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소녀의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요. 아등바등 사느라 자주 놓치게 되는 당신의 낭만을 위하여, 잠시 헤드폰을 써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현실보단 노래 속의 꿈들이 진실일지도 모르니까요. Dreams are my reality.[기자말]
 아이브

아이브 ⓒ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지금 국내 음원차트 멜론에서는 걸그룹 3파전이 한창이다. 아이브의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 뉴진스의 '어텐션(Attention)', 블랙핑크의 '핑크 베놈(Pink Venom)'이 1, 2, 3위를 다투고 있는 것. 1위는 아이브가 야무지게 거머쥐고서 놓아주지 않는 형세다.

겨우 데뷔 9개월밖에 안 된 신인 아이브(안유진·가을·레이·장원영·리즈·이서)의 고공행진이 아찔할 지경이다. 지난달 22일 발매한 신곡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의 인기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이들의 전작들인 '러브 다이브(LOVE DIVE)', '일레븐(ELEVEN)'도 차트 상위권에서 붙박이처럼 붙어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쯤이면, 이들이 4세대 아이돌의 선두에 서 있다는 건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아이브는 MBC M <쇼! 챔피언>과 SBS MTV <더 쇼>를 비롯한 음악 방송에서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로 6관왕에 올랐다. 앞서 '일레븐(ELEVEN)'으로 지상파 3사 트리플 크라운을 포함 13관왕, '러브 다이브(LOVE DIVE)'로 10관왕을 한 것까지 더하면 이들은 데뷔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음악 방송 29관왕의 기록을 작성한 것이다. 빌보드의 여러 차트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커리어 하이를 경신중이다.

성숙하면서도 트렌디한 노래가 강점
 
 아이브

아이브 ⓒ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아이브의 인기 비결을 가늠해보자면 그 중심엔 노래의 힘이 있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아이브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그 의외성에 놀랐다. 매우 '요즘 노래'스러울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의외로 뭔가 예전 K팝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4세대 아이돌 대표', 'MZ세대의 아이콘' 등의 수식어를 가진 팀인 만큼 극도로 트렌디한 음악을 보여줄 것이란 나의 생각이 빗나간 것인데, 그 빗나감이 오히려 신선하고 상쾌하게 다가왔다.

"아이브 곡들은 예전 K팝 감성과 트렌디함을 다 갖춘 것 같다"라는 한 네티즌의 댓글에 공감한 이유다. 다른 댓글도 눈길을 끌었다. "솔직히 원래 아이돌에 편견도 좀 있고 해서 다 가기서 거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브는 이번 곡도 그렇고 이전 곡 '러브 다이브'도 그렇고 되게 고급지다"라는 의견이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렇게 평했다.

"노래를 잘 뽑는 게 팬덤 형성에 진짜 큰 영향 미치는 듯하다. '애프터 라이크'를 들으면 노래 콘셉트나 가사, 음악이 너무 잘 어울려서 듣는데 들뜬다. 만화 주인공에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것처럼 아이브에 호감이 가게 되더라."

대중으로부터 노래 좋다는 이야기를 듣는 데 가사도 크게 작용한 듯하다. 노랫말을 들어보면, 사랑에 빠진 마음을 마냥 어린 소녀의 풋풋한 감정 정도로 귀엽게만 표현하고 있진 않다. 개인적으로 아이브 노래들의 가사에서 어딘지 모르게 성숙하다는 인상을 받았고, 이런 성숙함에서 묘한 무게감이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모르지 내 마음이/ 저 날씨처럼 바뀔지/ 날 나조차 다 알 수 없으니/ 그게 뭐가 중요하니/ 지금 네게 완전히/ 푹 빠졌단 게 중요한 거지

두 번 세 번 피곤하게/ 자꾸 질문하지 마/ 내 장점이 뭔지 알아?/ 바로 솔직한 거야/ 방금 내가 말한 감정/ 감히 의심하지 마/ 그냥 좋다는 게 아냐/ What's after 'LIKE'?

특히 '내 장점이 뭔지 알아? 바로 솔직한 거야'라는 부분이 좋았다. 드라마 대사처럼 느껴졌달까. 앞서 미국의 유명 음악전문 매체 빌보드의 칼럼니스트 제프 벤자민은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 가사에 대해 "자기애를 기반으로 한 자신감 넘치는 메시지가 훌륭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제프 벤자민은 아이브에 대해 "K팝의 새로운 전성기를 이끄는 이 새로운 걸그룹이 1970년대의 대표 디스코곡을 샘플링한 노래로 컴백을 했다. 이러한 샘플링을 통해 아이브는 기존 팬들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언급했듯, 예전 K팝 같은 그 느낌이 바로 새로운 팬들, 즉 나이가 좀 있는 세대들까지 아우르고 있는 듯하다. 10대와 20대에겐 가사 등에서 느껴지는 성숙한 감성이 오히려 멋있고 신선하게 다가갈 것이고, 30대와 40대 이상에겐 그 성숙함이 노래를 덜 유치하게 느끼게 하여 호감을 일으킬 것이다. 

'걸그룹 전성시대'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요즘이다. 그 치열한 세계의 중심에서 당당하게 선두를 이끌고 있는 신인 아이브의 다음 노래가 궁금해진다.
 
아이브 장원영 안유진 애프터라이크 러브다이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