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원종현과 키움 히어로즈의 4년 총액 25억 원 계약으로 시작된 2022년 스토브리그 FA시장이 29일 한화 이글스와 오선진의 1+1년 4억 원 계약까지 13건의 계약으로 총액 750억 원을 돌파했다. 두 번째 FA자격을 얻은 현역 최고의 포수 양의지는 4+2년 총액 152억 원에 친정 두산 베어스로 컴백하며 총액 기준 역대 단일계약 최고액 기록을 경신했다. 양의지를 놓친 NC 다이노스도 박민우에게 5+3년 총액 140억 원이라는 거액을 안겼다.

팀 별로 보면 올 시즌 최하위 한화 이글스가 내부 FA장시환(3년9억3000만원)을 잔류시킨 데 이어 채은성을 6년 총액 90억 원, 이태양을 4년 총액 25억원, 오선진을 1+1년 4억 원에 영입하며 총 4건의 FA계약을 성사시켰다. 롯데 자이언츠도 포수 유강남을 4년 총액 80억 원, 내야수 노진혁을 4년 총액 50억 원에 영입하며 전력 보강에 힘썼다. 유강남을 놓친 LG는 포수 박동원을 4년 총액65억 원에 영입했다.

박동원을 잡은 LG가 채은성, 유강남을 떠나 보내고 박민우를 잔류시킨 NC가 양의지와 노진혁을 잃은 것처럼 FA시장에서는 대부분의 구단들이 외부에서 전력을 보강한 만큼 내부FA를 빼앗기거나 보상선수를 내주는 식의 전력 유출이 있었다. 하지만 유독 이 팀은 이렇다 할 전력유출 없이 착실히 전력을 보강하며 내실 있는 겨울을 보내고 있다. 바로 조용히 6명의 선수를 영입한 올해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키움이다.

트레이드-빅리그-FA 아낌없이 퍼주던(?) 히어로즈

히어로즈는 KBO리그 10개 구단 중에서 유일하게 대기업이 아닌 자체적으로 스폰서를 받아 운영하는 구단이다. 따라서 창단 초기에는 구단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해 크고 작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이 때문에 애써 키운 주력 선수를 팔아 힘들게 구단을 운영하기도 했다. 지난 2009년 12월, 무려 100억 원이 넘는 트레이드 머니가 오가며 큰 파문을 일으켰던 장원삼, 이택근, 이현승 동시 트레이드가 대표적이었다.

히어로즈는 2010년에도 훗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대형내야수로 성장한 황재균(kt위즈)을 롯데로 보냈고 시즌이 끝난 후에는 토종에이스로 성장하던 고원준을 현금이 포함된 트레이드를 통해 내보냈다. 이렇게 히어로즈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회에 걸쳐 무려 131억5000만원이라는 거액의 현금이 포함된 트레이드를 성사시켰고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야구팬들에게 뭇매를 맞기도 했다.

간판스타들이 해외진출자격이나 FA자격을 얻었을 때도 히어로즈는 소속 선수를 거의 붙잡지 못했다. 물론 강정호와 박병호(kt),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처럼 KBO리그를 평정하는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경우는 어쩔 수 없다지만 히어로즈는 그럴 때마다 소속 선수들의 이적을 통해 구단 운영비를 마련했다. 실제로 히어로즈가 배출한 3명의 메이저리거를 보내면서 챙긴 이적료는 2000만 달러가 훌쩍 넘는다.

FA시장에서도 히어로즈의 선수 출혈은 계속 이어졌다. 히어로즈는 2008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정성훈을 붙잡지 못하고 LG로 보냈다. 물론 히어로즈는 2011 시즌이 끝나고 FA시장에서 이택근을 4년50억 원에 영입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택근은 프로 입단 후 현대 유니콘스와 히어로즈에서 7년 동안 활약했던 선수였기 때문에 이택근과의 계약은 '외부영입'보다는 '간판선수 귀환'의 성격이 더 강했다.

히어로즈는 2015시즌이 끝나고 그 해 최다안타 1위를 차지했던 유한준과 히어로즈에서 3년 연속 세이브왕을 차지했던 손승락(KIA타이거즈 2군 감독)의 이적도 막지 못했다. 히어로즈는 작년 시즌이 끝난 후에도 FA자격을 얻은 박병호를 kt로 보냈는데 박병호는 올해 개인 통산 6번째 홈런왕을 차지했다. 사실 멀리 갈 것도 없이 히어로즈는 올해도 주전포수 박동원(LG)을 현금 10억 원이 포함된 트레이드를 통해 KIA로 보낸 바 있다.

FA 원종현-이형종 비롯해 6명 보강

이처럼 히어로즈는 투자에 인색하고 주력선수를 잘 지키지 못하는 구단으로 유명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잠수함 한현희와 우완선발 정찬헌이 FA자격을 얻었지만 히어로즈는 적극적인 계약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7일 FA시장이 열리자 가장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든 팀은 다름 아닌 키움이었다. 지난 19일 통산82세이브86홀드를 기록한 베테랑 불펜투수 원종현을 4년 총액 25억 원에 영입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히어로즈의 투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모두들 천문학적인 금액이 오가던 FA시장에 정신이 팔려 있던 지난 24일, 키움은 퓨처스 FA시장의 최대어로 불린 '광토마' 이형종과 4년 총액 20억 원에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타자 전향 후 통산 624경기에 출전해 타율 .281 63홈런254타점을 기록한 이형종은 2018년부터 작년까지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도 4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을 때려냈을 정도로 타격능력은 충분히 검증된 선수다.

키움은 방출시장을 통해서도 4명의 선수를 보강했다. 올 시즌 두산에서 활약했던 베테랑 불펜 임창민과 세 팀을 거치며 프로에서 11년 동안 활약했던 홍성민, KIA에서 방출된 후 1년의 공백을 가졌다가 프로에 복귀하는 변시원, 2020 시즌이 끝나고 한 차례 방출됐다가 2년 만에 재입단하는 내야수 정현민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잠수함 투수 2명을 영입한 것을 보면 한현희와의 결별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키움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투수 타일러 애플러의 몸값은 총액 40만 달러로 10개 구단 외국인 선수 중 가장 적었다. 하지만 키움은 지난 25일 새 외국인 투수 아리엘 후라도와 새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을 꽉 채워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물론 외국인 선수의 몸값이 언제나 성적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키움은 빅리그 12승 경력의 만 26세 투수를 영입할 만큼 외국인 투수 영입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뜻이다.

키움이 영입한 FA투수 원종현은 만35세 이상의 C등급 FA로 원 소속구단에 보상선수를 내줄 필요가 없다. 퓨처스FA 이형종 역시 원소속구단 LG에 올 시즌 연봉의 100%(1억2000만원)만 보상금으로 지급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키움은 보상선수 출혈 없이 투타에서 알짜배기 선수들을 대거 보강한 셈이다. 그 어느 해보다도 열기가 뜨거운 이번 스토브리그의 '조용한 승자'로 히어로즈를 지목하는 야구팬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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