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코리아 넘버원' 예고편

넷플릭스 '코리아 넘버원' 예고편 ⓒ 넷플릭스

 
지난 25일 총 8부작 구성으로 공개된 넷플릭스 신작 예능 <코리아 넘버원>은 유재석의 두 번째 넷플릭스 출연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범인은 바로 너!>(넷플릭스), <더 존: 버텨야 산다>(디즈니 플러스) 등 글로벌 OTT 작품마다 함께한 <런닝맨> 출신 이광수에 배구스타 김연경을 더한 3인 체제는 흥미와 익숙함을 준다.

이는 검증된 웃음이라는 면에서는 장점이 되겠지만, 익숙한 그림이라는 약점을 드러낼 수도 있는 대목이었다. 더군다나 '노동'이라는 소재와 제작진의 등장은 tvN 예능 <일로 만난 사이>를 떠올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다소 우려스러운 설정이기도 했다. 제법 쏠쏠한 인기를 모았던 <일로 만난 사이>는 아쉽게도 차기 시즌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담당 PD와 유재석이 다시 넷플릭스에서 재회하자, 일각에서는 '해당 예능의 시즌2 격이 아니냐'는 때 이른 예상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코리아 넘버원>의 첫 회를 재생하는 순간, 앞선 예측은 살짝 빗나갔다. 일, 노동이라는 소재에선 닮은꼴처럼 비칠 수 있었던 <코리아 넘버원>은 요즘 예능의 틀을 살짝 벗어나 과거 2000년대 초반 전성기를 누렸던 공익 성격을 내포한 프로그램의 장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리도 잘 몰랐던 한국의 문화-전통을 담다
 
 넷플릭스 '코리아 넘버원' 예고편

넷플릭스 '코리아 넘버원' 예고편 ⓒ 넷플릭스

 
주로 일손이 부족했던 농촌에서 초대손님과 일을 하면서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노동 토크쇼'로 꾸며진 <일로 만난 사이>와 <코리아 넘버원>의 공통점은 유재석, 담당 PD 그리고 노동이라는 점뿐이었다. <코리아 넘버원>이 찾아간 유네스코 국제 문화유산인 '신안 갯벌'(3편)을 제외하면 모두 한국 전통의 먹거리, 생필품 등을 만드는 '명인'과 '장인'들이 일하는 곳이다.    

유재석, 이광수, 김연경은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보기 힘들어진 기왓장, 모시를 만들고 옛 방식 그대로 우리 고유의 장을 담그는 현장에 찾아간다. 여기서 소소한 재미를 살리는 건 고정 멤버들의 입담,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으로 빚어지는 몸개그 등이지만 프로그램의 중심은 따로 있었다. 바로 명인, 장인들과 그들의 손길이 닿아 있는 각종 물품, 그리고 한국의 자연이 <코리아 넘버원>의 실질적인 주인공이었다.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가장 고생을 하며 찍었다는 3회 '신안 갯벌' 편이 그 좋은 예이다. 갯벌은 우리나라 서해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희귀한 존재라고 한다. 이를 유네스코 자연 유산에 등재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고경남 신안군 과장의 설명과 함께 헬리콥터로 이동하면서 바라본 그곳의 풍경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낙지 잡이로 생활하는 어민들과 함께 현장 체험을 하면서 소개되는 정보는 여느 다큐멘터리 못잖은 알찬 내용으로 채워졌다. 

짧은 분량과 자막 없는 화면
 
 넷플릭스 '코리아 넘버원' 예고편

넷플릭스 '코리아 넘버원' 예고편 ⓒ 넷플릭스

 
<코리아 넘버원>이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기존 예능들과 다른 점은 40분 정도의 짧은 러닝타임, 그리고 자막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자막의 배제는 올해 유재석이 출연했던 <더 존: 버텨야 산다>도 동일했다. '신안 갯벌' 편만 하더라도 현장 소개를 위한 제한적인 범위 외에는 일체의 예능용 자막이 사용되지 않았다. 

그동안 우리나라 예능에서는 자막이 당연히 따라오기 마련이었다. 출연자들의 말이나 행동을 설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양념을 추가하여 해석을 덧붙이던 자막에 익숙한 시청자로선 당황스러울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자막이 사라지자, 오히려 화면 속 다양한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해안의 풍경이 좀 더 생생하게 다가오고 장인들의 일터 속 세세한 움직임이 포착되는 것이다. 노동을 다룬 기존 예능에서는 출연자들의 티격태격 케미스트리를 담아내느라 정작 일하는 곳의 분위기나 사람들의 이야기는 제대로 담기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 

회당 1시간 30분 남짓하던 기존 TV 예능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분량도 눈여겨볼 만하다. 보통의 예능 프로그램이 1시간 30분 정도 방송하는 것에 비해, <코리아 넘버원>은 40분 안에 모든 것을 담아내야 하기 때문에 가장 핵심이 되는 것만 화면에 전한다. 제작진에겐 그만큼 편집 부담이 커졌겠지만 짧아진 길이 덕분에 시청자들로선 시리즈 전편 주행이 더욱 쉽게 느껴질 수 있었다.

명인들의 가치 재발견, 재미 그 이상의 의미 
 
 넷플릭스 '코리아 넘버원' 예고편

넷플릭스 '코리아 넘버원' 예고편 ⓒ 넷플릭스

 
단순히 출연한 연예인들이 고생하고 진땀 빼는 데에만 주력했다면 <코리아 넘버원>은 딱히 시청할 의미를 찾기 어려운 예능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자막을 걷어낸 빈 공간에 장인들의 노고, 정성이 담기게 된 점은 이 8부작 예능만이 지닌 가치 중 하나이다.  

유재석 등과 헬리콥터에 동승한 고경남 과장의 손에는 빼곡히 내용을 적어놓은 수첩이 한 권 들려있었다. 유네스코 설명회에서 실수하지 않기 위해 준비한 사항을 일목요연하게 기재해 뒀다고 한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공무원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국제 문화유산 지정에 작은 기여를 한 셈이었다. 그저 생계를 위해 남들은 하지 않는 일을 기꺼이 마다하지 않았던 여러 장인들의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겐 그저 스쳐 지나갈 법한 이야기와 사연들이 영화 필름 같은 질감의 화면과 만나면서 때로는 다큐멘터리 영화 같은 분위기를 전달해주기도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의 전통, 문화, 자연에 대한 자부심도 느끼게 하는 등 <코리아 넘버원>은 예능이라는 수단을 통해 충분히 재미 그 이상의 의미를 담아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유재석-이광수-김연경 3인의 절묘한 호흡과 더불어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던 가치의 재발견이 8부작 예능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