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내야수 오재원 은퇴 두산 베어스 내야수 오재원이 은퇴한다. 오재원은 2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은퇴식 예고글'을 올렸다. 두산 구단도 "팀의 마지막 경기인 10월 8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오재원의 은퇴식을 연다"고 밝혔다.

두산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 3번 우승(2015, 2016, 2019년)하는 동안 오재원은 핵심 내야수로 뛰었다. 2015년과 2019년에는 '주장 완장'을 차고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오재원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5년 프리미어12에서 태극마크도 달았다.

사진은 올해 4월 2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적시타를 친 뒤 기뻐하는 오재원.

▲ 두산 베어스 내야수 오재원 은퇴 두산 베어스 내야수 오재원이 은퇴한다. 사진은 올해 4월 27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적시타를 친 뒤 기뻐하는 오재원. ⓒ 연합뉴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배출한 '열혈남아' 오재원이 전격 은퇴를 발표했다. 두산 구단은 올시즌 마지막 경기인 10월 8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오재원의 은퇴식을 연다고 밝혔다.
 
오재원도 9월 2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이별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사랑하는 팬들과 함께하고 싶다. 뭉클한 마음으로 배웅을 받고 싶은 주장의 마지막 명을 팬들께 전한다. 그날 웃는 얼굴로 인사드리겠다"고 작별을 예고했다.
 
오재원은 야탑고를 졸업하고 200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9순위로 지명되어 두산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전체로는 72순위로 당시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된 꼴찌픽이었을 만큼 그야말로 간신히 프로의 문턱을 넘었다. 오재원은 고심 끝에 당장 프로에서 살아남기에는 스스로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경희대 진학을 택했고 대학을 졸업한 2007년에야 비로소 정식으로 두산에 입단했다.
 
출발은 늦었지만 오재원은 올해까지 무려 16시즌 동안 오로지 두산 한 팀에서만 활약한 '원클럽맨'으로 남으며 꼴찌의 반전을 일으켰다. 프로 1군 통산 총 1570경기에 출전해 타율 .267, 64홈런, 521타점, 678득점, 289도루를 기록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활약하며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5 WSBC 프리미어12 초대 우승에 기여했다.
 
주포지션은 2루수였지만 투수와 포수를 제외한 내외야 전포지션을 소화한 경험이 있을 만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도 활약했다. 전성기에는 30도루를 넘긴 시즌이 5회나 되고, 공격력은 아주 빼어나지는 않지만 뛰어난 작전수행능력과 중요한 순간에 한방을 터뜨리는 클러치능력을 바탕으로 '감독들이 사랑하는 선수로' 중용됐다.
 
또한 오재원은 2010년대 중반을 지배한 '두산 왕조'의 일원으로서 팀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3회 우승(2015~2016년, 2019년)에 기여한 핵심 멤버였다. 탁월한 리더십으로 스타플레이어가 넘쳐나던 전성기 두산의 주장을 장기간 역임했고, 2015년과 2019년에는 캡틴으로서 우승까지 이끌었기에 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넓은 수비 범위와 허슬플레이, 재치있는 야구 센스, 넘치는 승부욕은 오재원이라는 선수를 상징하는 트레이드 마크였다.
 
적일 땐 밉고 우리편일 땐 든든한 오재원


무엇보다 야구팬들에게 오재원은 강한 개성과 튀는 언행을 바탕으로,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그라운드에서 수많은 일화를 남긴 선수로 유명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스토리에 긴장감을 불어넣거나 선한 주인공이 빛나거나 하기 위해서, 때로는 갈등을 일으키는 '악역'이 필요하다. 흔히 빌런(Villain)이라는 불리우는 악역 캐릭터들은 비록 본인은 욕을 먹지만, 이슈를 만들고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때로는 오히려 악랄하지만 매력적인 악역이 주인공보다 더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오재원은 이른바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빌런의 대명사였다. 한창 주전으로 활약하던 시기에는 두산을 제외하고 다른 9개 구단 팬들에게서 '공공의 적'으로 불릴 만큼 비호감의 아이콘이기도 했다. 선후배 관계와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국내 프로야구판에서 보기 드물게 오재원은 상대 선수와의 잦은 신경전과 도발을 마다하지 않았고 비매너 플레이와 다혈질적인 감정표현으로 여러 차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오재원의 대표적인 별명 중 하나가 '오식빵'이다. 경기중 종종 혼잣말로 감정을 표출하면서 욕설을 하는 입모양이 식빵을 연상시킨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오재원의 과격할 정도의 승부욕을 상징하는 별명이 됐다. 이외 사인 훔치기 논란, 수비방해, 비공인 배트 사용 등의 사례도 있었다.

이러한 오재원의 승부욕과 기행 때문에 황당한 일화도 참 많이 남겼다. 2015년 NC 외국인 투수인 에릭 해커와 기싸움을 벌이다가 영어를 욕설로 잘못 알아듣고 발끈하여 벤치클리어링을 촉발시킨 일이 있었다. 같은 해 히어로즈전에서는 수비 상황에서 주자의 진로를 방해하는 위험한 수비를 하고나서 이번엔 국내 선수인 서건창의 혼잣말을 오해하여 또다시 말싸움과 벤치클리어링을 유발했다. 당시 상대팀 사령탑인 염경엽 히어로즈 감독이 "야구 좀 깨끗하게 하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2020년 LG전에서 벌어진 '변소 게이트' 해프닝도 유명하다. 대타로 지명되어 타석에 서야 했던 오재원이 급하게 화장실에 가느라 경기가 수 분이나 지연됐다. 사과도 없이 뒤늦게 타석에 들어선 오재원을 향하여 LG 벤치의 항의가 쏟아지자, 오재원은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는 샤우팅을 하는 모습으로 야구팬들의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이러한 일련의 해프닝들이 반복되면서 오재원은 뛰어난 야구실력과 팀성적에도 불구하고 야구팬들과 상대팀에게는 한동안 '밉상', '극혐'으로 낙인이 찍혔다. 사실 이러한 이미지 때문에 오재원과 관련이 없거나 그의 잘못이 아닌데도 억울하게 욕을 먹는 사례도 종종 발생했다. 또 오재원이 FA 자격을 얻었을 때 내야 보강이 비롯한 몇몇 팀들이 그의 영입을 검토했으나 해당 구단의 팬들이 격렬하게 반대하는 반응이 쏟아진 이유도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의 영향이 컸다.
 
'두산 왕조' 캡틴 오재원 은퇴 두산 베어스 내야수 오재원이 은퇴한다. 오재원은 2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은퇴식 예고글'을 올렸다. 두산 구단도 "팀의 마지막 경기인 10월 8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오재원의 은퇴식을 연다"고 밝혔다.

두산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 3번 우승(2015, 2016, 2019년)하는 동안 오재원은 핵심 내야수로 뛰었다. 2015년과 2019년에는 '주장 완장'을 차고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오재원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5년 프리미어12에서 태극마크도 달았다. 사진은 2019년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에서 통합 우승 뒤 트로피를 들고 있는 주장 오재원.

▲ '두산 왕조' 캡틴 오재원 은퇴 두산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 3번 우승(2015, 2016, 2019년)하는 동안 오재원은 핵심 내야수로 뛰었다. 2015년과 2019년에는 '주장 완장'을 차고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진은 2019년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에서 통합 우승 뒤 트로피를 들고 있는 주장 오재원. ⓒ 연합뉴스

 
하지만 정작 두산 팬과 소속팀 동료들 사이에서 오재원은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적극적이고 몸을 사리지 않은 플레이로 승리를 위하여 헌신하는 모습은 팀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적으로 만날 때는 '밉상'에 가깝지만, 아군일 때는 앞장서서 팀의 사기를 높여주고 궃은 일을 도맡아서 해주는 든든한 형님이 바로 오재원이었다. 또한 그라운드에서는 악동이었지만 정작 사생활이나 자기관리로 구설수에 휩싸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러한 오재원의 반전 매력을 전 국민에게 최초로 각인시킨 계기가 바로 2015년 프리미어12였다. 오재원은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에서 일본을 만나 0-3으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던 9회초 대타로 나서서 선두타자 안타를 뽑아냈다. 한국은 오재원의 출루로 시작하여 4-3 대역전극의 서막을 열었다.
 
역전에 성공한 후 같은 이닝에 다시 타석에 들어선 오재원은 만루 상황에서 풀스윙으로 큼지막한 장타를 쏘아올리고는 홈런을 직감한 듯 멋진 배트플립(빠던)을 선보이기도 했다. 아쉽게도 타구는 펜스 바로 앞에서 잡혔지만, 당시 한일전을 지켜보던 양국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대호의 역전 결승타보다도 오재원의 빠던이 더 인상적이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 경기로 인하여 오재원은 일약 구대성-이승엽-봉중근 등에 이어 한일전이 배출한 새로운 히어로로 등극하며 '오열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실제로 이 경기 이후 "상대팀일 때는 그렇게 얄밉더니, 우리 편으로 보니까 든든하다"며 오재원을 다시 보게 되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일전과 더불어 오재원의 진가가 재조명된 또다른 계기는 바로 '팬서비스'에서의 미담들이다. 그라운드에서의 까칠하고 다혈질적인 모습와 달리, 그라운드 밖에서 오재원은 팬서비스가 누구보다 빼어난 선수였다. 심지어 한국시리즈같은 중요한 경기에서 패배한 직후나, 상대팀들 팬들에게 요청을 받았을 때도 흔쾌히 사인을 해줬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야구선수들의 사인거부나 형편없는 팬서비스가 한창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시기였다. 정작 사인해달라면 욕할 것 같았던 이미지의 오재원이 사실 누구보다 팬서비스에서 친절하고 성실한 선수였다는 의외의 '반전'은 야구팬들에게 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오재원이 남긴 훈훈한 일화들
 
'두산 왕조' 캡틴 오재원 은퇴 두산 베어스 내야수 오재원이 은퇴한다. 오재원은 2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은퇴식 예고글'을 올렸다. 두산 구단도 "팀의 마지막 경기인 10월 8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오재원의 은퇴식을 연다"고 밝혔다.

두산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 3번 우승(2015, 2016, 2019년)하는 동안 오재원은 핵심 내야수로 뛰었다. 2015년과 2019년에는 '주장 완장'을 차고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오재원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5년 프리미어12에서 태극마크도 달았다. 사진은 2015년 11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준결승 한일전에서 9회초 대타 출전해 안타를 치는 오재원.

▲ '두산 왕조' 캡틴 오재원 은퇴 2015년 11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준결승 한일전에서 9회초 대타 출전해 안타를 치는 오재원. ⓒ 연합뉴스

 
또한 오재원이라고 해서 상대팀에게 항상 시비만 걸고 갈등을 빚었던 것은 아니다. 커리어 후반기로 갈수록 의외로 훈훈한 일화도 많이 남겼다. 2016년 한화전에서 투수 송창식을 상대로, 오재원의 '고의삼진' 의혹이 대표적이다.

당시 김성근 감독에 의하여 '문책성 벌투' 논란에 휩싸이며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한창 난타당하던 송창식에게, 오재원은 정작 스윙 한 번 하지 않고 3구 만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심지어 삼진을 당한 후에도 아쉬워하거나 뒤도 안 돌아보고 쿨하게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오재원은 고의삼진 의혹의 진위에 끝까지 함구했지만, 팬들은 오히려 오재원에게 박수를 보냈다.
 
2017년에는 이대호와의 훈계 논란이 있었다. 당시 오재원은 2루 땅볼 수비 상황에서 1루주자였던 이대호를 일반적인 포스아웃이 아닌 직접 태그해서 아웃시켰는데, 이를 두고 이대호는 당시 두산이 크게 앞서있던 상황에서 후배인 오재원이 장난스러운 행동을 했다고 판단하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대호가 경기 후 정색한 표정으로 오재원을 불러 무언가 훈계를 하는 듯한 모습이 중계화면에 포착했고, 야구팬들은 이대호의 반응이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쏟아지며 '꼰대호'라는 조롱까지 등장했다. 이대호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오히려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리고 이튿날 이어진 경기에서 오재원은 볼넷으로 출루하며 1루수였던 이대호와 다시 마주쳤다. 그런데 오재원은 돌연 두 팔을 벌려 이대호를 격하게 포옹했다. 뜻밖의 논란으로 마음고생을 했을 선배를 위로하면서, 두 사람간의 관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이대호도 당황했지만 이내 오재원의 등을 두드려주며 미소를 지었다. 구구절절한 설명없이도 단 한 번의 포옹으로 단숨에 모든 논란을 불식시킨 상남자스러운 대응은, 오재원의 미워할 수 없는 '츤데레'적인 매력을 보여준 명장면이었다.
 
특유의 승부사적인 근성으로 숱한 에피소드를 만들었던 오재원도 세월의 흐름만큼은 거부하지 못했다. 오재원은 2019년부터 에이징 커브를 맞이하며 기량이 급속하게 쇠락했다. 팀이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2021시즌에는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고, 마지막 시즌이었던 올해도 SSG 랜더스와의 경기를 끝으로 1군 무대에 서지 못했다. 퓨처스(2군)리그에서도 5월 19일 한화 이글스전 이후에 출전하지 않으며 일찌감치 은퇴가 예상된 상태였다.
 
마무리는 아쉬운 모양새가 되었지만 오재원은 선수로서 모든 영광을 다 누리며 '영원한 두산맨'으로 남고 싶다는 목표를 성공적으로 이뤘다. 오재원은 "은퇴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작을 두산베어스 팬들과 함께하고 싶다. 팀을 떠나도 끝까지 후배들을 위해 노력하며 영원한 두산인으로 살겠다"고 밝히며 은퇴가 끝이 아닌, 야구인생의 새로운 2막임을 예고했다.
 
야구팬들 사이에서 한때 '식빵'으로 불리던 오재원의 별명은 선수생활 후반부에 접어들며 '우리혐(극혐+우리형)'까지 진화했다. 욕하면서 미운 정이 든다는 말처럼, 사건도 사고도 많았지만 항상 야구와 소속팀, 팬들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했던 오재원의 진정성 덕분일 것이다. 모두에게 사랑받지는 못해도,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매력적인 빌런, 오재원이라는 선수가 프로야구 팬들의 기억속에 남긴 가장 강렬한 이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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