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가 안방에서 선두 현대건설을 꺾고 연패에서 탈출했다.

김종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24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1,25-17,19-25,25-20)로 승리했다. 지난 17일과 21일 IBK기업은행 알토스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를 상대로 나란히 0-3 패배를 당했던 도로공사는 선두 현대건설에게 승점 3점을 따내며 연패탈출과 함께 단독 3위 자리를 탈환했다(12승11패).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 캐서린 벨이 34.87%의 점유율을 책임지며 19득점을 올렸고 '클러치박' 박정아도 32.89%의 점유율로 15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을 양분했다. 도로공사는 이날 '쌍포' 캣벨과 박정아가 각각 35.85%, 30%의 공격성공률에 그쳤고 팀 공격성공률도 35.53%로 현대건설(38.85%)에 뒤졌다. 그럼에도 도로공사가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배구의 기본인 리시브 효율에서 62.67%로 현대건설(45.35%)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2인 리시브 체제'가 가능한 유일한 구단
 
 임명옥 리베로는 이번 시즌 리그에서 유일하게 60%가 넘는 리시브 효율을 자랑하고 있다.

임명옥 리베로는 이번 시즌 리그에서 유일하게 60%가 넘는 리시브 효율을 자랑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서브리시브는 배구에서 모든 플레이의 근간이 되는 기본 중의 기본으로 프로 지도자들부터 유소년 지도자들까지 누구나 중요하게 여기는 플레이다. 실제로 공격이 상대 블로킹이나 수비에게 막히거나 특정선수를 노린 목적타 서브가 빗나가며 범실이 나올 때는 감독이 화를 내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서브리시브가 흔들려 상대에게 경기흐름을 내줄 때는 작전타임 때 어김없이 감독의 불호령을 듣게 된다.

이처럼 서브리시브는 배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불리며 각 구단들이 서브리시브의 안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시즌 내내 안정된 서브리시브로 경기를 이끌어 가는 구단은 그리 많지 않다. 실제로 여자부 7개 구단 중에서 팀 평균 리시브 효율이 40%를 넘긴 구단은 여자부 7개 구단 중에서 단 한 팀 밖에 없다. 그리고 그 한 팀이 바로 48.90%라는 압도적인 리시브 효율을 자랑하는 도로공사다.

사실 도로공사는 여자부 7개 구단 중에서 유일하게 '2인 리시브 체제'를 사용하는 팀이다. 외국인 선수 카타리나 요비치와 캣 벨은 물론이고 공격에 특화된 토종거포 박정아도 자신의 정면으로 날아오는 공을 제외하면 사실상 리시브를 면제 받는다. 변화무쌍한 목적타 서브가 날아오는 현대배구에서 도로공사가 수 년째 2인 리시브 체제를 고수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도로공사에 임명옥 리베로와 문정원이라는 두 '리시브의 달인'이 있기 때문이다. 

프로 원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KT&G 아리엘즈에 입단한 임명옥은 2006-2007 시즌까지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약하다가 최광희의 은퇴 후 리베로로 전향했다. 리베로 전향 후에도 두 번이나 수비상을 받으며 리그 정상급 리베로로 군림하던 임명옥은 2015년5월 김해란 리베로(흥국생명)와의 맞트레이드를 통해 도로공사로 이적했다. 팬들은 물론 당사자들에게도 충격이 큰 트레이드였지만 임명옥은 흔들리지 않았다.

임명옥 리베로는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은 후에도 한결같은 기량을 선보이며 2017-2018 시즌 도로공사의 통합우승을 이끌었고 2019-2020 시즌부터 2021-2022 시즌까지는 3시즌 연속 리베로 부문 베스트7에 선정됐다. 실제로 임명옥 리베로는 도로공사로 이적한 2015-2016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8시즌 연속으로 리시브 효율이 5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자랑했다.

리시브 1,2위 임명옥-문정원이 한 팀에 
 
 임명옥 다음으로 리시브가 좋은 문정원은 리그에서 가장 까다로운 서브를 구사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임명옥 다음으로 리시브가 좋은 문정원은 리그에서 가장 까다로운 서브를 구사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 한국배구연맹

 
어느덧 만 36세가 된 베테랑 임명옥 리베로가 매 시즌 안정된 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는 비결은 그의 옆에 문정원이라는 최고의 수비파트너가 있기 때문이다. 174cm에 불과한 단신의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 문정원은 외국인 선수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브와 수비'로 승부를 걸었다. 그렇게 프로 4년 차 시즌이었던 2014-2015 시즌부터 주전으로 활약한 문정원은 뛰어난 수비를 통해 자신의 경쟁력을 만들었다.

문정원은 신장의 한계 때문에 많은 공격점유율을 가져가기 힘들고 실제로 매 시즌 전새얀을 비롯한 재능 있는 후배 선수들에게 주전 자리를 위협 받는다. 하지만 김종민 감독은 중요한 경기가 되면 외국인 선수와 박정아로 이어지는 쌍포의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안정된 수비를 자랑하는 문정원을 임명옥 리베로와 함께 주전으로 투입한다. 지난 수 년 동안 도로공사에서 문정원의 입지가 흔들리지 않았던 비결이다.

임명옥 리베로와 문정원은 매 시즌 리시브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지만 이번 시즌엔 더욱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임명옥 리베로는 리그에서 유일하게 60%가 넘는 리시브 효율(62.92%)을 기록하며 네 시즌 연속으로 리시브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600회가 넘는 리시브를 시도하고 있는 문정원 역시 55.11%의 높은 리시브 효율로 임명옥 리베로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올라 있다. 

24일 현대건설전은 도로공사가 자랑하는 두 리시브 달인의 진가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이날 24개의 리시브를 시도해 16개를 정확히 이윤정 세터의 머리 위로 보낸 임명옥 리베로는 66.67%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했다. 32개의 리시브를 전담하며 42.67%의 리시브 점유율을 기록한 문정원 역시 75%의 높은 효율을 기록했다. 두 선수는 디그에서도 42개를 합작하며 수비에서 그야말로 만점 활약을 선보였다.

혹자는 수비에 특화된 임명옥 리베로와 문정원이 동시에 주전으로 활약하는 것은 공격력 악화를 야기하는 비효율적인 선수기용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도로공사의 선수구성에서 안정된 경기를 이끌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는 임명옥 리베로와 문정원을 동시 투입해 리시브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배구에서 서브리시브가 흔들리면 결코 좋은 경기력과 성적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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