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르 : 러브 앤 썬더 > 스틸컷

< 토르 : 러브 앤 썬더 >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마블 '페이즈 4'의 기대작 <토르 : 러브 앤 썬더>가 베일을 벗었다. 세간의 평가는 기대를 밑돈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토르 : 라그나로크>(2017)과 <조조 래빗>(2020)이 끌어올린 기대치에 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명배우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신 도살자' 고르가 가공할 긴장감과 공포를 조성하며, 토르와 제인 포스터(나탈리 포트만 분)의 사랑 이야기도 여운을 남긴다. 하지만 이것이 시종일관 개그를 시도하는 극의 분위기에서 불협화음을 빚기도 한다. 타이카 와이티티는 비극 가운데에서도 웃음을 끌어내는 데에 능한 감독이지만, 이번에는 그 욕심이 과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토르 : 러브 앤 썬더 >는 재미있는 상업 영화다. 다채로운 영상미는 물론 히어로 영화에게 기대할 수 있는 재미를 충족한다. 감독의 스타일에 함몰된 나머지, 장르의 미덕을 아예 보여주지도 못한 일부 작품과 비교하는 것은 실례다.

타이카 와이티티는 전작 <라그나로크>의 성공 문법을 그대로 이어 나간다. 록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라그나로크>에서 토르가 '천둥의 신'으로 각성하는 순간은 지금도 회자된다. 북유럽 신화에 착안한 노래인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Immigrant Song'은 토르의 체급 자체를 끌어올리는 음악이었다.
 
"The hammer of the gods We'll drive our ships to new lands"
신의 망치가 우리 배를 새 땅으로 인도하네

- 'Immigrant Song(레드 제플린)' 중
   
 건즈 앤 로지스의 대표 앨범 'Appetite For Destruction'(1987)

건즈 앤 로지스의 대표 앨범 'Appetite For Destruction'(1987)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라그나로크>가 레드 제플린의 신화를 소환했다면, <러브 앤 썬더>는 더 나아가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 헌정 영화로 완성되었다. 영화 초반부, 토르와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가 팀을 맺고 벌이는 전투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노래는 건즈 앤 로지스의 'Welcome To The Jungle'이다. 슬래시가 연주하는 이 곡의 기타 리프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 리프를 뽑을 때마다 빠지지 않는다.

영화의 예고편은 물론, 영화의 중반부와 엔딩을 장식하는 'Sweet Child O' Mine'의 기타 리프는 가슴을 설레게 한다. 보컬 액슬 로즈의 전 아내인 에린 에벌리를 위해 쓰인 이 러브송은, 오랜만에 재회한 토르와 제인의 관계와도 어울린다. 그외에도 'Paradise City', 그리고 'November Rain'의 기타 솔로 역시 영화의 중요한 순간에 활용된다.

1985년에 결성된 건즈 앤 로지스는 1980년대 헤비메탈의 아이콘이다. 데뷔 앨범 < Appetite for Destruction >를 포함해, 1억 장의 앨범을 판매했고, 빌보드 차트를 점령했다. 쇳소리처럼 날카로운 목소리를 자랑하는 보컬 액슬 로즈(Axl Rose)와 기타리스트 슬래시(Slash)의 조합은 전세계를 뒤흔들 만큼 강렬했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건즈 앤 로지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 중 하나다. 우리가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미친 모험을 표현하기 위해 이 밴드의 음악을 사용하는 것은 오랜 꿈이다"라며 팬심을 고백하기도 했다. 헤임달(이드리스 엘바 분)의 아들인 아스가르드인 아스트리드가 자신의 이름을 '액슬'이라 부르는 것 역시, 와이티티의 팬심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대목이다.
 
"Her hair reminds me of a warm safe place
Where as a child I'd hide
And pray for the thunder and the rain to quietly pass me by"
그녀의 머리카락은 따뜻한 안식처를 떠올리게 해요.
어릴적 난 그곳에 숨으면서, 천둥과 비바람이 조용히 지나가길 바랐죠.

- 'Sweet Child O' Mine(건즈 앤 로지스) 중
 
 < 토르 : 러브 앤 썬더 > 스틸컷

< 토르 : 러브 앤 썬더 >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번 선곡은 타이카 와이티티, 그리고 마블의 '뮤직 슈퍼바이저'인 데이브 조던(Dave Jordan)의 작품이다. 데이브 조던은 <아이언맨>(2008)을 시작으로,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에 삽입되는 곡들을 직접 선곡해온 인물이다.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세속성을 드러낼 때는 AC/DC나 블랙 사바스의 하드록 음악이 등장했다.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에서는 레드본의 'Come And Get Your Love'나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의 'Mr. Blue Sky' 같은 올드팝이 우주 공간에 울려 퍼지는 모습을 즐길 수 있었다.

영화에 대한 호오를 떠나, 토르와 록의 조화는 이번에도 성공적이다. 흰 프린팅 티셔츠 위에 가죽 조끼를 걸치고, 청바지를 입은 채 도끼를 휘두르는 토르의 모습은 스타디움 무대의 록스타를 닮았다. 천둥을 다루는 그의 활약에 어울리는 것은 금속성의 메탈 음악이다. 다소 유치하고 복고적인 느낌의 글씨체 역시, 록이 가장 화려하게 빛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엔드 게임>에서 모든 것을 잃고 무너졌던 토르의 모습은 유수의 록스타들이 술과 마약에 빠져 무너지던 모습을 닮았다. 비록 예전같은 목소리를 내진 못하고 있지만, 건즈 앤 로지스는 2016년 재결성 이후 활발한 공연 활동을 벌이고 있다. 토르도 여러 상실을 딛고 호쾌한 모험을 지속하고 있다. 아스가르드의 고귀한 왕자였던 토르를, 이제는 '록스타형 히어로'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다.
토르 타이카 와이티티 마블 건즈앤로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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