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크로스비. 록 팬들에게도 조금은 낯선 이름이다. 그가 속했던 밴드들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보적 기타 록 밴드 버즈와 포크 록 계의 슈퍼그룹 크로스비 스틸스 내시 앤 영은 영미권 대중음악사에 선명한 발자국을 남겼다. 록 역사의 산 증인과도 같은 데이비드 크로스비가 지난 19일(현지 시각) 여든하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이력을 시대순으로 회고해본다.
 
캘리포니아에서 조직된 록 밴드 버즈는 국내에 덜 알려졌을 뿐 음악적 유산이 막대하다. 밥 딜런의 작품을 커버한 포크 록으로부터 히피 시대에 감응한 사이키델릭 록까지 순도 높은 디스코그래피를 남겼고, 로저 맥귄의 찰랑거리는 기타 소리는 R.E.M.과 더 스미스 같은 1980년대 징글 쟁글 사운드의 효시였다.

버즈의 리듬 기타리스트 겸 보컬 크로스비가 1965년부터 1968년까지 참여한 5장의 앨범은 모두 수작으로 평가 받는다. 크로스비는 1967년에 녹음한 < The Notorious Byrd Brothers >(1968)를 마지막으로 밴드를 떠났고 천재 뮤지션 그램 파슨스를 영입한 버즈는 곧바로 컨트리 록 명작 < Sweetheart Of The Rodeo >(1968)를 내놓았다.

1968년에 결성한 크로스비 스틸스 앤 내시는 버즈에서 나온 크로스비와 'For what's it worth'의 주인공 버펄로 스프링필드의 스티븐 스틸스, 영국 록밴드 홀리스 리듬 기타리스트 그래험 내시가 의기투합한 포크 록의 드림 팀이었다. 일시적 프로젝트로 그치지 않고 30여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음반을 발매했다. 데뷔 앨범 < Crosby, Stills & Nash >(1969)와 록계의 거인 닐 영을 영입해 만든 < Déjà Vu >(1970)가 명반으로 남았고 라이브 음반 < 4 Way Street >(1971) 로 전성기를 기록했다. < Déjà Vu >에는 친숙한 선율의 'Our house'가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그룹 활동에 전념하면서도 여덟 장의 솔로 음반을 발표했다. 사이키델릭한 분위기에 크로스비의 고고한 목소리가 담긴 1집 < If I Only Could Rememeber My Name >(1971)은 1970년대의 숨겨진 명작. 그레이트풀 데드의 리더 제리 가르시아와 제퍼슨 에어플레인의 기타리스트 조르마 카우코넨 등 특급 게스트가 완성도를 높였다. 2021년에는 여든의 나이가 무색한 포크 록 앨범 < For Free >를 발매했다. 그의 마지막 음반이 되었다.
 
작년 CBS Sunday Morning 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데이비드 크로스비는 그래험 내시와의 소원한 관계를 드러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크로스비 앤 내시의 명의로만 넉 장의 정규 음반을 낸 음악 파트너였다. 크로스비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냐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내시는 그들을 이어주던 음악의 회복을 위해서라면 그러고 싶다고 답했다. 생의 마지막에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데이비드 크로스비와 스티븐 스틸스, 그래험 내시와 닐 영 네 명의 걸출한 음악인이 세운 포크 록 금자탑은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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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염동교라고 합니다. 대중음악을 비롯해 영화와 연극, 미술 등 다양한 문화 예술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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