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여름방학 시즌이 돌아왔다. 말 그대로 재충전이 시간이다. '유느님' 유재석도 여름방학을 보내게 됐다. 공교롭게도 그가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비슷한 시기에 휴식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먼저 3개월 동안 휴지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MBC <놀면 뭐하니?>도 재정비에 돌입했다. 3주년을 맞은 <놀면 뭐하니?>는 6일 방송을 끝으로 3주간 휴방을 결정했다. 

당분간 시청자들이 '유느님'을 만날 수 있는 채널은 SBS <런닝맨>만 남았다. 일각에서는 (이때다 싶어) '유재석의 위기'를 언급하기도 한다. 조금 섣부른 판단이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놀면 뭐하니?>로 이어지는 휴식기는 유재석의 위기라기보다 각각의 프로그램들의 위기였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같은 말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엄연히 다른 이야기다.

최근 들어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윤석열 대통령(당시 당선자) 출연 등으로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고, 이후 명쾌하지 않은 해명과 대처로 후폭풍에 시달렸다. 대통령 선거 이후 사회적 갈등이 증폭된 상황에서 무려 '절반'의 미움을 받아야 했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방향을 상실했다는 점에서 골수팬들의 신뢰를 잃은 게 큰 타격이었다. 

또 2018년 첫 방송 이후 2번의 재정비 시간을 가졌던 것과 달리 2020년 3월부터 쉼없이 달려오면서 제작진의 번아웃이 가속화됐다. 결정적으로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론칭하고 연출했던 김민석·박근형 PD가 JTBC로 이적하면서 재정비가 불가피했다. tvN 예능 제작 시스템상 휴식기를 갖는 건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현재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문제적 상황에 봉착한 것은 사실이다.  

<놀면 뭐하니?>의 사정은 좀더 심각하다. 아무래도 '코어' 역할을 했던 김태호 PD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박창훈 PD 체제로 빠르게 재편해 뒷수습에 나섰지만,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았다. 갑자기 프로그램을 맡게 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7개월 동안 박창훈 PD만의 색깔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전임 김태호 PD가 깔아놓았던 아이템을 우려먹는다는 비판은 뼈 아팠다. 

5인 체제로의 변화도 신통치 않았다. 하하와 정준하를 통해 <무한도전>의 향수를 자극하려 했지만, 최근 방송 트렌드에 따라가지 못하는 올드한 모습을 보여줬다. 미주와 신봉선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겉돌았다. WSG 워너비' 프로젝트는 4개월 가까이 방영되며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줬다. 여러 프로젝트를 병행했던 김태호 PD 체제와는 달리 역량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tvN

 
여름방학을 맞이한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놀면 뭐하니?>는 저마다 '숙제'를 떠안았다. 숙제의 타이틀은 아마도 '정체성'일 것이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지금처럼 유명 인사들을 초청해 인터뷰를 나누는 형식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변화를 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거리를 누비며 시민과 인터뷰를 나눴던 초창기의 생생함을 추억하는 시청자들의 '니즈'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놀면 뭐하니?>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야 한다. 5인 체제로 변경된 만큼 각자의 캐릭터와 조합을 살리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새 멤버 충원도 고려 대상이다. 또, 트렌드를 따라가기 벅차다면 중장년층으로 타깃을 전환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김태호 PD가 새로움과 도전이었다면, 박창훈 PD는 '올드 스쿨'에 가깝다. 가령, 이경실, 박미선, 조혜련이 출연했던 '누나 특집' 아이템을 활용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한편, 유재석의 시간은 빠르게 흐를 예정이다. 우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코리아 넘버원>이 하반기에 공개된다. <코리아 넘버원>은 한국의 넘버원 장인을 찾아가 전통 노동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tvN <일로 만난 사이>처럼 유재석표 땀 흘리며 노동하는 예능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JTBC <효리네 민박>의 정효민 PD가 연출을 맡고, 김연경과 이광수가 함께 출연한다.  

9월에는 디즈니 플러스 예능 <더 존: 버터야 산다>가 공개된다. <더 존: 버텨야 산다>는 인류를 위협하는 재난 속 인류대표 3인방의 생존기를 그려낸 '재난 예능'이다. 유재석은 <런닝맨>의 초창기 연출을 맡았던 조효진 PD, 이광수와 권유리와 협업한다. 이처럼 유재석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날 예정이고, 다른 프로그램의 휴식은 피로감을 줄여준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다행스럽다. 

시즌제로 진행하면서 주기적인 휴식기를 갖거나 자체적으로 재정비 시간을 갖는 건 프로그램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고, 제작진과 출연자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약점과 한계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프리랜서 고용직들의 처우가 문제가 될 수 있을 텐데 유재석은 MBC에 일정 부분의 임금 보전을 요청했고, MBC 측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여름방학을 선언한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놀면 뭐하니?>가 충분한 휴식과 함께 발전된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놀면 뭐하니? 유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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