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미들급에서 활약 중인 코리안 파이터 '아이언 터틀' 박준용(30‧코리안탑팀/(주)성안세이브)의 카카오톡 프로필 이미지 중 유일하게 사진이 아닌 그림 게시물이 하나 있다. 유명 복싱 만화 <더 파이팅>의 한 장면을 캡처한 것인데 내용이 사뭇 의미심장하다. 한 사내가 한쪽 무릎을 꿇고 어린 유망주에게 카운터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가볍게 자세를 잡으며 "기억해둬. 카운터의 요령은 타이밍과 용기다"라고 말한다.

간단한 대사처럼 느낄 수 있겠지만 함축된 의미가 사뭇 크다. 카운터는 찰나의 순간에 승패를 가르거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필살기다. 상대가 공격해오는 순간 혹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타격이 들어가는지라 성공했을시 곱절의 타격을 줄 수 있다. 반면 실패하게 되면 역카운터를 맞는 등 손해를 단단히 감수해야 한다. 코리안 파이터 최고의 펀치 기술자로 꼽히는 박준용의 타격론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준용은 우직하다. 기술적인 부분도 뛰어나지만 뭔가 잘 안 풀린다 싶으면 이것저것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훈련에 매진하는 연습벌레다. 이러한 성향은 전적에서도 알 수 있다. 그는 소위 천재라고 불리는 이들의 코스는 밟지 못했다. 아마추어 무대서 연패를 기록한 것을 비롯 공식 데뷔전에서도 패배의 쓴맛을 봤다. 첫 6경기에서는 3승 3패로 반타작에 그쳤다.

박준용은 개의치 않았다. 패배를 통해 배워나가면서 계속 성장해갔다. 이후 7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UFC까지 진출해버렸다. 데뷔전에서 서브미션 패를 당하며 한계에 부딪힌 듯 싶었으나 이내 3연승으로 옥타곤 무대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복싱 싸움에 강한 장점을 살려 해외 강적들과의 스탠딩 싸움서 우위를 점하며 체급 내 다크호스로 존재감을 과시 중이다.

그를 지도 중인 코리안탑팀 하동진 감독은 박준용 선수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하는 기자의 질문에 "성실한 훈련 태도와 지치지 않는 체력에 더해 정교한 펀치 공격이 큰 장점이다"며 "성격 면에서도 늘 도전적이고 유쾌 상쾌 통쾌한 녀석이다"고 답했다.

박준용 선수와 지난 7월 13일~15일, 이메일과 전화통화 등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수영선수 출신 파이터
     
 UFC 미들급에서 활약중인 코리안 파이터 ’아이언 터틀‘ 박준용

UFC 미들급에서 활약중인 코리안 파이터 ’아이언 터틀‘ 박준용 ⓒ 박준용 제공

 
- 과거 남의철 선수가 그랬듯 다른 선수들에 비해 다소 늦은 나이에 종합격투기를 접한 케이스입니다. 격투계에 입문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
늦게 격투기를 접한지라 남들보다 배는 더 노력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죽자 살자 훈련에 임했습니다. 군전역 후 평범하게 살고 있었지만 의미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온몸을 불태울 무엇인가가 그리워지더군요. 문득 군복무 기간 중 재미있게 봤던 격투기가 떠올랐고 결심하기 무섭게 바로 서울로 상경해버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다소 무모했지만 거기서 끝내지 않고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가짐을 유지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 학창시절 수영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영을 그만둔 이유가 궁금하며, 수영을 했던 것이 격투기를 하는 데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되나요? 더불어 해병대 출신으로도 유명한데, 군대생활은 어땠나요?
"수영선수는 성적이 좋지 않아서 그만뒀습니다. 수영하고 격투기는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는 별개의 종목이지만 지속적인 자기 관리, 운동시스템을 계획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수영을 그만두고 나니 앞길이 막막했습니다. 공부에 딱히 소질이 있던 것도, 뚜렷한 꿈이 있던 것도 아닌지라 군대나 빨리 다녀오자는 생각으로 이른 입대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생각보다 적응은 할 만했던 것 같아요."
 
- '닌자 거북이', '아이언 터틀' 등의 별명으로 불립니다. 어떻게 해서 생겨난 별명일까요?
"지금 제 별명으로 쓰이는 아이언 터틀은 코리안탑팀 하동진 감독님과 마이클 안 선수가 만들어줬습니다. 거북이를 닮은 외모(?)에 거북선 느낌도 나고… 뭐, 저는 현재 별명이 마음에 듭니다.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구요. 거북이처럼 단단하고 야무지게 상대 선수들을 박살내버릴 겁니다."
 
 박준용의 또다른 취미는 축구다.

박준용의 또다른 취미는 축구다. ⓒ 박준용 제공

 
- 박준용 선수는 격투기 외에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아직은 먼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나중에 파이터 생활을 은퇴하게 된다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요?
"저는 운동하는 것을 좋아해서 쉴 때도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편입니다. 이것저것 관심이 많지만 특히 축구는 선수 수준으로 좋아합니다. 시간나는 대로 열심히 뛰어다니며 즐기고 있습니다. 아! 물론, 저의 애정 1순위는 격투기죠. 축구는 그 다음이고요.

그리고 음… 언젠가 은퇴를 하게 된다면 큰 술집을 차려서 운영하고 싶어요. 이태원클라스처럼요. 새로운 분들도 만나고, 좋은 분들과 얘기도 나누고, 즐거울 것 같아요."
 
"경기할수록 김동현​ 대단하다고 느껴​​​​​​"
 
- 현대 격투기는 체중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조금이라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자 무리해서 체중을 감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박준용 선수는 감량을 많이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중량급으로 분류되는 미들급에서 뛰는 이유가 있을까요? 이후 체급 이동같은 계획도 있나요?
"원래 예전에는 웰터급에서 뛰었습니다. 그때는 운동이 문제가 아니라 진짜 체중과의 싸움이었죠. 시합 준비가 아니라 감량을 위해서 싸운다는 황당한 생각까지 들 정도였죠. 진짜 그런 느낌이었어요. 감독님과 대표님의 적극 추천으로 미들급으로 월장을 했는데,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훨씬 좋아졌습니다. 저는 미들급이 잘 맞는 것 같아요."
 
- 두루두루 다 잘하지만 특히 펀치 위주의 복싱게임에 강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의 파이팅 스타일은 언제 만들어진 것이며 개인적으로 어떤 부분을 보강하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UFC에서의 첫 패배 이후 감독님, 대표님과 더불어 대대적인 변화에 들어갔습니다. 원래 복싱은 누구랑 해도 자신이 있었는데 너무 반쪽짜리가 아니었나 싶어요. 제가 하는 것은 종합격투기지 복싱이 아니니까요. 이후 레슬링을 장착하자 스탠딩 상황에서 상대 선수들이 더 힘들어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선택지가 넓어져야 강점도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 지금은 기본적인 로우킥을 더 다듬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 잽이나 원투가 특히 날카롭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스탠딩 싸움에서 잽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그리고 잽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있나요?
"스탠딩 싸움에서 잽의 중요성은 일류선수라면 모두들 알고 있을 겁니다. '왼손을 제압하는 자가 세계를 제압한다'는 말도 있죠. 잽은 사람 몸으로 따지면 맥박입니다. 한마디로 리듬을 깨트리면 이기기 쉬워집니다. 잽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쪽이 흐름을 가져가고, 반대의 경우에는 밸런스를 잃고 다른 잘하는 것까지 봉인되기 십상이죠."
 
 코리안 파이터 박준용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코리안 파이터 박준용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박준용 제공

 
- 최근 연승을 기록하면서 분위기가 좋습니다. 먼저 UFC 무대서 활약한 선배 파이터 중 롤모델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UFC 선배들 중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김동현 형입니다. UFC에서의 경기수가 늘어갈수록 김동현 형이 얼마나 대단하고 똑똑한 사람인지 새삼 실감이 나요. 이렇게 큰 무대에서 정말 다양한 선수들과 싸워나가며 그렇게 오랫동안 살아남았다는 것은 기술적인 요소는 물론 기타 여러가지 등 얼마나 많은 부분에서 철저한 준비가 이어졌는지 알 것 같아요. 더불어 멘탈도 강해야 되겠죠."
 
- 마지막으로, 파이터 박준용은 어떤 선수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싶나요.
"늘 그렇듯이 저는 단순합니다. 하지만 그 단순한 것이 가장 어렵더군요. 제 목표는 UFC 코리안 파이터 중 가장 많이 싸운 선수로 이름을 남기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정말 잘해야 되겠죠. 항상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방법 밖에 없을 것 같아요.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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