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2%의 좁은 문'... KBO 신인드래프트 미지명, 실패가 아닙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웃지 못했더라도, "끈기 잃지 않는다면 다음 기회는 온다"는 말 잊지 않길

2026 KBO 신인 드래프트 17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천안북일고 오른손 투수 박준현(앞줄 왼쪽에서 세번째)을 비롯한 지명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 KBO 신인 드래프트17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천안북일고 오른손 투수 박준현(앞줄 왼쪽에서 세번째)을 비롯한 지명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가장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 '공개 채용' 현장을 꼽으라면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을까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특별히 이름까지 붙여 치르는 공채 시험을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을 테고, 공무원 시험 당일의 분주한 모습을 떠올린 분들도 많을 텝니다.

하지만 모든 방송국의 카메라가 몰리는, 주목받는 '공개채용 현장'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프로 스포츠에 새로이 취업하게 될 사회 초년생 선수들을 뽑는 신인 드래프트 현장입니다. '내 응원 팀에 어떤 선수가 신입사원으로 들어올지' 스포츠 팬들이 누구보다도 설레는 마음으로 이 취업 현장을 보았을 것이고요.

당장 17일, 서울 한복판에서 진행되었던 프로야구, KBO 리그의 신인 드래프트는 매년 그래왔듯, 스포츠 방송국들이 일제히 중계를 할 정도로 관심이 쏠리기도 했습니다. 지명된 선수들이 설레면서도 긴장된 표정으로 유니폼을 입고, 웃음 그리고 눈물로 기쁨을 표현하는 모습은 야구 팬에게 미소를 지어지게끔 했죠.

그동안 흘린 땀방울을 알기에 더욱 아쉬웠던 경쟁률

고교 선수들이 그리고 대학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은 그라운드를 다 적시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프로야구도 낮 경기를 삼가던 7월, 8월에 햇빛이 쬐면 40도를 육박하는 온도의 그라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고 쳐내야 했죠.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만 겨우 돌아가는 더그아웃에서도 목소리를 높여 열심히 응원까지 해야 했습니다.

가장 더울 때에 세 번에 걸쳐 열린 전국대회에서 선수들은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뛰었습니다. 안타 하나, 출루 하나라도 더 만들기 위해 1루로 전력질주를 해 결정적인 순간 세이프를 선언받아 경기장에 우뚝 서고, 강한 학교의 타선을 잠재우는 호투를 펼친 뒤 덕아웃으로 돌아올 때면 동료들과 함께 더위를 잊은 기쁨을 나누기도 했죠.

물론 팀의 승리를, 나아가 전국대회에서 팀의 좋은 성적을 위한 순수한 마음이 선수들에게는 가장 중요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을 만나면 말미에는 누군가가 물어보든, 먼저 이야기를 하든 꼭 들어가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곧 있을 프로 지명에서 좋은 결과를 받고 싶다'는 것이 선수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KBO 신인 드래프트는 선수들이 흘린 노력을 생각하면 참 좁은 '취업문'입니다. 이번 KBO 신인 드래프트에 신청서를 제출한 학생은 고교 선수 930명, 대학 선수 216명과 '얼리 드래프트' 신청자 51명, 그리고 해외·독립 선수를 포함해 1261명에 달합니다. 하지만 그중에서 프로 유니폼을 입어볼 수 있는 선수는 110명에 불과했습니다.

전체 선수들 가운데 8.72퍼센트에 불과한 확률, 그리고 살아남지 못한다면 대학·독립리그 등을 거친다 한들 야구로 밥을 벌어먹고 살 수 있는 끈이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 아직 고교 졸업조차 하지 못했던 열 아홉 살에, 야구만을 알고 달려왔던 스무 세 살에 불과한 선수들에게는 정말 가혹한 경쟁입니다.

특히 주목을 충분히 받고, 경기장에 찾아오는 이들이라도 많았던 명문고등학교의 경기와는 달리, 갓 창단된 고등학교나 대학교 그리고 '베이스볼 클럽'의 경기에는 찾아오는 사람들 역시 많지 않았기에 '나는 충분히 잘 했는데, 왜 나의 진가를 몰라줄까' 하는 아쉬움마저 드는 것이 사실. 어쩌면 실력에 따라 호명된다고는 하지만 공평하지 않은 광경처럼 느껴질 법도 합니다.

미지명은 '실패'가 아니기에

하지만 드래프트에서의 미지명은 선수 개인으로서, 나아가 그간 오랫동안 노력했던 나 자신이 실패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심지어는 나 자신도 아직 자신의 진가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설마 지명이 되었다 한들 지명의 순서와 야구선수로서, 인생으로서 성공하는 순서는 늘 같지 않습니다.

높은 순위로 지명된 선수가 구단과 팬의 속을 썩이던 끝에 방출되는 사례를 자주 만나기도 하고, 하위 라운드 선수, 나아가 독립리그를 거친 끝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던 선수가 국가대표 선수로 거듭나며 리그를 대표하는 경우도 워낙 많이 만납니다. 결국 지명 라운드와 미지명 여부는 단순히 스무 살의 또는 스무 세 살의 나를 평가하는 잠시의 '중간 성적표'인 셈입니다.

예를 들고 싶은 선수도 있습니다. 부산고등학교에서 팀의 우승을 이끌며 활약했던 성영탁(현 KIA)은 팀을 비롯해 자신이 기록했던 높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202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96번째, 10라운드로 이름이 불렸습니다. 예상보다도 낮은 지명이었기에 아쉬울 법도 했겠지만, 성영탁은 2025 시즌 KIA 타이거즈에서 필승조 불펜으로 등극, '10라운더의 기적'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일본의 센가 코다이(뉴욕 메츠) 역시 고등학교 진학 후에 투수로 포지션을 바꾼 탓에 구속이 느려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고, 육성 선수로 소프트뱅크에 입단했습니다. 하지만 입단 3년 만에 1군 주전 멤버로 올라, 27경기 연속 무실점의 대기록을 써내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주목받았습니다. 결국 2023년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에 진출, '육성선수 신화'의 한 페이지를 쓴 선수가 되었습니다.

17일 열린 2026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축사했던 허구연 KBO 총재도 마찬가지의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허 총재는 "오늘 이름이 불리지 않는 선수에게도 말씀드린다. 꿈은 오늘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야구를 향한 간절함과 끈기를 잃지 않는다면 또 다른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라고 말했던 바 있습니다.

이는 비단 야구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늘 웃지 못했더라도, 누구라도 간절함과 끈기를 잃지 않는다면 다른 무대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원하는 무대에 올라 모두의 환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드래프트는 잠시의 중간 성적표일 뿐입니다. '미지명'이라는, '불합격'이라는 단어는 중간 성적표로 남기고, 먼 미래의 최종 성적표를 위해 모두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야구 고교야구 신인드래프트 KBO신인드래프트 대학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