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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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주택에서 개를 키울 때 장단점은 무엇일까. 먼저 장점부터 살펴보면, 마당 자체가 놀이터가 된다는 점은 큰 이점이다. 또, 자연스러운 실외 배변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반면, 단점은 마당만 믿고 산책을 하지 않게 된다는 걸 들 수 있다. 개의 스트레스는 새로운 자극을 받아야 해소가 된다는 점을 간과해선 곤란하다. 또, 공원이 멀다는 점도 아쉽다.
"도베르만이라는 종을 좀 아셔야 돼요. 이 느낌이라면 보호자님은 조심해야 되겠다라고 생각하셔야 해요. 이 친구들은 한 달 한 달 다릅니다. 곧 사나워질 겁니다. 위협적으로." (강형욱)
강형욱은 또 다른 문제점으로 개를 잘 키우는 이웃을 찾기 힘들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그런 이웃이 주변에 있는 것만큼 도움되는 게 없다고 강조했다. 도찌를 직접 만나 본 강형욱은 "어렸을 때는 몰라요. 하지만 (도찌의) 창문이 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곧 공격성 문제를 드러낼 거라고 경고했다. 도찌가 겁이 많다고 여겼던 보호자들은 강형욱의 말에 깜짝 놀랐다.
도찌는 밖에 나가면 다른 개들에게 시비를 걸었고, 말리는 보호자에게 화풀이를 했다. 단순히 겁이 많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강형욱은 도베르만은 대표적인 워킹도그인데, 재능은 탁월하나 문제가 있다며 얘기를 꺼냈다. 그는 최근 훈련 중 물렸다며 다친 손가락을 보여줬다. 워킹도그 훈련사들끼리는 '우린 손가락이 없어'라는 농담을 한다며 그만큼 키우기 까다로운 견종이라 설명했다.
게다가 도찌는 이미 덩치가 커지고 그만큼 힘이 세지고 있었다. 최근 5개월 동안 10kg가량 몸집이 불었다. 강형욱은 아직 멀었다며 도찌가 거뜬히 38kg을 넘을 거라고 설명했다. 또, 그리 되면 성인 남성도 제어하기 힘들 거라고 경고했다. 남편 보호자는 실제로 지금 자신의 힘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한계에 봉착한 것 같다며 표정이 어두워졌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할 필요가 있었다.
"전원주택에 살고 있는 모든 반려인에게 말하고 싶은 겁니다. 솔직히 말할게요. 제가 만나고 싶지 않은 이웃이에요." (강형욱)
이어서 강형욱은 전원주태의 잘못된 로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당에 사는 개들이 많다보니 조금의 기척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개를 마당에서 키우는 전원주택이 굉장히 불편하다며, 개를 홀로 마당에 두지 않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또, 산책을 나가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운동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형견의 경우 매일 10km씩 뛰어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남편 보호자는 좁고 갑갑한 아파트를 벗어나 넓은 마당이 주어졌으니 당연히 행복할 거라 여겼고, 하루에 한 시간씩 산책을 했으니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했다며 안일했던 자신을 반성했다. 그동안 도찌는 거실에 한 번도 들어온 적이 없었다. 경계선 앞 방석에서 대기했다. 아내 보호자는 사람의 음식을 먹을까봐 걱정됐기 때문이라 해명했지만, 식사를 할 때는 켄넬에 들어가게 하면 될 일이다.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KBS 2TV
강형욱은 도찌가 실내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우선해야 할 일은 아직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도찌가 이 집을 편안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었다. 강형욱은 목줄을 해서라도 거실을 걸을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도찌는 버티다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사이 방석을 조금씩 거실 쪽으로 옮겨주었다. 어렵게 거실을 한 바퀴 도는 데 성공했다. 한껏 움직임이 경쾌해졌다.
이번에는 마당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도찌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용수철처럼 튀어나갔다. 마당으로 나오자 흥분한 것이다. 도찌는 갑자기 목줄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강형욱은 이를 제지하지 않고, 터그 놀이를 제안했다. 신나게 놀아주는 첫 번째 이유는 보호자에게 집중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두 번째 이유는 보호자를 믿고 의지하게 돼 다른 개의 짖는 소리에도 반응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강형욱은 충분히 놀아준 후 '앉아'를 시켰다. 도찌와 규칙을 만드는 과정이다. 하지만 도찌는 앉을 생각이 없었다. 터그로 보상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강형욱은 도찌의 엉덩이를 눌러 앉을 수 있게 도와줬다. 도베르만의 경우 나중에 귀가 잘 들리지 않기 때문에 말로 명령하지 않는 것이라 설명했다. 신나게 놀아주되 멈출 때는 확실히 규칙을 만들어 나갔다.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워하는 도찌를 보며 보호자들은 그동안 제대로 놀아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해 했다. 터그 놀이가 끝난 뒤에도 도찌는 다시 목줄을 물어 뜯으려 했다. 강형욱은 통제에 나섰다. 좀전과는 다른 반응이었다. 그는 만약 터그 놀이를 하지 않았다면 목줄을 무는 걸 못 하게 할 자격이 없지만, 터그 놀이를 했다면 물 수 있는 게 있고 그렇지 않다는 걸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책 훈련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내용은 간단했다. 텐션이 되면 줄을 당겨 멈추게 하는 것이다. 대신 스스로 멈추면 칭찬했다. 어느덧 도찌는 강형욱에게 집중하며 걷기 시작했다. 보호자들은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다면 잦은 짖음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강형욱은 1m 정도 높이의 가림막을 설치하라고 조언했다. 시야에서 가려지면 훨씬 나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잠깐의 훈련만으로도 도찌는 한결 나아졌다. 습득력이 매우 좋았다. 강형욱은 앞으로 보호자와 믿음을 쌓아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전원주택에서의 반려 생활은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결국 성숙한 반려 문화 형성을 위해서는 이웃과 함께 모두 배려하며 노력해야 한다. 강형욱의 말마따나 '만나고 싶지 않은 이웃'이 되지 않으려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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