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을 다 만나봐야 안다고 했던 새 사령탑은 공개적으로 '전력 보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포지션도 언급했다. '포수'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신임 감독은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취임식 및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가장 먼저 취임사를 발표한 이 감독은 현장을 찾은 기자들과 일문일답 시간을 가졌다. 초보 감독으로 새 출발하는 소감부터 '감독 이승엽'의 궁극적인 목표까지 수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2023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이승엽 감독이 피해갈 수 없었던 질문, FA다. 취약 포지션 및 외부 영입 관련 구단과의 사전 교감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은 그는 "박세혁이 현재 FA다. 개인적으로 포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좋은 포수가 있다면 야수와 투수가 편안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보강이) 필요한 포지션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포수라고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18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 참석한 두산 이승엽 감독

18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 참석한 두산 이승엽 감독 ⓒ 두산 베어스


안방의 무게감에 주목하고 있는 이승엽 감독

신인왕을 수상한 2010년을 시작으로 2018년까지 9년간 두산 안방을 책임졌던 포수는 양의지(NC 다이노스)다. 이 기간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던 것은 2011년과 2014년 딱 두 차례에 불과했다. 매년 꾸준한 성적을 올린 양의지의 공이 컸다.

그랬던 양의지가 2018년 말 팀을 옮겼다. 4년 총액 125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에 공룡군단의 일원이 됐다. 이적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간 양의지는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으로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2020년에는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서도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 친정팀에 비수를 꽂았다.

그 사이 두산은 대안을 찾았다. 백업 포수로 뛰던 박세혁이 양의지의 자리를 대신했다. 첫 풀타임 시즌이었던 2019년 주전 포수로서 팀의 통합 우승에 기여했던 박세혁은 올해까지 포수 마스크를 썼다. 그러나 지난해 시즌 초부터 부상을 입었고 성적은 해를 거듭할수록 하향 곡선을 그려나갔다.

코칭스태프의 신뢰 속에서 출전 기회를 받은 장승현, 안승한 등도 기대 이하였다. 정규시즌이 끝난 이후에는 포수 최용제가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양의지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운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현실적으로 기존 자원만으로는 다음 시즌을 준비하기 어렵다. 올해 신인드래프트서 지명된 윤준호(동의대, 5R)와 박민준(동강대, 8R)에게 당장 큰 기대를 거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올겨울 두산이 가만히 지켜볼 수 없는 이유다.
 
 두산은 2018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난 포수 양의지를 다시 품을 수 있을까.

두산은 2018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난 포수 양의지를 다시 품을 수 있을까. ⓒ 두산 베어스

 
두산의 움직임에 쏠리는 관심... 'FA 전쟁' 참전할까

4년의 계약 기간을 채운 양의지가 두 번째 FA 자격을 취득하는 가운데, 주전급 포수가 무려 5명이나 시장에 나오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원소속구단은 집토끼 단속에 나선 반면 두산과 롯데 자이언츠 등 안방 보강이 당면과제인 팀들은 벌써부터 보강을 노리고 있다.

양의지와 박세혁 이외에도 이재원(SSG 랜더스), 유강남(LG 트윈스), 박동원(KIA 타이거즈)까지 팀에 보탬이 될 포수가 많지만 역시나 최대어는 양의지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타율, OPS 등 대부분의 수치가 떨어졌음에도 5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했다.

더구나 공격과 수비, 투수와의 호흡 등 다방면에서 양의지보다 뛰어난 포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반적으로 첫 FA보다 두 번째 FA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게 어려운 일인데, 양의지는 예외일 것이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또 한 가지, 외부 FA에 소극적이었던 두산의 8년 전 행보를 떠올려봐야 한다. 2014년 10월 김태형 감독 부임 이후 그해 겨울 FA 시장에서 좌완투수 장원준을 4년 총액 84억원에 영입했다. 장원준의 가세로 선발진에 무게를 더한 두산은 2015년 한국시리즈 정상에 등극했다. 구단의 '선물'에 김 감독은 성적으로 보답한 셈이다.

7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서도 주축 선수가 FA로 하나 둘 이적했다. 두산 특유의 화수분 야구만으로는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사령탑 교체로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두산이 외부 FA 영입을 위해 8년 만에 지갑을 열지 궁금해진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야구 KBO리그 이승엽 두산베어스 양의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양식보다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을 담아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