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즈코리아
<신비한 동물사전 3>이 더 큰 실망감을 안겨주는 건 1~2편에 걸쳐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인물들의 성격이 대거 거세되었다는 점이다. 분명 이 작품에서 핵심을 담당한 건 뉴트 스캐멘더였다. 그런데 '덤블도어'를 제목에 사용하면서 이 작품 속 출연 배우의 교체(조니 뎁 → 매즈 미켈슨) 이상의 역할 비중이 달라진다.
철저히 덤블도어 중심으로 꾸며지면서 뉴트, 크레덴스(에즈라 밀러 분), 퀴니(알리슨 수들 분) 등 개성 넘치던 인물들이 3편에선 그동안 쌓아온 매력을 상실하기에 이른다. 티나(캐서린 워터스톤 분)는 사실상 카메오 출연자로 전락했고 새롭게 합류한 애버포스(리처드 코일 분), 유서프(윌리엄 네이디람 분)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 그나마 '머글' 제이콥 코왈스키(댄 포글러 분)만이 고유의 성격을 그대로 유지한 채 고군분투할 따름이다.
이와 더불어 그동안 악의 축에 앞장 섰던 크레덴스, 새 캐릭터로 덤블도어 세력에 참가한 유서프의 작품 속 갑작스런 변화는 좀처럼 설득력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개연성을 잃어 버리고 만다. 출생의 비밀, 사랑 이야기, 가족의 오해 등 이것저것 모두 다루다보니 산만함이 가중될 따름이다.
원작자 리스크? J.K 롤링의 매력없는 시나리오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의 한 장면워너브러더즈코리아
지난 1~2편에서 다뤘던 각종 이야기의 '떡밥'을 회수해야 하고 <해리 포터> 및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에서 핵심 캐릭터를 담당한 덤블도어 교장과 관련된 숨은 이야기도 그려야 하는 등 이번 작품에는 해결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인 것이다. 그런데 막상 어두 컴컴하게 채색된 워너 브러더즈의 로고와 더불어 시작된 영화는 마치 숲 속 안개로 인해 길을 잃은 여행자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가 편수를 거듭할수록 부진을 겪은 이유 중 하나로 일부 영화팬들은 J.K 롤링의 매력없는 시나리오를 손꼽기도 한다.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영화가 만들어진 <해리 포터>와 달리, <신비한 동물사전>은 새롭게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작품이다. 동명의 서적은 <해리 포터> 속 인물들을 뒷받침하기 위한 설정 모음집으로 쓰여지다보니 영화를 위한 또 다른 내용이 필요했다.
그런데 원작자 롤링의 그려나간 내용들은 초대형 화면을 채울 만한 힘이 매번 부족했고 결국 이번 3편에선 <해리 포터> 중 총 7편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작가 겸 제작자 스티브 클로브스가 합류해 약점 보완에 나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단점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판타스틱'이라는 원제 속 단어에 부합하는 환상적인 장면은 부재했고 선과 악의 대결을 적절히 표현해야 할 액션씬의 미미한 존재감은 <신비한 동물사전 3>의 마법 상실을 부채질 한다. 이번 3편은 시리즈의 존립을 걱정해야 할 만큼 스스로를 위기에 내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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