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보호를 위한 잠입수사중잠입수사에 참여했던 오메가(왼쪽)와 와일드리스크 조사팀장(오른쪽)
넷플릭스
탄자니아 수사팀의 활약
두 번째 이야기는 코끼리 밀렵꾼 중 대왕 격에 해당하는 '쉐타니'를 검거하기 위해 오래도록 태스크포스를 운영해온 탄자니아 수사팀의 활약을 그린다. 쉐타니의 본명은 보니페이스 마리앙고, 그는 오랜 세월 코끼리 밀렵꾼 조직을 운영해왔다. 쉐타니는 한 나라에서만 밀렵을 자행하는 게 아니었다. 그는 아프리카 대륙의 여러 나라들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코끼리 밀렵을 광범위하게 주도했다.
쉐타니의 조직원들은 쉐타니와 직접 연결고리 없이 코끼리를 사냥했으며, 쉐타니에게 수익의 상당 부분을 상납했다. 수년 동안 쉐타니의 이동경로를 추적하면서 쉐타니의 끄나풀들을 주로 검거하던 끝에, 마침내 이웃나라 잠비아 수사팀과의 공조를 통해 쉐타니를 검거했을 때 탄자니아 수사팀은 뛸 듯이 기뻐한다.
그렇게 쉐타니를 검거한 팀원 중 한 사람은 "쉐타니를 자비 없이 감옥에 집어넣겠다. 그가 자비 없이 코끼리를 죽였으니까!"라고 주장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떠올라, 범죄자도 인도적으로 대해야 하지 않은가 잠시 생각해보았지만, 쉐타니의 행각을 돌아보니 내 입에서도 그 똑같은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이야기는 위의 두 이야기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위의 두 이야기는 코끼리를 사냥하는 사람들이 범죄자인 데다 선악의 면에서 볼 때 '악'의 쪽이므로, 좀 더 분명한 점이 있다. 그러나,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코끼리도 안타깝고, 사람도 안타깝다. 지켜보는 마음이 한껏 복잡해지는 사연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연인즉 다음과 같다. 기껏 농사를 지어놓았는데 코끼리가 들어와 신나게 포식하며 돌아다니는 바람에 애써 가꾼 농사를 번번이 망치게 되자, 코끼리라면 치를 떠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코끼리들이 죽지 않으면 사람이 죽게 생겼다며, 농민들은 매우 분노하거나 크게 상심해 있다. 농사를 지어 가족들을 먹여 살리고, 농산물을 팔아 아이들을 공부시켜야 하는데, 코끼리가 농토에 나타나 분탕질을 해놓으면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가는데 그걸 어떻게 그냥 두고보느냐는 절절한 하소연이다.
<빅라이프재단>은 이 일에 의미있게 개입하고자 애를 쓴다. 농민들의 현실을 나몰라라 하지 않으며, 동시에 코끼리도 살릴 수 있는 방안으로 '전자 울타리'를 생각해냈고, 그 프로젝트를 실질적으로 진행한다. 전자 울타리는 코끼리의 난입을 효과적으로 막아줄 수 있다. 코끼리가 난입하지 않으면 농민들이 코끼리를 쳐부숴야 할 적으로 생각할 리 없다. 코끼리와 인간의 활동영역을 구분해주어 겹치지 않게 하여 평화를 유지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빅라이프재단>은 노력을 경주한다. 코끼리의 공간을 철저히 탐색하고, 농민들을 만나 간곡히 설득하는 등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
"사타오를 기리며..."
다큐멘터리는 위와 같은 세 가지 이야기를 번갈아 진행하는 사이사이에, 밀렵꾼들에게 당한 코끼리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울러 상아 가격을 올리기 위해(환언하면 상아의 희소가치를 올리기 위해) 밀렵꾼들이 코끼리 개체수 감소를 실제로 소망한다는 점까지 짚어준다. 상아가 10개일 때보다 1개일 때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결국 해결책은 한 가지다. 인간들이 상아 예술품을 원하지 않게 되는 것! 다시 말하면, 상아 예술품을 거부하는 일이다. 상아 예술품을 사는 사람들이 줄어들면 상아 조각가들이 줄 것이고, 상아 조각가들이 줄어들면 상아 밀렵꾼들도 줄 것이다. 그런 날이 속히 오면 좋겠다, 코끼리들이 다 멸종되기 전에.
다큐멘터리를 찍는 중에 정말 크고 멋진 상아를 지닌 우람한 코끼리 '사타오'가 밀렵꾼들에게 당했다. 그 사실을 전해들은 등장인물들 모두가 진심으로 슬퍼하며, 그를 애도하였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는 엔딩 크레디트로 '사타오를 기리며'라는 메시지를 띄웠다. 화면에 뜬 '사타오'의 생전 사진이 가슴 아프다.
늠름한 '사타오'의 생전 사진을 보며 나는 상아 예술품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접고자 노력하기로 했다. 그런데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사타오'의 생전 사진을 바라보니, 상아로 만든 예술품은 결코 아름다운 게 아니라, 핏물 씻어낸 코끼리 시체의 일부라는 생각이 (크게 애쓰지도 않았는데) 뜻밖에도 쉽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다큐멘터리 시청자들도 어쩌면 그럴 것 같다.
▲다큐멘터리 촬영 중 사망한 코끼리사타오의 생전 모습(가운데)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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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정치수업(위즈덤하우스), 해나 아렌트의 행위이론과 시민 정치(커뮤니케이션북스), 박원순의 죽음과 시민의 침묵(지식공작소), 환경살림 80가지(2022세종도서, 신앙과지성사)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