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맞은편 동자동 쪽방촌에는 천여 명의 입주민이 살고 있다. 서울의 쪽방촌 중 하나인 이곳에는 집주인과 입주민 그리고 입주민을 통제하는 관리인이 살고 있다. 즉 쪽방촌 내에도 3가지 계급이 존재하는 것이다. 쪽방촌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지난 2021년 12월 26일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쪽방촌 계급사회' 편이 방송되었다. 쪽방촌 관리인과 입주민의 다툼으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쪽방촌 내 계급사회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와 동자동의 재개발 다툼에 대해 짚었다. 취재 이야기를 듣기 위해 2021년 12월 30일 '쪽방촌 계급사회' 편을 취재한 이석재 기자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이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쪽방촌에 존재하는 계급
 
 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 지난 26일 방송된 KBS 1TV <시사기획 창> '쪽방촌 계급사회' 편 취재 하셨잖아요. 방송 끝났는데 소회가 어떠세요?
"한 시간짜리 시사 다큐를 제작하다 보면 보통 기획 의도하고 다르게 시청자분들이 반응하거나 또는 해석되어서 당황스러울 때가 있는데요. 이번 프로그램은 저희 기획 의도와 시청자분들의 반응이 같아서 일단 저희가 엉망으로 만들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고요. 소위 어렵게 사시는 분들의 삶을 지켜보고 주변에서 도와주고 사랑 베푸는 분들을 쭉 지켜보니 저희가 지속적으로 이런 쪽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 그러면 원래 쪽방촌에 관심이 있었나요?
"이게 기자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취재해봤던 것이기도 할 거고요. 저도 사회부에 있을 때나 이슈를 기획하는 부서에 있을 때 한두 번 취재해봤거든요. 근데 그 당시에는 저희 기성 언론들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1분 반, 2분 사실 이 정도로 취재가 끝나고 그 결과물들이 방송되어 항상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이번에 저희가 53분짜리로 한 번 더 깊게 들어가 보고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까지 같이 취재해보자는 생각으로 저희가 접근해본 겁니다."

- 깊게 들어가 보니까 어땠어요?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에도 질서가 존재하고 계급이 존재하죠. 저희가 가서 보니까 이분들의 삶이라는 게 어떻게 얘기하면 전통적으로 그렇잖아요. 이게 누군가를 배려하고 같이 생활하셔야 되는데 거기에서 벗어나서 사시게 되다 보니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쪽방이라는 데가 한 건물에 보통 한 40명 많게는 50명 그거보다 더 많을 때는 100명씩 사시는데 사실상 공동생활 하시는 거잖아요. 공동생활 하시다 보니 뭔가 통제가 필요하게 되는 거고 또 건물에 사람이 많이 오가다 보니 관리도 필요하게 되는 거고 이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건물 주인을 최상위에 두고 그 밑에 입주민들 관리하는 관리인을 둬서 관리인들이 입주민을 통제하는 시스템이 정착돼 있더라고요."

- 그럼 예전에는 그걸 몰랐나요?
"저희는 입주민들이 방세만 집주인에 내면서 사시는 거로만 알았는데요. 중간에 관리인이라는 사람이 굉장히 큰 권한을 가지고 입주민들을 통제한다는 걸 알게 된 겁니다. 실제로 저희가 예를 들어서 한 쪽방에 사시게 되면 이제 관리인이 사는지 안 사는지를 확인해서 실제 거주자인지 아닌지를 동사무소나 복지센터 이런 데에 알리고 해서 생계비 부여를 받게 되고 안 받게 되고가 결정이 되는 사례까지 저희가 취재를 했었으니깐요."

- 그럼 처음 취재는 뭐부터 하셨어요?
"사실 저희는 창신동의 도시재생 쪽에 먼저 관심 갖고 접근 했었는데요. 영등포 쪽에 있는 쪽방 그리고 서울역 인근에 있는 쪽방 상황들도 같이 보면서 한번 비교 해볼 생각으로 창신동에 먼저 관심 갖고 있었고요. 창신동 쪽방과 영등포 그리고 동자동 쪽방을 비교하다 보니 창신동은 도시재생 등의 프로젝트로 굉장히 주변 환경이 정리되고 살 만해진 동네가 됐던 반면, 동자동은 재개발이라는 이슈에 묶여서 도시재생도 안 되고 그렇다고 재개발이 진행되지도 않는 딱 사각에 놓여 있는 곳이라고 저희가 판단을 했고요. 그래서 동자동에 집중하게 된 겁니다."

 - 사전에 공부는 어떻게 했나요?
"쪽방촌의 복지, 쪽방촌 사람들의 삶에 대한 연구 논문들도 많아요. 그래서 저희가 동자동 쪽방뿐만 아니라 영등포 쪽방, 창신동 쪽방에 대한 연구 논문들을 많이 읽어봤었고요. 저희 방송에는 담지 않았는데 동자동에 사진작가 한 분이 계세요. 동자동에서 5년 정도 실제로 쪽방에 살고 계시면서 쪽방 입주민들 사진을 찍고 사진전도 하시고 책도 내시고 하신 작가분이에요. 처음에 그걸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코로나 특수상황에 의료 혜택 줄어들어"
 
 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1TV

 
- 쪽방촌 반장도 나오던데 반장이 하는 역할은 뭔가요?
"독특하게 동자동에는 반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분이 계신데요. 이분의 역할은 사실상 집주인과 중간에 관리인과 입주민이라는 3개로 구성된 계급 사회 가운데서 중재 역할을 해 주시는 분이에요. 또 쫓겨나는 입주민을 대변해서 관리인 또는 집주인에게 쫓아내지 못하도록 막아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쫓겨난 입주민이 있잖아요. 그런 경우 예를 들어 여인숙이나 다른 쪽방을 알아봐 주는 등의 역할을 해 주시는 분이에요. 그러면서 동자동 쪽방에서 일어나는 행사에서 온갖 궂은일들을 다 해 주시는 분입니다."

- 그럼 반장은 동자동만 있는 건가요?
"저는 그런 거로 알고 있습니다. 동자동의 경우 동자동 사랑방 협동조합이라고 입주민들의 이익을 대변해 주고 보호해 주는 협동조합이라는 단체가 있는데요. 반장님도 그 협동조합의 조합원이시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이 동네 청소부터 행사 진행 그런 것까지 하는 반장님이 계시는 겁니다."

- 그럼 반장은 급여를 받고 하나요?
"아닙니다. 급여 같은 거 없이 그냥 자발적으로 하시는 겁니다."

- 방송 보니 술 취한 노숙자에 대해 어디도 조치를 안 하는 거 같던데 왜 그런가요?
"경찰이나 관련 유관 단체들에서 그런 분들이 워낙 많다 보니까 그런 게 아닌가 싶은데요. 사실 '다시 서기' 종합지원센터란 단체에서 그걸 관리하는데요. 다행히도 저희가 종합지원센터에 전화하고 했을 때 그쪽에서 '어떻게 됐는지 상황 설명을 해달라. 만약에 상황이 안 좋으면 우리가 가보겠다'라고 말씀을 하시는 도중에 주무시고 계시던 분이 깨셔서 어디론가 가시고 또 그다음 날 아침에 또 멀쩡하게 돌아다니시는 걸 저희가 확인을 하기는 했습니다. 다만 저희가 생각하기에도 그런 분들이 많다 보니 한파주의보가 내려져서 급격히 기온이 떨어지거나 이런 경우가 아니면 가끔씩 와서 확인하시고 그냥 두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 쪽방촌은 고독사도 많죠?
"사실 저희가 취재를 하면서 고독사를 많이 보기도 했고요. 반장님이나 쪽방촌에 사시는 분들은 특히 봄, 가을보다는 여름, 겨울에 많다고 하고요. 쪽방촌에서 오래 사신 분들의 특징은 가족과도 완전히 단절된 상태로 사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건강 문제가 굉장히 취약하죠. 의료 혜택도 취약하고 주변에서 돌봐줄 가족과도 단절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고독사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 왜 여름, 겨울에 많을까요?
"그게 기온 문제 때문이기도 하고요. 잘 아시겠지만, 여름에는 냉방이 잘 안 되고 또 겨울에는 난방이 잘 돼 있는 것도 아니고요. 거의 전기장판 놓고 사시는 분들이 많고 이렇다 보니 그런 문제로 많이 돌아가시기도 하고요. 또 술을 많이 드시지만 식사는 제대로 안 하시다 보니 그것과 관련된 질병, 신부전이니 고혈압 등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고요."

- 코로나로 이분들은 의료혜택을 더 받기 어려운 거 같아요?
"목사님이 그에 대한 인터뷰를 해주셨는데요. 이게 코로나로 전담병원들이 생기면서 입원 치료를 받거나 하던 분들이 다 약을 받고 나와서 스스로 재택 치료를 하게 되시고 이러다 보니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 특수하게 만들어진 것도 있고요.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기본적으로 받을 수 있는 의료 혜택이 줄어들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도움 주는 손길 있어 다행"
 
 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KBS 1TV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KBS 1TV

 
- 입주민이 병원에 입원하면 방을 치우는 거 같던데 입주민이 퇴원하면 어디로 가나요?
"미거주자가 되면서 생계 급여가 끊긴 그분의 경우 정말 관리인의 힘이 어떤 건지 보여준 사례인데요. 동사무소에서 관리인한테 그분이 미거주인지 집에서 쫓겨났는지 확인하고 바로 생계 급여를 끊어버린 사례거든요. 이런 것처럼 병원에 갔다 오면 정말 어디 갈 데가 없어서 미거주자가 돼서 노숙하는 경우도 있어요."

- 그럼 입주할 때 계약 같은 걸 하는 게 아닌가요?
"그게 보증금 없이 다달이 월세 계약을 하는 거기 때문에 전세 계약 하는 것처럼 계약하는 건 아니고요. 게다가 또 독특하게도 중간에 정산하고 쫓아내는 경우도 있어서 사실 소위 임차인 관련법으로 보호를 받는 건 전혀 아닙니다."

- 관련 법이 아예 없나요?
"임대차 계약 관련돼 월세 또는 전세 계약하면 보증금 내고 전세금 내면서 보호 받는 시스템이 만들어졌잖아요. 하지만 독특하게도 이 쪽방에는 보증금제도라는 것 자체가 없어요. 이런 경우 바로바로 쫓아내 버리기도 해서 결국 쫓겨나면 노숙 생활을 하시는 거고 또 노숙 생활을 하시다가 또다시 들어오기도 하시고요."

- 법적인 근거가 필요 할까요?
"저희도 그렇다고 보는데요. 현재로서는 쪽방촌 입주민의 어떤 주거와 관련해서 법이 있는지 없는지는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게 말씀을 드릴 수는 없는데요. 말씀드렸듯이 쪽방촌 상담소 또는 쪽방 사랑방이라는  복지단체들이 사실상 집주인들과 입주민들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해주고 입주민들의 권익을 보호 해 주고 막아주는 역할하는 거로 알고 있죠."

- 동자동 쪽방촌도 재개발 문제로 다툼이 있나 봐요?
"특히 동자동의 경우에는 재개발 이슈가 굉장히 지금 뜨거운데요. 국토부는 여기를 공공 개발 해서 임대 아파트도 지어서 입주민들도 들어갈 수 있게 하려고 하지만 건물 주인들은 민간 개발을 원하고 있는 거죠.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것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는 민간 개발을 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요."

- 마지막 부분에서 고독사 당하신 분들 나오던데 어떤 의미인가요?
"53분을 관통하고 있는 얘기 가운데 하나가 요양병원이 삶의 마지막 단계였다는 거고 목사님 말씀하신 대로 외롭게 돌아가시고 가족들은 시신 인도 자체를 거부하는 것들이 중간중간에 계속 나오는데요. 살아서도 가족들은 외면하고 죽어서까지 가족들이 외면하는데 단 한 곳에서 이런 분들 장례를 치러주고 하는 곳이 있어서 저희가 그걸 강조하기 위해 그렇게 구성한 겁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저희가 이런 취재 하면 매번 느끼는 게 그냥 단발적인 거로 끝나면 안 되는 건데요. 이게 기성 언론의 한계일 수도 있거든요. 문제 제기는 떠들썩하게 해놓고 또 잊혀지고요. 이번에는 그러지 말았으면 해서 저희가 53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본 건데요.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게 누군가는 계속 관심을 갖고 개선을 요구해서 바꿔나가야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계속 들더라고요."

- 취재하며 어려운 점은 뭐였나요?
"입주민들이 촬영하는 데에 대한 반발도 있었는데요. 그거보다 더 어려웠던 점은 사실 얼굴 드러내지 않고 이들을 도우려는 사람들 취재하는 게 더 어려웠습니다. 목사님도 저희가 설득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고요. 또 반장님도 사실 설득하기가 힘들었고요. 반장님은 쪽방촌에 온갖 궂은일들을 다 하시는데 처음에는 얼굴 안 내려고 하셔서 힘들었고 그 외에 저희가 취재는 됐는데 방송은 안 된 부분에 다른 목사님이 나오시는데요. 그분은 공원에서 쪽방 사람들 이발, 면도해 주고 하시는 분인데요. 그런 점이 더 어려웠습니다.

분명한 건 이게 주변에서 구 목사님이 말씀하신 대로 선한 영향력이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런 분들이 많은 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서기 종합지원센터나 쪽방촌 상담소라는 곳도 여러 가지 쪽방 입주민들 복지를 위해서 사실 많은 일을 하시거든요. 그런 선한 영향력이 아직도 그쪽 동네(쪽방촌)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석재 시사기획 창 쪽방촌 계급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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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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