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플레이가 골 이상의 가치가 담겨 있다는 것을 우리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또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지난 토요일 아이슬란드와의 평가전에 이어 이번에 만난 몰도바 선수들이 거친 태클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우리 선수들이 그것을 피하고 완승을 거두는 방법을 잘 알고 대비한 것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21일 오후 8시 터키 안탈리아에 있는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몰도바와의 평가전에서 4-0의 완승을 거두고 10회 연속 본선 진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조규성-김건희 투 톱, 명품 조연

지난 토요일 아이슬란드를 상대로 완승을 거둔 벤투 감독이 이번에는 투 톱 카드를 꺼내들었다. 다음 주부터 이어지는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두 게임에서 우리를 상대할 두 팀(레바논, 시리아)이 수비 숫자를 비교적 많이 둘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격수의 숫자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 선수들이 잘 알고 뛰었다는 점이다. 조규성과 김건희 두 골잡이에게 단순히 공을 몰아줘서 골 부담을 주기보다 그 둘을 지혜롭게 활용하여 동료 미드필더들을 더 빛나게 만드는 전술을 펼친 덕분에 과정과 결과를 모두 얻어냈다고 말할 수 있다.

게임 시작 후 20분만에 얻어낸 첫 골은 상대 수비수들이 우리 팀 투 톱 수비에 몰린 틈 속에서 얻어낸 것이다. 풀백 이용의 공간 패스를 받은 권창훈이 자신이 즐겨 쓰는 왼발이 아닌 오른발 크로스로 골문 가까운 쪽 위험 지역을 노렸고, 몰도바 골키퍼 크리스티안 아브람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공이 뒤로 흘러나와 미드필더 김진규가 두 게임 연속 득점 기록을 찍어냈다. 

32분에는 백승호가 직접 프리킥 기회를 과감한 오른발 킥으로 차 넣었다. 여기서도 몰도바 수비벽 옆에 기다리고 있던 김건희가 움직이며 상대 골키퍼 시야를 흐리게 만든 것이 간접 도움을 준 셈이다. 명품 조연에게 붙는 수식어 신 스틸러 바로 그 모습이었던 것이다.

후반전 시작 후 2분만에 터뜨린 추가골이 압권이었다. 이 게임에서 우리 팀 투 톱 역할이 무엇인지를 잘 알려주는 명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미드필더 권창훈이 드리블 속도를 높이기 시작하며 조규성과 짧고 빠른 2:1 패스를 시도하더니 한 단계 더 변속 기어를 넣었다. 그리고는 김건희와도 완벽한 2:1 패스를 주고받으며 좁은 공간을 빠져나갔다. 각도를 줄이며 몸을 날린 몰도바 골키퍼 크리스티안 아브람을 살짝 피해 왼발로 마무리한 골까지 보는 이들이 입을 다물 수 없는 작품이었다.

축구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1 패스의 연속이었지만 몰도바 입장에서는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팀 플레이였다. 미드필더 한 선수가 투 톱을 어떻게 활용하여 상대 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는가를 잘 설명할만한 명장면을 연출한 우리 팀은 이후 여섯 장의 교체 카드를 적극 활용하여 또 하나의 완승을 매조지었다.

61분에 조규성 대신 들어온 조영욱은 다른 유형의 골잡이로서 부지런히 공간을 파고든 덕분에 종료 직전 추가 시간에 자신이 만든 페널티킥 기회를 직접 차 넣어 지난 게임 '김진규-엄지성'과 마찬가지로 A대표 데뷔 게임 데뷔골 기록을 기분 좋게 이어받았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레바논 사이다로 건너가 추가 합류하는 김민재(페네르바체), 정우영(알 사드), 정우영(프라이부르크), 황인범(루빈 카잔), 이재성(마인츠), 황의조(보르도)와 함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A조 일곱 번째 게임을 준비하게 된다.

남자축구 대표팀 평가전 결과(21일 오후 8시, 마르단 스타디움, 터키 안탈리아)

한국 4-0 몰도바 [득점 : 김진규(20분), 백승호(32분), 권창훈(47분,도움-김건희), 조영욱(90+3분,PK)]

한국 대표팀 선수들
FW : 조규성(61분↔조영욱), 김건희
MF : 송민규, 백승호(71분↔고승범), 김진규, 권창훈(61분↔이동준)
DF : 김진수(61분↔홍철), 김영권(71분↔권경원), 박지수, 이용(61분↔김태환)
GK : 김승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A조 일정(한국 시각)
2022년 1월 27일(목) 오후 9시 ☆ 레바논 - 한국 (무니시팔 스타디움, 사이다-레바논)

2022년 2월 1일(화) 오후 11시 ☆ 시리아 - 한국 (라쉬드 스타디움, 두바이-아랍에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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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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