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형제가 모두 배우 활동을 하고 있는 호주 출신의 크리스 햄스워스는 데뷔 초까지만 해도 할리우드에서 별다른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그러던 2011년, 햄스워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히어로 <토르>에서 아스그르드의 왕자 토르 역으로 출연했고 '끝판왕' 타노스와 1대 1로 맞서 싸울 수 있는 <어벤저스> 최고의 전사 중 한 명으로 전 세계 관객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햄스워스는 현재 내년에 개봉할 <토르: 러브 앤 썬더>의 촬영을 마쳤지만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가 그랬던 것처럼 '어벤저스' 1기 멤버 토르도 언젠가는 MCU에서 하차해야 한다. 하지만 햄스워스는 <토르>와 <어벤저스> 시리즈들을 제외하면 아직 배우로서 자신 있게 내세울 만한 흥행작이 없다. 이는 슈퍼 히어로를 연기하며 사랑 받은 다른 배우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이야기다.

특정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배우들이 다른 장르의 영화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배우는 달랐다. 로맨틱 코미디로 성공해 비슷한 이미지에 갇히는 듯 했지만 현재는 다양한 장르에서 믿음직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로 성장한 앤 해서웨이가 그 주인공이다.
 
 26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프린세스 다이어리>는 셰계적으로 1억6500만 달러의 쏠쏠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26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프린세스 다이어리>는 셰계적으로 1억6500만 달러의 쏠쏠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 브에나비스타코리아

 
어떤 캐릭터도 척척 소화해내는 만능배우

변호사 아버지와 배우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해서웨이는 1999년 만 17세의 나이에 드라마에 출연하며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2001년 월트디즈니에서 제작하고 <귀여운 여인>을 만들었던 고 게리 마샬 감독의 신작 <프린세스 다이어리>에 캐스팅됐다. 10대의 나이에 한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미아를 연기한 해서웨이는 하루 아침에 할리우드 전체가 주목하는 하이틴 유망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해서웨이는 이후 여러 편의 로맨스 영화에 출연하면서 데뷔 초기의 상승세를 잇지 못했다. 특히 3년 만에 선보인 <프린세스 다이어리>의 속편은 제작비의 6배가 넘는 수익을 벌어들인 1편에 비해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그렇게 평범한 젊은 배우로 전락해 가는 듯 하던 해서웨이는 2005년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카우걸 루린 역을 맡으며 연기 폭을 넓혔다. 

그리고 2006년 해서웨이는 대배우 메릴 스트립과 함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또 한 걸음 성장했다. 해서웨이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이후 정통 멜로 <비커밍 제인>과 <레이첼, 결혼하다>, 범죄 액션 <겟 스마트>, 미스터리 멜로 스릴러 <패신저스>, 판타지 모험극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했다. 그 중에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만든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캣 우먼도 있었다.

그리고 해서웨이의 커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바로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이다. <레미제라블>에서 기구한 운명을 가진 여인 판틴 역을 맡은 해서웨이는 판틴이 머리를 파는 장면을 연기하기 위해 실제로 자신의 머리를 자르는 투혼을 발휘했다. 세계적으로 4억42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린 <레미제라블>을 통해 해서웨이는 아카데미와 골든글러브 여우조연상을 휩쓸며 배우로서 전성기를 달렸다.

2014년 <인터스텔라>의 브랜드, 2015년 <인턴>의 줄스 오스틴, 2018년 <오션스8>의 다프네 클루거를 연기한 해서웨이는 작년에도 판타지 어드벤처 <마녀를 잡아라>에 출연했다. <마녀를 잡아라>는 코로나19 시국에도 세계 7개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해서웨이는 작년 네덜란드의 비주얼 아티스트팀 슬루이 페인팅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얼굴의 여성' 1위에 뽑히기도 했다(남자는 BTS의 진).

우여곡절 끝에 공주의 삶을 받아들인 미아
 
 초짜신인에 가까웠던 앤 해서웨이는 <프린세스 다이어리> 이후 일약 할리우드 최고의 하이틴스타로 발돋움했다.

초짜신인에 가까웠던 앤 해서웨이는 <프린세스 다이어리> 이후 일약 할리우드 최고의 하이틴스타로 발돋움했다. ⓒ 브에나비스타코리아

 
미술가인 엄마 헬렌(캐롤라인 구덜 분)과 단둘이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고교생 미아(앤 해서웨이 분)는 영리하지만 수줍음이 많고 울렁증도 있어 단짝 친구 릴리(헤더 마타라조 분)를 제외하면 학우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미아에게 할머니(줄리 앤드류스 분)가 찾아왔는데 그는 자신이 프랑스와 스페인 사이에 위치한 작은 입헌군주국가 제노비아의 여왕이라고 말한다(물론 제노비아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국가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졸지에 제노비아의 왕위 계승자가 된 미아는 제노비아의 독립기념 무도회까지 공주수업을 받으면서 공주가 될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다. 평소 다소곳한 성격과는 거리가 멀었던 미아는 공주가 갖춰야 할 여러 가지 자세와 제약들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좌충우돌한다. 특히 학교의 킹카 조셉(에릭 본 데튼 분)과 떠난 해변축제에서 부끄러운 장면들이 언론에 노출되는 대형사건까지 터진다.

결국 미아는 공주가 되는 길을 포기하고 도망치기로 결심하지만 할머니가 준 일기장 속에서 아빠의 편지를 발견하면서 폭우를 뚫고 독립 기념 무도회 현장을 찾는다. 그리고 미아는 제노비아의 관료들과 각국 귀빈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제 공식적인 이름은 '아밀리아 미뇨넷 레날디'이고 저는 제노비아의 공주입니다"라고 당당하게 밝히며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 들이기로 결심한다.

<프린세스 다이어리>는 115분의 런닝타임 내내 유쾌하고 때로는 기상천외한 장면들로 관객들을 웃기지만 정작 관객들을 무장해제 시키는 최고의 장면은 할머니와 미아의 샌프란시스코 데이트 장면이었다. 미아와 여왕은 미아의 고물차를 타고 함께 드라이브를 즐기고 팔씨름 게임을 하고 핫도그를 먹으면서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 그 순간 만큼은 제노비아의 여왕과 왕위 계승자가 아닌 영락 없이 다정한 할머니와 손녀 사이였다.

2004년 <스타트랙>과 <원더우먼>으로 유명해진 크리스 파인이 출연하는 속편이 개봉한 <프린세스 다이어리>는 당초 3부작으로 제작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편의 흥행성적(1억3400만 달러)이 기대와 달랐던 탓에 3편 제작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말았다. 1, 2편을 연출했던 게리 마샬 감독이 지난 2016년 세상을 떠나면서 3편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감독 교체가 불가피하다.

여왕이 된 <메리포핀스> <사운드오브뮤직>의 대배우
 
 제노비아의 여왕 역의 줄리 앤드류스는 <메리 포핀스>의 메리 포핀스와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를 연기했던 대배우다.

제노비아의 여왕 역의 줄리 앤드류스는 <메리 포핀스>의 메리 포핀스와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를 연기했던 대배우다. ⓒ 브에나비스타코리아

 
영화 속에서 미아는 실수 투성이의 소녀로 주변의 많은 도움과 지도가 필요하다. <프린세스 다이어리>에서는 미아의 할머니이자 제노비아의 여왕 클라리스와 미아의 개인비서와 운전기사, 때로는 멘토 역할까지 담당했던 조셉이 미아가 흔들리지 않도록 케어한다. 특히 클라리스 여왕은 영화 내내 여왕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면서도 할머니로서 유일한 혈육 미아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숨기지 않는다.

엔딩 크레딧에서 주인공 앤 해서웨이보다 먼저 이름이 올라간 클라리스 여왕 역의 배우 줄리 앤드류스는 영화를 좋아하는 올드 팬들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 1965년 <메리 포핀스>에서 메리 포핀스 역으로 아카데미와 골든 글러브 여우주연상을 휩쓴 앤드류스는 이듬 해에도 '전설의 명작'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를 연기하며 골든글러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대배우다.

조셉을 연기한 헥터 엘리존도는 게리 마샬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마샬 감독과 여러 작품을 함께 한 배우다. 엘리존도는 1982년 <병원광시대>를 시작으로 <플라밍고클럽> <광고대전략> <환상의 커플> <귀여운 여인> <프랭키와 쟈니> <에덴으로 가는 비상구> <사랑하고 싶은 그녀> <런어웨이 브라이드> <프린세스 다이어리 1, 2> <발렌타인 데이> <뉴욕의 연인들>까지 마샬 감독이 연출한 13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미아는 학교의 인기남 조셉과 해변 축제에 참가했다가 기자들로부터 봉변을 당하고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의 오빠 마이클을 독립기념일 행사에 초대한다. 미아의 첫 키스 상대가 된 마이클 역의 로버트 슈왈츠먼은 현재 배우와 감독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2016년 독립영화 <드림랜드>를 만들며 여러 국제 영화제에 노미네이트된 슈왈츠먼은 2018년 <컬러풀 디자이어>의 제작과 연출에 참여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 게리 마샬 감독 앤 해서웨이 줄리 앤드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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