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웨이브 ⓒ 웨이브

 
매년 이맘때면 한 해를 결산하는 총정리의 시간을 마련하곤 한다. OTT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해 가장 많이 시청자들이 선택한 작품들에 대한 순위를 발표하기에 최근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작품의 인기를 직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해준다. 본방 사수할 필요 없이 내가 원하는, 편한 시간대에 마음껏 모바일 기반으로 시청할 수 있다는 장점에 힘입어 OTT 속 프로그램의 선호도는 해당 서비스의 주된 고객층인 2030 젊은 세대의 기호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곤 한다. 

​때마침 국내 지상파 TV 기반의 OTT 서비스 '웨이브'에서 지난 15일 이용자들의 사용 실태를 기반으로 2022년을 결산하는 부문별 순위 '2022 웨이브 어워즈'를 발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웨이브는 기본적으로 KBS, MBC, SBS 작품을 기반으로 각종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이곳의 이용 실태는 현재 지상파 3사 각 프로그램의 인기 판도를 반영하는 일종의 계기판이기도 하다.  

SBS <천원짜리 변호사> 1위... MBC 약진
 
 SBS '천원짜리 변호사

SBS '천원짜리 변호사 ⓒ SBS

 
이용자 다시 보기(VOD) 시청 시간 집계를 토대로 선정된 올해의 드라마 부문 1위를 차지한 작품은 SBS <천원짜리 변호사>였다. 방영 막판 잦은 결방 및 내용 전개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TV 시청 못잖게 OTT에서도 뜨거운 성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결산에서 주목할 사항은 MBC 드라마의 대약진이다.  

지난해 연말 결산에서 <검은 태양> 단 한 편만 순위에 진입시켰던 MBC는 <빅마우스>, 웨이브 오리지널작품인 <트레이서>, 지난해 연말을 강타했던 <옷소매 붉은 끝동> 등 총 4편을 10위 이내에 이름을 올려 과거 '드라마 왕국'의 옛 명예 회복에 나섰다. 특히 방영 15년이 지난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8위)은 최근 유튜브, 인터넷 SNS 상의 재평가를 기반으로 새롭게 등장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반면 KBS는 주말극 <신사와 아가씨>(9위) 단 한 작품만 10위 이내 등장해 상대적인 열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오케이 광자매> <경찰수업>, 일일극으론 유일하게 10위에 올랐던 <미스 몬테크리스토> 등 3작품이 순위를 장식했던 걸 감안하면 2022년 KBS 드라마의 약세를 OTT 공간 속에서도 체감할 수 있었다. <신사와 아가씨>가 지난해부터 올해 초에 걸쳐 방영된 작품임을 감안하면 2022년 신작 드라마는 사실상 전무한 셈이다. 올해 KBS 드라마의 약세가 OTT에서도 이어졌음을 짐작케했다. 

1위 <천원짜리 변호사> SBS
2위 <빅마우스> MBC
3위 <트레이서> MBC
4위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SBS
5위 <왜 오수재인가> SBS
6위 <어게인 마이 라이프> SBS
7위 <옷소매 붉은 끝동> MBC
8위 <거침없이 하이킥> MBC
9위 <신사와 아가씨> KBS
10위 <금수저> MBC


<런닝맨> 시청률 약세 딛고 3년 연속 예능 1위... KBS 부진
 
 SBS '런닝맨'

SBS '런닝맨' ⓒ SBS

 
드라마 순위에선 시청률 강세 프로그램이 OTT에서도 맹위를 떨치 편이었지만 예능에선 살짝 차이점도 발견된다. 올해 들어 매주 시청률 3~4%대에 그친 SBS <런닝맨>이 3년 연속 예능 부분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는 OTT 선호 계층 vs. 기존 TV 시청자 사이의 취향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낸 결과로 받아 들여진다. 일요일 오후 시간대가 상대적으로 젊은 계층의 본방 시청을 유도하기 어렵다보니 본방의 시청률은 낮게 나오지만 시간 제약이 없는 OTT에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스낵 컬쳐'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런닝맨>의 인기 강세로 이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인터넷 및 SNS 상 각종 화제를 몰고 온 연애 예능 <나는 솔로>는 케이블 채널 예능으로는 가장 높은 7위로 첫 등장해 2022년을 뜨겁게 달군 프로그램임을 입증했다. 종영된 지 4년 이상 흐른 <무한도전>(5위)의 꾸준한 인기 역시 주목할 만한 사항 중 하나였다. 이밖에 지난해부터 꾸준히 인기 몰이에 나선 SBS <골 때리는 그녀들>(10위)도 순위에 진입하는 등 여성+스포츠 예능의 강세를 OTT 공간에서도 입증했다. 반면 KBS의 약세는 예능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통의 <1박 2일>(8위)만 이름을 올리며 체면을 유지하는데 그쳤다.

1위 <런닝맨> SBS
2위 <나혼자산다> MBC
3위 <놀면 뭐하니> MBC
4위 <미운 우리 새끼> SBS
5위 <무한도전> MBC
6위 <전지적 참견 시점> MBC
7위 <나는 솔로> ENA, SBS 플러스
8위 <1박 2일> KBS
9위 <골 때리는 그녀들> SBS
10위 <라디오스타> MBC


기존 시청률 기반 인기 선호도 조사... 이젠 바뀔 시점
 
 2022 웨이브 어워즈

2022 웨이브 어워즈 ⓒ 웨이브

 
웨이브의 연말 결산 발표는 단순한 순위 나열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는 적극적인 이용자층의 감상 패턴을 추정해 볼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제법 눈여겨볼 만하다. 이미 각종 조사에서 OTT가 2030세대 중심으로 적극적인 소비가 이뤄지는 유료 서비스로 정착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기존 2049세대 시청률 조사에 못잖은 의미를 담을 수 있다는 점이다. ​

OTT란 플랫폼은 단순히 TV에선 볼 수 없는 독점 콘텐츠 방영에만 그치지 않는다. 웨이브(지상파 3사), 티빙(tvN, 엠넷, JTBC) 등 기존 TV 채널의 실시간 시청 및 다시보기를 위한 기본적인 수단으로 정착된 지 오래다. 이는 TV를 켜지 않아도 모바일, PC만으로도 충분히 드라마, 예능, 스포츠 중계 등 대부분의 방송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체에선 낡을 대로 낡은 방식으로 수집되는 기존 시청률에 의존해서 작품을 평가하고 기사를 양산한다. 한마디로 말해 달라진 시청 트렌드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선 닐슨, 컴스코어 등 외부기관과 손잡고 OTT 시청률 조사에 본격 돌입하는 등 변화된 시청환경에 맞게끔 달라지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국내에서도 OTT가 반영된 변화의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등록되는 글 입니다.
OTT 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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