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한국의 범죄 스릴러 영화 <자백>이 개봉한다. 지난 2017년에 개봉했던 스페인의 스릴러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를 리메이크한 <자백>은 밀실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유망한 사업가와 그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승률 100%의 변호사가 숨겨진 사건의 조각을 맞춰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지난 2008년 <마린보이>를 연출했던 윤종석 감독이 무려 1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주연작을 기준으로 하면 2017년 <시간 위의 집> 이후 5년 만에 신작에 출연한 김윤진이 사건을 파고드는 변호사 역을 맡았고 걸그룹 애프터스쿨 출신 배우 나나가 밀실사건의 키를 쥔 인물을 연기한다. 그리고 촉망 받는 IT기업의 대표에서 졸지에 밀실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며 인생 최대위기를 맞는 유민호 역은 배우와 가수, 그리고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제작하고 수입하는 기획사 '51K'의 설립자이기도 한 소지섭이 연기했다.

사실 소지섭은 20년이 훌쩍 넘은 배우 커리어에서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가 10편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영화보다는 드라마에 더욱 익숙한 배우다. 하지만 소지섭의 많지 않은 영화 출연작 중에는 평범한 액션 느와르 영화라 하기엔 조금 독특한 매력을 가진 영화 한 편을 발견할 수 있다. 살인청부업자들의 삶을 회사원들에 비유해 관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던 2012년 개봉작 <회사원>이었다.
 
 <회사원>은 전국 110만 관객을 동원하며 개봉 당시 흥행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회사원>은 전국 110만 관객을 동원하며 개봉 당시 흥행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 (주)쇼박스

 
40대 중반에도 '멋'을 잃지 않는 배우

학창시절 수영선수로 활약하던 소지섭은 평영을 주종목으로 전국체전에서 개인전 동메달 3개를 목에 걸었을 정도로 촉망 받는 선수였다. 선수생활 지속에 대해 고민하던 1995년, 우연찮은 기회에 지원한 청바지 모델 선발대회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한 소지섭은 1998년 MBC 인기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소지섭은 지금의 진중한 이미지와 달리 데뷔 초기에는 밝고 가벼운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다.

소지섭은 2002년 영화 <도둑맞곤 못 살아>가 흥행에 실패했지만 <유리구두>와 <지금은 연애중>, <천년지애> 등 인기 드라마에 출연하며 꾸준히 인지도를 키워 나갔다. 그리고 소지섭은 2004년 <발리에서 생긴 일>과 <미안하다,사랑한다>에 연속으로 출연하며 '대세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드라마의 열성팬을 뜻하는 '미사폐인'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로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의무를 마친 소지섭은 2008년 장훈 감독의 장편데뷔작 <영화는 영화다>에서 이깡패 역을 맡아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1년 한효주와 함께 전직복서와 시각장애인의 사랑을 그린 멜로영화 <오직 그대만>에 출연한 소지섭은 2012년 곧바로 임상윤 감독의 <회사원>을 차기작으로 선택했다. 소지섭이 출연한 첫 액션 드라마이자 첫 번째 단독주연 영화로 관객들의 많은 기대를 모았다.

소지섭이 살인청부회사의 에이스 지형도를 연기한 <회사원>은 2012년10월에 개봉해 전국 110만 관객을 동원하며 기대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하지만 살인청부업자들의 삶을 회사원에 비유한 영화 <회사원>과 소지섭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뒤늦게 재평가 받았다. 소지섭은 <회사원> 이후 드라마 <주군의 태양>,<오 마이 비너스> 등에 출연하며 한 동안 드라마 활동에 전념했다.

평소 힙합에도 많은 관심이 있는 소지섭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싱글앨범과 미니앨범을 발표하면서 래퍼로서도 꾸준한 활동을 이어갔다. 2017년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와 2018년 손예진과 함께 한 멜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하며 다시 활발한 영화 활동을 시작한 소지섭은 올해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에 이어 오는 26일에 개봉하는 <자백>을 통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킬러들의 삶을 회사생활에 잘 녹여낸 작품
 
 다른 회사원들과 똑같이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지형도의 회사 내 주요업무는 바로 '청부살인'이다.

다른 회사원들과 똑같이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지형도의 회사 내 주요업무는 바로 '청부살인'이다. ⓒ (주)쇼박스

 
직접 자신의 업체를 운영하는 개인사업자와 자영업자, 일정한 소속 없이 자유계약으로 일하는 프리랜서도 있지만 현재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크고 작은 기업에 입사해 월급을 받으며 생활하는 '회사원' 신분이다. 물론 업무에 높은 성취감감과 만족을 느끼는 회사원들도 많겠지만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과 익숙한 업무,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등 여러 사정 때문에 감히 퇴사를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회사원들도 적지 않다.

한치의 실수도 범하지 않는 냉정함과 차분함으로 금속제조회사로 위장한 살인청부회사의 영업2부 과장으로 일하는 지형도(소지섭 분) 역시 마찬가지. 형도는 '레옹'이나 '존 윅'을 연상케 하는 냉철한 킬러지만 평소 자신과 다른 주변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내면에 있던 자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한다. 하지만 끝내 믿었던 회사에 배신을 당한 형도는 자신의 청춘을 바친 회사와 전면전을 선택한다.

사실 액션물의 관점에서 보면 <회사원>은 허점이 많은 영화다. 일단 영화 속 주요 인물인 미연(이미연 분)과 지훈(이경영 분)이 같은 장소,같은 시각에 기다렸다는 듯 총에 맞으며 생을 마감한다. 복수심에 불탄 형도가 전직원이 전문킬러들로 구성된 회사 구성원들을 단신으로 처리하는 것도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게다가 소지섭은 영화를 위해 러시아의 군용무술 '시스테마'까지 배웠다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액션은 총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영화 <회사원>은 회사생활에 대한 은유와 부조리를 가상의 청부살인업체에 잘 녹여내면서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실제로 영화 <회사원>에서는 일에만 매진해 빠른 승진을 하는 주인공과 이용만 당하다 버림 받는 비정규직, 해고가 곧 죽음인 중년, 무능한 낙하산 중역 등 회사 안의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이야기에 잘 공감한다면 형도의 마지막 액션 장면에서 더욱 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회사원>의 연출은 물론 각본까지 직접 쓴 임상윤 감독은 2007년에만 임상수 감독의 <오래된 정원>,한지민 주연의 미스터리 공포물 <해부학교실>,사극 공포물 <궁녀>에서 각각 조감독과 연출부,연출지원을 맡았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2년 <회사원>을 통해 드디어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한 임상윤 감독은 이듬 해 공유 주연의 <용의자> 각본작업에도 참여했지만 안타깝게도 10년째 차기작 소식을 들려주지 못하고 있다.

'킬러의 우상'으로 돌아온 80년대 책받침 여신
 
 80년대 '책받침 여신' 이미연은 <회사원>에서 형도가 좋아하던 전직가수를 연기했다.

80년대 '책받침 여신' 이미연은 <회사원>에서 형도가 좋아하던 전직가수를 연기했다. ⓒ (주)쇼박스

 
1980년대 후반 '책받침 여신'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미연은 결혼 후 한 동안 영화에서의 활동이 뜸해졌다가 1997년 <넘버3>를 통해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이미연은 그 후 <여고괴담>과 <내 마음의 풍금>, <중독>, <태풍>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며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회사원>은 2007년 <어깨 너머의 연인> 이후 다시 영화 출연이 뜸해졌던 이미연이 5년의 공백을 깨고 선택한 작품이었다.

이미연은 <회사원>에서 젊은 시절 가수로 활동했던 두 아이의 어머니 유미연(본명은 육미연)을 연기했다. 미연은 영화 속에서 형도가 어린 시절 좋아했던 가수로 형도가 '퇴사'를 결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총질이 난무하는 액션영화에서 많은 비운의 여주인공이 그런 것처럼 <회사원>의 미연 역시 형도와 회사 직원들의 총격전 과정에서 총에 맞고 형도의 품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회사원>은 '또경영' 이경영이 복귀 후 1년에 10편 가까운 영화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다작에 시동을 걸던 시절에 출연했던 작품이다. 이경영은 <회사원>에서 킬러은퇴 후 홀로 작은 횟집을 운영하는 반지훈 부장 역을 맡았는데 형도가 극 중에서 위험에 빠진 미연의 가족을 맡길 만큼 크게 신뢰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경영은 '악역전문배우'답게 영화 후반부 형도를 배신하고 미연과 가족들을 회사에 팔아 넘긴다.

지난 2010년 보이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해 가수활동과 연기활동을 병행하던 김동준은 <회사원>을 통해 영화배우로 데뷔했다. 김동준은 <회사원>에서 살인청부회사의 알바 라훈 역을 맡아 오프닝 액션 장면을 책임졌다. 회사의 계획대로라면 임무완수 후 형도에 의해 '폐기'될 예정이었지만 형도가 훈을 살려줬고 후반부 형도가 위기에 빠졌을 때 반대로 훈이 회사의 대표(전국환 분)에게 총을 쏘면서 형도의 목숨을 구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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