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수첩 >의 한 장면

< PD수첩 >의 한 장면 ⓒ MBC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탐사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랑받는 MBC < PD수첩 >이 지난해 1월부터 전종환 아나운서와 서정문 PD가 공동 MC를 맡고 있다. 그동안 < PD수첩 >은 한 명이 진행하는 방식을 택해 왔지만, 포맷이 변화한 것이다.

그리고 어느덧 1년이 지났다. < PD수첩 > 진행 1년의 소회가 어떨지 궁금해 지난 6일 < PD수첩 > MC 전종환 아나운서 그리고 서정문 PD와 전회 연결해 < PD수첩 >에 대한 이모저모를 들어 보았다.

- 5일로 < PD수첩 > MC를 맡으신지 1년이었잖아요. 1년 해보니 어떠세요?
전종환 아나운서(이하 전): "저희도 1년이 지났다는 걸 못 느낄 정도로 시간이 엄청 빨리 흘렀어요. 그냥 매주 한 아이템 씩 하다 보니까 벌써 1년이 됐더라고요. 돌아보니까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들을 꾸준히 해온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서정문 PD(이하 서): "저도 사실 막막했는데 시간이 1년이나 지났다는 게 새로운 느낌이고요. 또 특히 앞으로 대선도 있고 하니까 < PD수첩 >에겐 새로운 장이 열린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 <PD수첩>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탐사 프로그램이라 진행을 맡기 부담스럽진 않았나요?
: "현재 < PD수첩 > CP 한학수 선배를 비롯해 훌륭한 PD 진행자들이 많이 진행하셨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부담이 있었고요. 또 < PD수첩 >이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탐사 프로그램이니까, MC의 잘못 혹은 부족함이 프로그램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는 않을지 걱정 많이 했었습니다."

- MC 역할을 해 보면서, 그 이전과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 "보는 것과 하는 것에는 천지 차이가 있더라고요. 저는 연출자니까 연예인이든, 전문가 집단이든 카메라 앞에 세우고 저는 카메라 뒤에서 일종의 디렉팅을 하던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카메라 앞에 서게 되니까, 이 일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게 됐어요. 시청자들에게는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대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서기까지 많은 것들을 준비해야 한다는 걸 체감했죠. 그리고 한편으로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 MC 교체 예고편이 기억나는 데 그 당시에는 어땠어요?
: "저야 그런 걸 해볼 기회가 있었지만 정문씨는 메이크업 받고 양복 차려입고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잡는 게 어색한 직업이다. 처음에는 조금 어려워 했는데 제가 그때도 느낀 게 정문씨 안에 뭔가 진행을 할만한 피가 있었어요. 되게 더 어려워할 수 있는데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걸 보고 끼가 있었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 "끼가 있다기보다는 전종환 선배가 저에게 내적, 외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거든요. 진행자라는 게 단순히 카메라 앞에 서서 단순히 주어진 대본을 읽는 게 아니고 진행자의 생각과 태도가 화면에 반영된다는 지점들을 전종환 선배가 옆에서 많이 말씀도 해주셨죠. 또 실제로 보여주셨기 때문에 저도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적응하는 데 선배님께 기댈 수 있었어요. 그동안 조금이라도 발전이 있었다면 다 종환 선배 덕분이고요. 끼는 잘 모르겠습니다."

- < PD수첩 >에서 2MC는 드물었죠. 그래서 처음에는 좀 어렵지 않았나요?
: "그게 좀 어려웠습니다. 물론 둘이 진행을 한 적이 없지는 않았는데 이번에 저희에게 요구한 건 그전과 다른 형식이었어요. 둘이서 어떤 역할을 맡아야 될지, 진행에서 어디까지 개입을 해야 할지 등에 대해서 회의를 많이 했었어요. 그래서 아직 완벽하다고 얘기할 수는 당연히 없겠지만, 점점 안정돼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에 저와 정문씨가 따로 만나서 일단 MC 진행하는 연습도 시간을 많이 가졌었죠. 초기에는 시사 때 같이 보면서 어떻게 멘트를 준비할지, 서로 어떤 역할을 맡을지 시간을 되게 많이 가졌었어요. 서로 얘기하고 서로를 파악하고 어떻게 같이 역할을 나누는 게 시너지가 날까에 대해서 회의를 많이 했었습니다."

- 대본을 준비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 "저는 되게 단순한 것 같아요. 정확성을 추구하고 균형 감각을 놓치지 말자. 이 두 가지만 신경 쓰고 있습니다."
: "저야 전문 진행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말도 제대로 안 나와서 많이 힘들었죠. 다른 것보다는 < PD수첩 >에 대한 시청자들의 인식이 '어느 한쪽 편만 든다'는 것일 수 있고, 제작할 때도 늘 그게 고민이었어요. 대본을 쓸 때 그런 부분을 조금 더 신경 쓰려는 것 같아요."

- < PD수첩 >이 지난 정부의 문제만 다루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더라고요.
: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핫한 이슈였던 '대장동' 문제나 아니면 고발 사주 문제를 함께 다루기도 했었죠. 늘 현안을 외면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난 문제라고 해도, 예를 들어 4대강 사업 문제 같은 경우에는 환경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문제여서요. 또 전직 대통령 일가 세습 문제나 아니면 국정원 문제 같은 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고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잖아요. 그게 지난 정권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문제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균형 있게 여러 가지 의제를 계속해서 제시하는 게 < PD수첩 >이 해야 될 일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 첫 촬영 야외에서 찍었잖아요. 아주 추운 날이었는데 어떻게 기억하세요?
: "정말 많이 추웠어요. 그래서 손에도 핫팩 붙이고 구두 안에도 핫팩을 붙여도, 손도 발도 얼고 입도 얼었어요. 특히 정문씨 같은 경우에는 밖에서 녹화를 하는데 입이 다 얼어버리니까. 그렇지 않아도 힘든데 정말 어려운 환경에서 진행했었죠."
: "제가 몸으로 체감했던, 인생 통틀어서 가장 추운 날 중 하나였고요. 제가 북극에서 몇 개월을 살았지만, 북극에서의 추위를 한 방에 잊을 수 있을 정도로 강추위였어요. 게다가 카메라 앞에 선 게 처음이었으니까 마음도 굉장히 추웠죠."

- 서 PD님은 취재도 했는데 진행과 취재를 동시에 하는 건 어떠셨어요?
: "사실 저에게는 큰 차이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취재는 늘 해왔던 거고 < PD수첩 >은 매 회차를 취재하고 연출하는 PD들이 화면에도 많이 나오잖아요. 그래서 특별한 달라진 점은 없었고요. 현장에 있는 건 재미있었고 제가 이 일을 사랑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죠."

- 버추얼 스튜디오에서도 촬영하신 적 있잖아요. 일반 스튜디오에서 촬영할 때와 다를 것 같은데.
: "가상의 공간에서 진행하는 거니까 어색하기도 하고 '허공에 대고 뭐하는 거지?'라는 생각도 들죠. 그런데 저희가 < PD수첩 >에서 지난 1년 동안 VR을 활용하다 보니, 이제는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이 됐어요. 오히려 촬영이 더 빨리 끝나기도 할 만큼 많이 적응했습니다."
: "앞으로도 좀 더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버추얼 스튜디오를 활용하면 좀 더 현장감을 살릴 수 있잖아요. 시청자분들이 보시기에도 이야기 전달이 더 편하게 다가올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작진들도 그런 측면에서 버추얼 스튜디오를 많이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그동안 다뤘던 아이템 중에서는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으세요?
: "저는 '재건축의 신' 편이죠. 강남 아파트 개발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그 개발을 하는 사람들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어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재개발이라는 게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가장 기억에 남는 편인 것 같아요."
: "지난해 여름 '4대강 사업' 현장에 섰으니까 당연히 기억에 남고요. 또 최승호는 <뉴스타파> PD이시고 선배님과 같이 4대강 문제를 10년 만에 했었죠. 10년 전에는 제가 아주 어린 PD였고, 10년 후에는 제가 조금 더 성장한 PD로 만났기 때문에 제게는 감회가 새로운 에피소드였죠."

-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요?
: "특별한 목표는 없지만, 정확하고 균형 감각 있게 MC의 역할을 하는 게 여전히 조금 버겁기도 하거든요. 그냥 매회 성실히 하고 싶다는 게 목표입니다."
: "저도 종환 선배와 같은 생각이고요. 지금 정치의 계절이니까 시사적인 사안에 대한 전 국민의 관심이 몰려 있잖아요. 그런데 3월이 지나면 어느 순간 정치의 계절은 지나갔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탐사 보도물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좋은 보도를 할 수 있느냐가 되게 중요하고요. 그런 역할을 < PD수첩 >이 계속 이어나갈 수 있어야 되겠죠."

-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한 말씀해주세요.
: "< PD수첩 > 메시지가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니까요. 저희가 정직한 목격자가 되어서 성실하게 일하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도 우리 사회의 의제들 저희 < PD수첩 > 통해서 우리 사회를 바라봐 주셨으면 감사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2021년에 < PD수첩 >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방송 많이 했거든요. 시청자 여러분들도 코로나를 조심하셔야겠지만 코로나 방어 최전선에 있는 분들한테도 저희가 위로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전종환 서정문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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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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