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천에 위치한 가천대 길병원이 소아청소년과 입원 병동의 문을 닫는다고 알려 큰 충격을 줬다. 소아청소년과를 둔 다른 병원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린 생명을 다루는 소아청소년과가 점점 의료계에서 기피 과가 되어간다. 왜 이렇게 됐을까.

지난 17일 MBC < PD수첩 >에서는 '골든 타임: 위기의 소아청소년과'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소아청소년과 상황을 보여주고 우리보다 먼저 위기를 겪은 일본을 통해 해답을 찾는 과정이 담겼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8일 '골든 타임: 위기의 소아청소년과' 편을 연출한 양정헌 PD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양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양정헌 <PD수첩> PD

양정헌 PD ⓒ 이영광

 

"코로나 기점으로 폐업하는 소아과 늘어나"

- 방송 끝났는데 소회가 어때요?
"아쉬운 점이 많이 남아요. 왜냐하면 절박한 상황 보여줄 수 있는 그 순간이 응급실에서 계속 기다린다고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상황이 일어나길 바라고 있어야 되는 것도 조금 아이러니하더라고요. 또 (아픈 아이) 부모들 뵙는 것도 편한 일이 아니었죠. 그런 데다가 정부나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정확한 대응이나 대책을 들은 게 아니잖아요. 취재하면서 심각성은 많이 느꼈지만 방향성이나 거기에 대한 정확한 대책은 확실히 들은 게 아니었거든요. 그런 것들이 아쉬워요."

- 소아청소년과 문제는 어떻게 취재하게 됐어요?
"선배 PD가 추천해 줬어요. 가천대 길병원이 입원 병동을 닫는다고 해서 취재했는데 (취재를) 하면 할수록 심각한 일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아이템으로 선택하고 취재하게 됐죠."

- 처음에 취재는 뭐부터 하셨어요?
"상급 병원들을 섭외했죠. 상급 병원들이 점점 심야 진료나 주말 진료 안 하게끔 하다 보니까 왜 그렇게 된건지, 교수들이 당직을 선도하는데 어떤 상황인지 현장을 봐야 되니까 일단 병원들을 먼저 섭외했고요. 그와 동시에 장거리 진료를 받는 환아 부모님들을 섭외했죠."

- 소아청소년과 상황은 어떤가요?
"심각하죠. 1차 2차 3차 병원이 있는데 인터뷰이 말에 따르면 도미노가 무너지듯이 지금 차례대로 무너졌다는 거예요. 전공의들이 레지던트 생활이 끝나고 전문의가 되고 나면 페이닥터로 일하든 개업하든 대학병원에 남아 있든 세 가지 중 선택해야 하는데 일단 1차적으로 병원이 계속 안 돼요. 저출생 등 문제 때문에 환자도 줄어들기도 하고 진찰에 대한 수가도 적고 그런 식으로 되다 보니까 일단 소아과 상황이 많이 안 좋아졌고, 폐업을 많이 했어요. 특히 코로나19 기점으로요."

- 소아과 폐업한 게 코로나19와 밀접한 영향이 있나봐요. 
"소아과의 진찰 대부분 사실 감염성 질환이잖아요. 독감, 감기, 장염, 이런 것들이 많아요. 겨울에는 환자들이 많을 때거든요. 근데 코로나19 이후로 아예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거나 어린이집도 안 나가고 사회생활을 하지 않게 된 거죠. 그러다 보니까 소아과에 갈 일이 없는 거죠. 특히 소아과는 환자들을 진찰하는 게 거의 대부분이잖아요. 근데 그 진찰료에 대해 수가가 낮은 거죠. 그러다 보니까 점점 경영하는 게 어려워지고 게다가 방송에도 나온 것처럼 아이 같은 경우 진료 보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손도 많이 가고 그런 것들이 계속 중첩되면서 폐업하는 소아과들이 생기는 거예요."

- 방송 보니까 응급실이 있어도 밤에는 환자를 안 받는 것 같아요.
"밤에 안 받는 병원이 점점 늘어나고 있죠. 왜냐하면 진료 볼 수 있는 인력이 줄어들다 보니까 하나씩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생기는 거죠. 응급실 중에서도 주말, 심야 이럴 때는 점점 진료를 안 하게 되는 거고요. 근데 이게 더 심해지면 응급실에서 (환자를) 아예 받지 못하고 입원실도 받지 못하게 되겠죠. 그것까지 간 게 가천대 길병원이죠."

- 다른 병원들도 상황이 비슷한가요?
"가천대 길병원이 방송에 많이 나오게 된 건 입원 환자까지 못 받는다고 했기 때문이겠죠. 입원실을 닫고 기존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을 다 다른 병원으로 전원 지키고 입원 병동을 닫았어요. 그렇게 된 이유는 전공의가 원래 연차마다 4명씩 총 16명이 있어야 되는데 지금 1명밖에 없어요. 이미 전부터 교수들이 당직을 서 왔어요. 15명 전공의 업무를 교수가 메꾸어 왔는데 그게 더 이상 안 되게 된 거죠. 다른 병원들도 마찬가지예요. 즉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과 시간 중에 소아과 진료를 보고 주말에는 보지 않는 등 구멍이 계속 생기는 거죠."

- 길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상황은 어떤가요?
"아예 문을 닫은 건 아니에요. 소아 환자의 특성상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24시간 계속 케어를 해줘야 되잖아요. 그게 점점 안 되게 된 거죠. 그러니까 외래 환자는 보되 입원 환자는 볼 수가 없게 된 거죠."

- 방송 보니까 전남대 교수(소아과)는 어디 가지도 못하고, 갈 경우는 다른 의사에게 부탁한다고 하더라고요. 
"소아과 교수는 광주·전남 쪽에 한 분밖에 없기 때문에 작은 도시들에서 광주로 많이 와요. 그분이 자리를 비우게 되면 방송에 나온 것처럼 다른 의사한테 부탁하거나 급하지 않은 환자 같은 경우 기다리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다른 지역으로 전원을 보내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때 많이 힘든 거죠. 전문 분야에 나 혼자 밖에 없다는 압박감도 클 거고요."

- 지역 소아청소년과의 가장 큰 문제는 뭘까요? 
"대학병원 보면 소아청소년과 교수들이 10명 있어요. 그럼 많다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근데 소아를 작은 성인으로 보면 안 돼요. 질환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소아청소년과 안에 분과가 많거든요. 보통 호흡기, 내과 이런 식이 아니라 소아 호흡기, 소아 심장, 소아 심장, 소아 혈액, 이런 식으로 분과가 나눠져 있어요. 대학병원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열 명 넘는다고 해도 분과가 보통 8개로 나눠진다면 각 분과에 한 명밖에 없는 거예요. 한 명이 환자를 24시간 다 케어할 수가 없죠."

- 어제 오늘 일이 아니잖아요. 대책이 없는 걸까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소아청소년과 내부에서 계속 나왔어요. 근데 그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거고, 우리도 사실 잘 몰랐잖아요."

- (전공의들이) 소아과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가가 낮기 때문이죠?
"수가가 낮은 것 자체가 여러 가지 이유 중에 하나겠죠. 그러다 보니까 경제적으로 상황이 많이 어려워지는 것도 사실이고 전공의 수가 줄다 보니까 남은 사람들의 업무 부담도 가중되잖아요. 여러가지가 점점 쌓이고 쌓여서 기피하게 된 거고요. 수가가 낮기 때문이라고만 단정 짓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 그럼 소아과 전공의가 전공을 바꾸는 경우도 있나요?
"많아요. 레지던트 끝내놓고 전문의까지 따놓고도 1년 동안 다른 공부를 해서 내과를 개업한다거나 일반 의원으로 간다거나 하는 경우도 있고요. 소아 청소년과 전문의로서 얻을 수 있는 메리트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봐요."

- 일본 상황과 비교하셨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일본이 먼저 저출생을 겪었고 그래서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굉장히 부족했죠. 지금은 각 지역 소아과 의사들이 진료가 되는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에게 적용시킬 수 있는 부분이 있나 살펴봤으면 해서요. 또 어떻게 일본은 대비하고 있을까를 알아보러 간 거죠."

- 일본과 우리의 가장 큰 차이는 뭘까요?
"(일본은) 정부나 지자체의 재정적인 지원이 훨씬 더 커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아예 지역 정원제처럼 해요. 지역 정원제라는 게 어떤 거냐면 대학에서 의과생을 선발할 때부터 특정 지역 장학생으로 선발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고치현'이 있다고 해요. 고치현에서 이 사람의 생활비와 등록금을 다 내줘요. 대신 장학금을 받았던 기간의 1.5배를 그 지역에서 근무하게 해요. 그러니까 만약 대학이 보통 6년이라면 9년을 이 고치현에서 일해야 되는 거예요. 근데 그 9년 동안 일하다 보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겠죠. 그러니까 그 지역에 계속 남아 있는 거예요. 지역 정원제를 통해서 지역에 온 의사들의 한 80%가 그 지역에 남아 있는다고 하더라고요. 만약에 포기하고 나가겠다고 하면 대학 당시 받은 돈을 다 반환해야 해요."

- 정부의 대책이 미흡한가요?
"보건복지부가 주무 부처죠. 보건복지부에서 구체적이고 정교하게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잘 되기 힘들어요. 그러니까 이게 건강보험의 재정과도 연관된 거고요. 재정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어느 쪽 수가를 높인다는 건 다른 쪽 수가를 낮춰야 된다는 이야기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한 조율을 하기 위해서는 정교하게 접근해야 하는거죠. 과연 (소아청소년과) 정원 확대로만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거죠. 일본 같은 경우 병원은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데 국가에서 다 보존해줘요. 그러나 우리나라 같은 경우 병원 안에서 해결해야 돼요. 그러니까 어떤 과가 돈을 잘 번다면 소아 청소년과의 적자를 이 병원 안에서 돌려 메꾸는 식이에요. 민간의 사업운영논리로만 가면 지금 이 사태는 해결되기 어렵죠."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이건 의사 개인에게 사명감을 강요할 수 없는 일이에요. 환자들한테 감내하라고 말할 수도 없는 거예요. 사회 시스템적으로 변화해야 하는 거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저희는 의사의 권익을 대변하려고 취재한 게 아니에요. 이 사태가 지속되면 결국 피해자는 치료받지 못하는 소아 환자들이잖아요. 정부나 관계자들이 거기에 맞춰서 대책을 세웠으면 좋겠다는 거죠."
덧붙이는 글 '전북의소리'에서 중복게재합니다.
양정헌 PD수첩 소아청소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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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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