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학교 가는 길>의 한 장면.
영화사진진
매력적인 엄마들
영화 속 중심 인물인 이은자, 정난모, 조부용, 장민희, 김남연씨 등도 제각각 개성이 다르다. 차분하게 설명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내부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며 강하게 호소하는 이도 있다. 자신들을 향해 욕하고 장애가 있는 아이를 대놓고 혐오하는 이웃들 모습에 매번 울면서도 꾸역꾸역 한발씩 나아가는 이가 있는 반면, 상처받을지언정 의연하게 대처하는 이도 보인다. 영화가 거칠고 무겁기만 한 게 아니라 종종 유쾌하고 웃음 포인트가 있을 수 있는 것도 이런 엄마들의 각양각색 덕분이었다.
"어떤 캐릭터를 의도한 게 아니라 이미 활동하는 분들을 찍다보니 도드라진 분이 있는 건데, 아쉬운 건 어머님들 캐릭터가 사실 더 매력적이다. 그걸 영화에 다 담진 못했다. 본인들도 서로 친하지 않다고 스스럼없이 말한다(웃음). 자주 싸우기도 하는데, 평소에 언니 동생으로 지내면서 밑바탕에 유대감이 강하다. 자칭 '강서 어벤져스'라며 모바일 메신저 방 이름을 지었더라. 그 표현에 저도 동의한다. 어벤져스 못지않게 활약하셨지.
제가 감히 그분들을 평가할 순 없지만 그분들의 활동을 보면 하나의 릴레이 달리기는 하는 느낌이었다. 이미 자녀가 성인이 돼서 특수학교 혜택을 볼 수 없는 엄마들은 자신들이 겪은 어려움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나섰다. 그 마음이 매력적이고 존경스럽다. 사실 이미 학교는 나와 상관없는 일일 수도 있잖나. 근데 후배 엄마들에게 그걸 물려주고 싶지 않아 하신다. 정작 청소년기 아이를 둔 어머님들은 아이 때문에 활동하는 데 시간이 잘 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 여유가 있는 어머님들이 나서는 면에서 제가 많이 배운 게 있다."
물론 이 사회에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고, 교육 또한 그래야 한다는 것에 감독도 원칙적으로 동의했다. 장애인의 탈시설을 강조하는 흐름에도 그게 맞다. 하지만 교육 문제에 있어서 여전히 한계와 빈틈이 존재한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는 게 감독의 말이었다.
"이왕이면 장애인, 비장애인 같이 어울리는 게 좋다. 초등학교까진 괜찮은데 중학교부턴 너무 입시 중심 교육이라 어려움이 있더라. 물리적으로 같이 있을 뿐이지 통합 교육이 안 되는 여건으로 보인다. 특수학교 자체가 부족하다 보니 이미 중학교에 아이를 보낼 때 인원이 꽉 차서 못 보내는 일도 많더라. 아이 상황에 맞게 통합교육과 특수교육을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회적 관심과 논의가 필요하다."
▲다큐멘터리영화 <학교 가는 길>의 김정인 감독.이선필
변화가 일어나다
그간 <하늘 연어> <내사랑 한옥마을> 등 4편의 다큐멘터리를 발표한 김정인 감독은 이번 영화로 첫 극장 개봉을 경험하게 됐다. "약 5년간 준비했는데 이렇게나 시간이 많이 걸릴 줄 몰랐다"며 그는 "어머님들 기대에 못 미칠까 그게 참 힘들었다. 이 작품 이후 계속 다큐를 할지 다른 길을 택할지도 생각해볼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난해 DMZ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공개됐을 때 한 어머님이 '투쟁할 때 우리만 있는 줄 알아서 굉장히 외로웠는데 영화를 보니 곁에 머물러 준 사람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며 고맙다고 하셨다. 그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은자님은 비장애인 큰딸에게 '나중에 내가 세상을 떠나고 동생과 단둘이 남겨질 때 이 영화를 보고 엄마가 열심히 뜨겁게 세상을 살았다는 걸 알고 열심히 살아주면 좋겠다'고 했다더라. 참,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일지 헤아릴 수도 없다.
저 또한 영화 이후 작지만 어떤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지하철에서 장애인을 만나면 피할 때가 있었는데 이젠 전혀 그러지 않는다. 속으로 그분에게 어떤 재능이 있을지 상상하게 된다. 제 딸도 제가 5년간 이 영화를 붙들 때 옆에 앉아 숙제도 하고 지켜보기도 했다. 처음엔 '저 언니 왜 저렇게 행동해?'라던 아이가 이젠 언니 오빠 하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이번 작품을 기점으로 감독은 특정 사람에 국한하지 않고 확장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됐다고 한다. 한 NGO 단체에서 일하던 시절 촬영한 사람들을 다시 찾는 이야기도 막연하게 꿈꾸고 있다. "내공을 더 쌓아야 한다"며 웃어 보이는 그의 모습에서 선한 의지가 느껴졌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모든 것엔 빈틈이 있다. 그 빈틈으로 빛이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