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 SBS


강대국의 야욕과 명분없는 전쟁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불러온 끔찍한 참상, 그리고 그속에서도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끈질기게 투쟁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의 이야기가 멀리 떨어져있는 우리들의 마음속에도 진한 여운을 남겼다.
 
지난 19일 방송한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아래 <그알>)에서는 '어느 전쟁의 기록 - 승자는 누구인가'편을 통하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현실을 조명했다. <그알>은 현지 취재 및 현지 동영상 연결 등을 통해 생생히 들여다보고, 압도적인 전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장기전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번 전쟁의 양상을 분석했다.
 
방송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 거주하며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고 있는 어느 우크라이나인 올레나 가족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2022년 2월 24일 새벽, 난데없는 폭발음과 비행기 소리에 잠에서 깬 가족들은 대피소로 피신하여 불안한 마음을 드러낸다. 같은 시간 이후로도 우크라이나 곳곳에서는 창고가 폭격을 받아 파괴되거나, 심상치않은 불꽃이 퍼지는 장면이 목격되는 등, 심상찮은 장면들이 SNS를 통하여 전세계로 알려진다.

그리고 러시아의 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은 '특별군사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자국 국민들에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개시했음을 공식적으로 선포한다. 러시아 영토도 아닌 우크라이나 영토의 돈바스에 살고 있는 러시아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이었다. 전세계가 경고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시작이었다. 또한 푸틴은 "우리를 방해하거나 위협하는 모든 이들에게 러시아는 즉각 보복할 것이며, 역사상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결과를 볼 것"이라며 전세계를 상대로 섬뜩한 협박을 날리기도 했다.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곳곳은 순식간에 처참한 모습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많은 우크라이인들은 갑작스러운 전쟁으로 집을 떠나야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전국에 동원령을 내리면서 많은 남성들이 가족들과 기약없이 이별하며 전장에 투입되어야했다. 이별을 앞두고 떠나야하는 아버지의 철모를 두드리며 울부짖는 아기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마음아프게 했다.
 
올레나도 남편이 군에 입대하면서 가족들을 데리고 방공호로 대피했다. 올레나는 유튜브를 통하여 전세계에 "부디 전쟁을 멈춰달라, 푸틴을 막아달라"며 도움을 호소했다. 제작진이 올레나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방공호 근처에 폭격이 시작되어 연락이 끊기는 긴박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지 제작진을 통하여 우크라이나-폴란드 접경지역에서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을 만났다.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2월 24일 이후 3월 17일까지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피난민들은 약 327만, 이중 폴란드로 탈출한 피난민만 197만에 달했다고. 지금 이순간에도 생사의 갈림길에 선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선을 뚫고 국경을 넘고 있었다. 
 
군사력 세계 2위 러시아와 22위 우크라이나의 싸움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처럼 보였고 누구도 러시아의 손쉬운 승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면서 예상과 달리 전쟁은 장기전 양상으로 가기 시작했다. 

제작진이 만난 우크라이나인들은 꺾이지 않는 저항의지와 용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해외로 피난을 떠나는 사람들만큼이나 조국과 가족을 지키기 위하여 전장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민간인 대학생들은 자원봉사자들은 후방에서 군수품을 마련하여 지원이 시급한 최전방으로 보냈고, 외국인들도 비공식적으로 입국하여 우크라이나인들을 지원하기 위하여 활동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최전선에서 미처 피난하지 못한 민간인들은 피투성이로 가득한 모습에도 직접 촬영한 동영상을 전송하여 전쟁의 참상을 고발했다.
 
민간인들이 피난을 위하여 이동하고 있는 지역에서 러시아의 포격이 가해지는 충격적인 장면이 영상에 담겼다. 이고르 코나센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하고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군사시설만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드리이 드브착 사진기자는 제작진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민간인들을 쏘지 않는다니? 그들은 충분히 조준사격했다고 확신한다. 궤도를 조종해서 쏜 것"이라며 러시아의 주장을 반박했다.

조국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는 연령도 성별도 없었다. 커피 로스터, 디자이너, 학생 등 군경험도 총을 들어본 경험도 없었던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전장에 나섰다. 이틀전부터 사격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한 여성은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총을 내려놓지 않았다. 장갑차와 탱크로 밀고 들어오는 러시아군을 상대로 우크라이나인들은 맨몸으로 막아서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민간인 검문과 통제에 강하게 저항하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러시아군이 쩔쩔매는 모습이 촬영된 동영상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에서 회사원으로 근무중인 줄리아는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처럼 살고 싶지않아서 2014년에 시위로 정치를 바꿨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재한 우크라이나인 블라드므르는 "푸틴은 우크라이나인들이 꽃을 들고 환영해줄 줄 알았다. 우크라이나인들은 푸틴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유럽인'이다"라고 푸틴의 오판을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2013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돈바스 전쟁이후 반러감정과 우크라이나 민족주의가 강해졌다.
 
 <그것이 알고 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 SBS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어떻게 저항하고 있을까. 군사전문가인 나종남 육사교수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을 쫓아가서 격파하는게 아니라, 러시아군이 있는 곳에 우크라이나군이 가서 진격을 저지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두진호 KIDA 국제전략연구실 연구원은 "지형지물을 활용하여 방자의 이점을 누리면서 방어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푸틴의 오판과 달리 2014년에 비하여 우크라이나 군대는 매우 강해졌고, 나토의 지원과 업고 드론 등 신식무기의 장착을 등에 업고 재래식 전력에서 크게 앞선 러시아군에 효율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반면 러시아군의 내부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장갑차에 기름이 없어 운행이 중단되거나,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마트에서 식료품을 훔치는 어이없는 장면도 나왔다. 이미 기강과 보급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제한된 군수장비로 수도로 진격하라는 푸틴의 무리한 명령은 독이 됐다. 자신들이 누구와 싸우는지도 몰랐던 러시아 군인들은 조국을 지키기위하여 목숨을 걸고 맞서는 우크라이나인들을 보면서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전쟁의 구체적인 양상을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공유할수 있는 '무선통신의 영향력'이 커진 것도 이번 전쟁을 통하여 드러난 새로운 현상이다. 우평균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시민들을 결속시키는 가장 큰 수단이 무선통신이다. SNS에 정보를 올리고 공유하고 전세계에 우크라이나 상황을 알리면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의 한 대학에서는 전쟁의 양상을 정확히 기록하기 위한 정보 전쟁팀이 운용되고 있었다. 전쟁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고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며 가짜뉴스를 체크하여 전쟁 정보가 왜곡되지 않게 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였다. 21세기의 전쟁은 정보전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알게 될수록 명분에서 앞선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수 있는 희망도 커진다는 것.
 
또한 최전선에서 후방에 이르까지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은 곳곳에서 동영상과 SNS 등을 통하여 전쟁속의 일상을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있었고, 이는 우크라이나인들을 단합시키고 전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었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도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며 반전을 호소하거나 러시아의 침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독재자 푸틴은 왜 명분없는 전쟁을 일으킨 것일까. 푸틴은 소련의 해체를 '20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재난'이라고 표현할 만큼 강대국 러시아의 부활에 대한 환상이 강한 인물이다. 전문가들은 푸틴이 철저하게 계산적인 인물이며 이번 군사행동도 그에 상응한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푸틴은 과거부터 서방 사회에서 체스게임에 빗대어 수싸움에 능한 영리한 지도자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전면침공에 있어서는 푸틴 답지 않은 오판으로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치매나 파킨슨병 등 푸틴의 '건강이상설'을 거론하기도 한다. 국제사회의 러시아 대응도 푸틴의 예상을 훨씬 넘어서는 고강도 제재가 이루어지고 있다. 서방의 제재로 벌써 러시아 경제는 휘청거리고 있으며 국제사회의 고립도 점점 심해질 수밖에 없다. 푸틴에게 있어서는 일생일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이한 셈이다.

반면 이번 전쟁을 통하여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의 호적수로 등장하며 재평가를 받고 있다. 배우이자 코미디언 출신인 젤렌스키는 평범한 교사가 대통령이 된다는 줄거리의 드라마 '국민의 종'에 출연했고 드라마의 인기를 등에 업고 정치에 뛰어들어 2019년 우크라이나 역사상 최연소로 실제 대통령에까지 당선됐다.

젤렌스키는 집권 초기에는 측근 인사와 자질 부족을 의심받으며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된 이후에는 우크라이나를 떠나지 않고 나라 곳곳을 직접 누비며 단호한 항전 의지를 밝히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뭉치게 하자 전세계적으로 평가가 급상승했다.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은 "처음에는 우크라이나인들도 젤렌스키에 믿음이 없었지만, 지금은 다 믿는다", "자기 국민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움직이는 것 자체가 존경스럽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보냈다. 김영준 국방대 교수는 젤렌스키의 'SNS 리더십'에 대하여 "지구촌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은 강력한 지도자보다, 나와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지도자를 원한다는 것"이라며 푸틴과의 차이를 언급했다.
 
푸틴은 전쟁 전후 언론과 미디어를 강력하게 통제하며 러시아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구시대적인 방식의 권위주의형 독재자였다. 반면 젤렌스키는 전쟁에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며 국민들에게 지도자가 현장에서 늘 함께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우크라이나가 군사강국 러시아에 굴복하지 않고 당당히 맞설 수 있는 힘은, 바로 이처럼 지도자에서부터 국민들까지 모두 단합된 마음으로 조국을 지키기 위하여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해바라기는 우크라이나의 국화다. 전세계는 지금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국기와 해바라기가 넘쳐나며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탈냉전이후 30년간 인류는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전쟁으로부터 안전한 세상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하여 전세계는 전쟁의 문턱이 언제라도 다시 낮아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웠다. 이는 전쟁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은 분단국가인 우리에게도 멀리 떨어진 남일처럼 여겨지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어리석은 권력자이지만, 전쟁을 끝내는 것은 평화를 사랑하는 시민들이다. 그것은 수많은 전쟁을 겪으면서 우리 인류가 함께 깨달은 지혜이기도 했다. "인류가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전쟁이 인류를 끝낼 것이라고 했다"라는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말은 21세기에도 우리에게 유효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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