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소녀의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요. 아등바등 사느라 자주 놓치게 되는 당신의 낭만을 위하여, 잠시 헤드폰을 써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현실보단 노래 속의 꿈들이 진실일지도 모르니까요. Dreams are my reality.[기자말] |
가수 이무진이 '신호등'에 이어 더 솔직한 노래로 돌아왔다. 제목도 특이한 '참고사항'이다. 이 곡은 진정한 가르침을 주는 선생님이 아닌, 가르치려 드는 사람들에게 외치는 메시지로, 주변의 수많은 강요나 가르침을 단지 '참고사항' 정도로만 가려듣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내 인생은 내 거야', '내가 최고야'라고 직접적으로 외치는 노래들이 내세우는 당당함이 대부분인 요즘, 이무진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당당함'은 더욱 힘이 세 보인다. 당신의 말은 내게 참고사항일 뿐이라는 가사의 당돌함은 듣는 이에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지난 23일 이무진은 다섯 곡이 수록된 첫 번째 미니앨범 < Room Vol.1(룸 볼륨.1) >을 발매했고, '참고사항'은 그중 타이틀곡이다. 방송 데뷔 이전과 이후의 삶이 너무 달라져서, 데뷔 이전의 이야기를 담은 곡을 자취방을 모티브로 하여 풀어냈다는 이 앨범에서 그는 자신의 유년 시절부터 대학 입시, 데뷔 이후에 걸친 자전적 이야기를 직접 작사, 작곡하여 풀어냈다.
듣고 싶지 않은데/ 듣고 싶지 않은데/ 자꾸 귀에 들려오네/ (듣고 싶지 않은 말들)
웃고 싶지 않은데/ 웃고 싶지 않은데/ 입꼬리를 올려야 해/ (웃고 싶지 않은 얼굴들)
이렇게 시작하는 '참고사항'은 일단, 청량한 멜로디가 즐겁다. 그런데 가사는 그게 아니다. 제법 뾰족하고 까칠하다. 가사를 더 살펴보기 전에 뮤직비디오 이야기를 잠시 해보자. 뮤직비디오는 '라떼버전'과 'MZ버전' 두 개가 있는데 둘 다 면접관 앞에 선 구직자들의 모습을 그린다. 이무진 역시 구직자의 하나로 출연한다. 배우 이경영이 면접관석 중심에 앉아 권위적이고 자신만만한 태도를 취한다. 뮤비의 설정처럼, 면접장에 간 젊은이들의 상황을 떠올리면 이 곡의 가사가 더욱 선명하게 와 닿을 것이다.
당당히 하나 말씀드리자면은/ 우리 마음 하나하나 다 소중한 거예요/ 존중받아야 해요
누구나 면접 한 번쯤은 본 적 있을 것이다. 그때의 자신의 상황을 떠올려보라. 평가받는 입장에 선 나는 면접관의 말에 억지로 호응하고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고 가끔은 거만함이 스며 나오는 그들의 태도를 미소를 잃지 않고서 견뎌야 한다. 엉뚱한 충고도 감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면접을 예로 들었지만, 일상에서 나를 가르치려고 드는 사람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들에게 이무진은 말한다. 우리 마음 하나하나 다 소중한 것이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이다.
네 선생님 그리 말씀하셔도/ 남의 밥그릇 뺏으면 안 되냐셔도/ 화를 내셔도 저는 그게 싫어요/ 여러분의 말씀은 그저 그런 참고사항일 뿐입니다
통쾌하다. 여러분의 말씀은 그저 그런 참고사항일 뿐이라고 분명히 얘기하는 가사가 이렇게 시원할 수 없다. 이무진은 앞서 23일 가진 쇼케이스에서 "우린 모두 꿈에 관한 이상한 참견들을 듣고 살아간다"라며 "예체능에서 더 듣는 것 같고, 음악 중에서도 보컬이 더 많이 듣는 것 같다. 보컬 전공할 때 정말 많은 참견을 들었다. 솔직한 내 심정으로는 '네가 뭘 알아?' 그러고 싶었는데 '참고사항 정도로 받아들여주겠다'라고 말하는 내용이다"라고 가사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이 곡을 들은 청자들도 공감의 댓글로 반응을 보였다. 한 리스너는 "밝은 리듬에 시원하면서 누구나 공감 되는 가사다.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 즐거운 축제분위기를 만든다. 그만의 곡 풀어가는 방법이 진짜 좋다"라고 썼다. 이 댓글처럼 이무진은 다소 논란이 될 수 있는 주제를 특유의 발랄함으로 부드럽게 풀어내는 재주를 지녔다. "뜨끔하면서도 속이 시원하다"라는 댓글들도 많았다.
주제를 부드럽게 풀어내지만 할 말은 확실하게 한다. 가사 중에는 "저는 그게 싫어요/ 난 그런 게 싫어요/ 이게 맞지 않나요?/ 우린 그게 싫어요"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제법 직접적이다. 또한 "생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여러분의 말씀을 그저 그리 참고 살아갈 뿐입니다"라는 가사도 꽤 세다. 그래서일까, 반론을 제기하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정말 이런 댓글 달기 싫지만, 언제까지 그 말들을 참고사항으로만 둘 수 있을지. 나도 한때 같은 생각을 했던 사람으로서 참 궁금하네요"라는 피드백이 대표적이다.
한 가지가 아닌 이런저런 다른 의견들, 생각들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이무진의 '참고사항'은 입체적인 곡이라 할 수 있다. "무진님 노래는 청춘 그 자체"라고 쓴 한 네티즌의 말처럼, 이무진은 사회초년생의 심정을 생생하게 그린 '신호등'에 이어 이 곡을 통해서도 청춘의 어려움과 답답함을 유쾌하게 호소한다.
"사람냄새 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라고 밝힌 이무진. 그가 가사로 풀어낸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가 사람 사는 이야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끝으로 한 리스너가 단 댓글을 전한다.
"나도 한번쯤은 '제 인생이에요'라고 말해보고 싶었지만 나는 그런 말을 내뱉을 만큼 뭔가에 푹 빠져서 열심히 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번 앨범 전곡을 듣고 나서 이무진이라는 가수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넘친다는 걸 느꼈다. 그의 그런 당당함이 멋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