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 CJ ENM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을 올해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1월 24일(현지 시각 기준) 온라인 중계를 통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종 후보 명단을 발표했다. 지난 12월 '국제영화상' 부문 예비 후보 15편에 포함되면서 입후보가 기대되었지만, 최종 후보 명단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국제영화상 후보에는 <서부 전선 이상 없다>(독일), < 1985 >(아르헨티나), <클로즈>(벨기에), <더 콰이어트 걸>(아일랜드), < EO >(폴란드)가 대신 이름을 올렸다.

<헤어질 결심>은 2022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고, <뉴욕타임스>와 BBC 등 해외 유수의 매체들로부터 '2022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손꼽혔다. 이미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과 크리틱스 초이스 등의 후보로 선정되었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국제영화상 후보는 물론 감독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주요 부문은 물론 기대를 모았던 국제영화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 했다는 것은 예상 밖이다. '<기생충> 이후 처음으로 오스카를 수상한 한국 영화'의 기록은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다.

전 세계 영화 팬들은 물론 <버라이어티> <할리우드 리포터> <인디와이어> 등 해외 매체 역시 <헤어질 결심>의 후보 제외를 '믿을 수 없는 이변'으로 소개했다. 물론 <헤어질 결심>이 <기생충>에 비해 '오스카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고, <기생충>과 달리 사회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지 않아 후보 선정에 불이익을 얻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포스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포스터. ⓒ 워터홀컴퍼니

한편 다니엘 콴, 다이넬 샤이너트 감독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최다 부문 11개 후보에 올랐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세탁소를 운영하는 중국계 이민자 여성 에블린(양자경 분)이 멀티버스(다중우주)의 자신과 연결되면서 가족과 세상을 구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시상식 최대의 명예인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배우 양자경과 키 호이 콴이 각각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이들은 앞서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받았던 바 있다. 함께 이 영화에 출연한 중국계 미국인 배우 스테파니 수, 제이미 리 커티스 역시 여우조연상 후보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도 이 작품은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음악상, 주제가상, 의상상을 포함한 10개 부문 11개 후보에 지명되었다. 독일 역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에드바르트 베르거 감독의 전쟁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블랙 코미디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도 각각 9개 후보에 입후보되면서 수상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올해 오스카, 어떤 서사 쓰일까?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받은 말레이시아 출신 량쯔충 말레이시아 출신 여배우 량쯔충(양자경)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시아계 배우의 수상은 2020년 한국계 배우 아콰피나가 트로피를 안은 이후 두 번째다.

▲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받은 말레이시아 출신 량쯔충 말레이시아 출신 여배우 량쯔충(양자경)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뮤지컬·코미디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시아계 배우의 수상은 2020년 한국계 배우 아콰피나가 트로피를 안은 이후 두 번째다. ⓒ AFP=연합뉴스

 
지난해 애플 TV+를 통해 선공개되었던 션 헤이더 감독의 영화 <코다>는 OTT 영화 역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지난 수년간 많은 OTT 영화들이 후보에 올랐다. 감독상을 수상한 <로마>(알폰소 쿠아론), <아이리시 맨>(마틴 스코세이지), <결혼 이야기>(노아 바움벡), <두 교황>(페르난도 메이렐레스)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막을 내린 2022년, 다시 영화관이 활기를 되찾음에 따라 영화관에서 개봉한 작품들이 다시 자리를 되찾았다. 올해 발표된 10개의 작품상 후보 중 OTT 영화는 넷플릭스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뿐이다. 지난해 영화관에서 개봉한 작품 중 최고 흥행작인 <아바타: 물의 길> <탑건: 매버릭> 등 두 블록버스터 대작이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는 것도 상징적이다.

'새로운 기록' 역시 관심거리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양자경은 아시아인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지명된 배우로 기록되었다. 홍콩 출신의 말레이시아 배우인 양자경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할 경우, 할리 베리(2002)의 뒤를 잇는 두 번째 유색인종 여우주연상 수상자이자 첫 번째 동양인 여우주연상 수상자가 된다.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에서 주인공의 어머니 '라몬다'를 연기한 배우 안젤라 바셋은 마블 역사상 처음으로 아카데미 후보에 이름을 올린 배우가 되었다. '미이라' 시리즈로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왕년의 스타 브랜든 프레이저는 커리어 사상 처음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프레이저는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신작 <더 웨일>에서 272kg의 거구 남성 '찰리' 역을 맡아 후보에 올랐다. 할리우드 고위 인사의 성추행으로 인한 PTSD, 이혼, 건강 문제 등으로 고통받았던 그가 연기력으로 재기한 모습에 많은 영화 팬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비록 <헤어질 결심>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아쉽지만, 영화 팬이라면 이번 아카데미에서 어떤 서사가 새로 쓰일지 기대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제 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3월 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 극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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