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쉬헐크> 드라마 포스터

▲ <변호사 쉬헐크> 드라마 포스터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여느 직장인과 다름없이 지내던 검사 제니퍼 월터스(타티아나 마슬리니 분)는 교통사고로 사촌 오빠 브루스 배너(마크 러팔로 분)의 '헐크' 피가 섞이면서 강력한 힘을 지닌 '쉬헐크'로 거듭나게 된다. 변신을 통제하며 지내던 제니퍼는 초인적 힘을 가진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 타이타니아(자밀라 자밀 분)가 재판 도중에 난동을 부리자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쉬헐크로 변신한다. 

이후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는 통에 더 이상 검사 생활을 할 수 없게 된 제니퍼는 한 대형 로펌으로부터 슈퍼휴먼법을 전담하는 부서의 변호사로 일할 것을 제안 받는다. 학자금 대출이 아직 남은 상태인데다 법조인으로 쌓아온 자신의 커리어를 물거품으로 만들고 싶지 않은 그녀는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들인다.

<완다비전>, <팔콘과 윈터 솔져>, <로키>, <호크아이>, <문나이트>, <미즈 마블>에 이어 마블 스튜디오가 디즈니+를 통해 공개한 7번째 드라마 <변호사 쉬헐크>는 스탠 리와 존 부셰마가 1980년 내놓은 마블 코믹스의 'Savage She-Hulk #1'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래 판타스틱 포, 퓨처 파운데이션, 어벤져스, 디펜더스 등에서 주요 멤버로 활약하며 현재까지 팬들의 사랑을 받는 인기 캐릭터 '쉬헐크'를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이다. 내용은 제목 그대로 슈퍼히어로 장르를 기반으로 한 법정드라마다.

<변호사 쉬헐크>는 '변호사'라는 직업적 특성과 '슈퍼히어로'라는 정체성을 모두 갖춘 캐릭터를 통해 지금껏 만나지 못했던 색다른 히어로의 재미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재판에서 다루는 사건들이 흥미롭다. 예를 들면 슈퍼히어로 명칭 도용 문제, 마술과 슈퍼파워의 경계, 슈퍼히어로와 슈퍼빌런의 경계 등으로 현실 세계에서 접하는 상표권, 저작권 문제 등을 슈퍼히어로 장르 안에서 유쾌하게 비틀었다.
 
<변호사 쉬헐크> 드라마의 한 장면

▲ <변호사 쉬헐크> 드라마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마블 코믹스의 쉬헐크는 '제4의 벽'(연극 무대에서 유래한 용어로 무대에서 객석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보이지 않는 제4의 벽이 있다고 가정하는데 무대, TV, 영화, 애니메이션 등에서 등장인물이 관객에게 말을 걸거나 참여를 유도하는 경우에 "제4의 벽을 깬다"라고 표현한다)을 깨뜨린 캐릭터로 유명하다. 제4의 벽을 깬 작품의 특징은 드라마 <변호사 쉬헐크>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극 중에서 제니퍼는 <데드풀> 시리즈의 '데드풀'처럼 시청자에게 주변 상황을 설명하거나 심리를 묘사하는 말을 건네며 웃음을 전한다. 브루스 배너/헐크 역할을 맡은 마크 러팔로는 "'쉬헐크'는 자기가 극 중 캐릭터라는 걸 안다. 그 점이 <변호사 쉬헐크>의 재미 중 하나이며 파격적인 혁명이다."라며 기존의 마블 스튜디오의 드라마와 차별화된 면을 설명한다.

다른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나 드라마처럼 <변호사 쉬헐크>도 기존 마블 작품 속 인기 캐릭터들이 대거 출연한다. 브루스 배너/헐크 외에 <인크레더블 헐크>(2009)의 메인 빌런이었던 에밀 블론스키/오보미네이션(팀 로스 분), <닥터 스트레인지> 시리즈의 웡(베네딕트 웡 분), 드라마 <데어데블> 시리즈와 <디펜더스>의 주인공이자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에 등장한 맷 머독/데어데블(찰리 콕스 분) 등이 나온다. 가장 눈길을 끄는 조연 캐릭터는 카미르 타지에서 마법 훈련을 받다 쫓겨나 싸구려 마술쇼를 진행하는 마술사로 전락한 도니 블레이즈다. <고스트 라이더>의 주인공이 조니 블레이즈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 캐릭터는 향후 제작할 <고스트 라이더>의 떡밥으로 짐작된다.
 
<변호사 쉬헐크> 드라마의 한 장면

▲ <변호사 쉬헐크> 드라마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디즈니+가 국내 언론에 선공개한 <변호사 쉬헐크> 1~4화(전체 분량은 9화)는 슈퍼히어로 장르의 범주를 넓히는 가운데 여성 서사를 가미한 마블 스튜디오의 선택이 돋보인다. <변호사 쉬헐크>는 주인공뿐만 아니라 메인 빌런인 타이타니아, 각본을 쓴 제시카 가오, 연출을 맡은 캣 코이로 감독까지 주요 인물은 전부 여성으로 채워졌다. 이런 선택은 너무나 당연하다. <변호사 쉬헐크>는 슈퍼히어로물이면서 법정드라마이자 30대 직장 여성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변호사 쉬헐크>에서 제니퍼가 마주하는 메인 빌런은 타이타니아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녀가 싸울 대상은 여성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언론과 대중이 붙인 쉬헐크란 이름으로 인해 헐크의 파생품처럼 느껴진다는 제니퍼), 여성을 향한 혐오("왜 슈퍼히어로를 다 여자로 바꿔요?"란 극 중 SNS 반응), 여성을 억누르는 가부장적 태도(브루스가 충고하는 방식을 거부하며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사람들을 돕겠다는 제니퍼)다. 앞으로 공개할 에피소드에서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묘사할지 기대된다. 참고로 에피소드마다 크레딧 다음에 쿠키 영상이 나오니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
변호사 쉬헐크 타티아나 마슬리니 마크 러팔로 캣 코이로 제시카 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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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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