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스틸컷
(주)시네마달
제 아버지를 주인공 삼아
주인공은 둘이다. 하나는 박배일 감독의 아버지 박성희씨다. 사상공단에서 30년 넘게 일한 공장 노동자, 그는 산업재해로 손가락까지 잃은 처지다.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이 맨주먹으로 시작해 아들자식을 길러냈으니 그것을 성공으로 불러야 할까. 그와 가족이 오랫동안 살았을 작은 집도 곧 철거를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또 다른 주인공은 사상과 인접한 북구 만덕5지구 보상공동대책위 대표 최수영씨다. 망루를 지키며 공권력에 대항하는 최씨는 곁에서 지켜보기 위태로울 만큼 절박해 보인다. 깊은 우울과 외로움을 딛고 망루 위에 오른 그의 의지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흩어지는 것만 같다.
장애인의 고단한 사랑을 다룬 <나비와 바다>, 밀양 할매들의 송전탑 투쟁을 담은 <밀양 아리랑>, 경북 성주군 소성리 사드배치 논란을 그린 <소성리> 같이 소외된 이들의 삶을 기록해온 박배일 감독이다. 그가 제 아버지를 주인공 삼고 제 고향을 배경삼아 찍어낸 <사상>은 다른 작품들을 작업하는 사이사이 무려 9년에 걸쳐 촬영한 기록이다.
▲사상스틸컷(주)시네마달
9년 뒤 사상의 사람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9년을 건너 사상과 북구 만덕의 재개발이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는 그곳의 현재를 보면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고층빌딩과 아파트가 들어선 도시, 그러나 그곳이 개발되기 전 살았던 사람들의 오늘은 어떠할까. 바로 이것이 영화와 영화를 보는 이들의 가장 큰 관심이 될 것이다.
다만 철거민의 현실에 비해 이들을 압박하는 자본의 얼굴을 가까이 다가가 촬영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서병수 전 부산시장과 LH관계자의 짧은 출연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들이 어떤 역할을 했으며 철거대상자들에게 어떤 보상이 주어졌는지를 관객에게도 가감 없이 내보였어야 했을 것이다.
그로부터 관객 스스로가 자신이 사는 세상의 자본이 인간을 어떻게 대우하는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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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