬들은 '덕질'에 뛰어 들었다. 소속사는 팬들이 어떻게 가수들, 굿즈, 기타 등등에 대해 생각을 갖고 있는지 중요하게 받아들였고 이는 케이팝 산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팬덤의 성장에 영향을 끼쳤다. 

​그저 음악 방송, 드림 콘서트 현장을 찾아가 응원하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직접 영상물도 제작하는 등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방식으로 팬심을 표현한다. 그리고 국내에 한정되었던 팬층은 어느새 전 세계를 아우르는 규모로 확대되기에 이른다.

팬코노미(팬덤 이코노미)의 확대​
 
 지난 26일 첫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한 장면.

지난 26일 첫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한 장면. ⓒ 티빙

 
케이팝 덕질은 수많은 기업들의 매출에도 큰 몫을 담당한다. 음반 및 굿즈 구매를 넘어 기성 세대들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방식이 동원되고 있다. 팬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을 위해 응원 광고를 내걸기도 한다. 이들을 기념하기 위한 수많은 기념품, 인쇄물을 구입하거나 직접 제작할 정도로 물질적인 지출도 아끼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한 옥외 광고물 업체는 팬덤 광고에 힘입어 숨통을 트일 수 있었다고 한다. 기업체 대상 유명 홍보물 제작 업체는 포토카드, 포스터 인쇄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다. 이 밖에 팬덤을 대상으로 한 각양각색 온라인 및 모바일 서비스도 자리를 잡으면서 케이팝을 둘러싼 경제 활동은 가볍게 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팬들이 정말 다양하게 한 IP(콘텐츠에 사용된 지적 재산권)를 두고 소비하는 방식이 다채롭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케이팝의 경쟁력이 여기에 있다"고 언급하기도 한다. 단순히 즐기고 느끼는 차원을 넘어선 것이다. 

때론 프레임 바깥 세상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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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6일 첫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한 장면.

지난 26일 첫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한 장면. ⓒ 티빙

 
<케이팝 제너레이션>은 덕질의 긍정적인 부분만 다루진 않는다.  

영상 크리에이터 집단인 '유덕모', 얼마전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 영화 <성덕>의 오세연 감독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내가 응원하던 스타의 배반(?)에 따른 좌절감 등도 화면에 담아냈다. 덕질에도 때론 균형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덕질할 때는 거울보는 시간 보다 화면 속을 들여다 보는 시간이 훨씬 많으니까"(오세연)
"프레임 밖은 사실 모르는 거거든요. 근데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프레임 안이잖아요. 그러니까 그밖에 있는 것에 대해서도 좀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고...좀 시야를 넓게 생각하자..."(유덕모)

     
<케이팝 제너레이션>은 해외 팝 음악+아티스트들을 다룬 다큐멘터리물과는 분명 성격이 다르다. 언론, 전문가들도 간과할 수 있는 팬심의 집합체인 '덕질'이 어떤 형태로 발전했고 케이팝 산업에 얼만큼 영향을 끼쳤는지 전달한다. 시의 적절한 소재를 무겁지 않은 분위기로 구성한 점은 <케이팝 제너레이션> 만의 장점이라 할 만하다.   
 
 지난 26일 첫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한 장면.

지난 26일 첫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한 장면. ⓒ 티빙

 
다만 KBS, BBC 또는 HBO 등이 만들어 낸 전통적 기법의 다큐멘터리를 선호하는 입장에선 아쉬움이 들만한 대목도 여럿 목격된다. 분명 이야기의 틀을 갖고 전개되긴 하지만 설계가 잘 짜여 있다기보단 의식의 흐름대로 전개되는 느낌이다. 좀 더 확고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스토리텔러, 내레이터가 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일명 '뽀샤시 톤' 화면 색채의 과도함은 자막의 가독성을 해친다. 아티스트가 스튜디오가 입장해 착석하는 장면 등은 40여분 정도 불과한 짧은 방영 시간을 감안하면 불필요한 분량처럼 느껴진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케이팝제너레이션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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