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편집자말] |
▲ 지난 5일 첫 솔로음반 'Like Water'를 발표한 레드벨벳 멤버 웬디 ⓒ SM엔터테인먼트
그동안 다양한 드라마 OST 및 프로젝트 싱글을 통해 레드벨벳 멤버 웬디 (wendy)의 이름을 내건 노래들을 자주 만나오긴 했지만 지난 5일 첫 솔로음반 < Like Water > 발표로 이어지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예기치 않았던 공백기도 겪었던 웬디 뿐만 아니라 레드벨벳을 사랑해온 팬들에게 이번 신작 공개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 마냥 포근한 느낌을 안겨준다.
예상치 못했던 발라드 음반
▲ 지난 5일 발표된 웬디의 첫 솔로음반 'Like Water' 표지 ⓒ SM엔터테인먼트
웬디가 솔로 음반을 낸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해도 "최신 흐름을 대폭 수용한 팝 사운드가 아니겠는가"라는 예측이 앞섰다. 물론 원 소속그룹의 색깔과는 다른 방식의 단독 작품이라는 예상 역시 공존했지만 SM만의 남다른 음악적 고집을 감안하면 의례 해외 작곡가들을 앞세운 물량 공세부터 떠올리는 게 결코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5일 공개된 < Like Water > 속 5곡은 전혀 다른 방향성을 지니고 만들어졌다. 5명의 작곡가가 이름을 올린 'Why Can't You Love Me?'를 제외하면 1~2인 조합을 빌어 발라드에 최적화된 창작에 온 힘을 쏟는다. 악기 편성 역시 피아노, 현악기 위주로 단순화시키면서 듣는 이들이 오로지 보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다.
더블 타이틀곡 'When This Rain Stops'(밍지션 작사/작곡)를 첫번째 트랙으로 올려 놓은 선택 역시 의외성을 지닌다. 오로지 피아노 반주 하나에만 의존한 발라드는 보통 음반의 엔딩곡으로 배치하는 게 일종의 관행처럼 활용되었지만 < Like Water >에선 정반대의 위치에 두면서 묘한 흡인력을 발휘하게 만든다. 진성과 반가성, 고음과 중저음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면서 노래하는 웬디의 목소리는 최상의 기량을 맘껏 뽐낸다.
서정성 앞세운 곡들로 그룹과 차별화 도모
▲ 지난 5일 첫 솔로음반 'Like Water'를 발표한 레드벨벳 멤버 웬디 ⓒ SM엔터테인먼트
또 다른 타이틀곡 'Like Water'(한국 2인조 프로듀싱팀 코치 & 센도, Anne Judith Stokke Wik 작곡)는 밴드 편성의 상대적으로 늘어난 악기 반주를 역동성 마련 수단으로 활용한다. 클라내드, 코어스 등 아이리쉬 팝 밴드들이 종종 구사하는 강렬한 록 비트와 현악기들의 결합을 통해 가슴 속 벅차 오르는 감정선을 최고조로 끌어 올린다. 상대적으로 이질감이 감도는 'Why Can't You Love Me?'에선 LP 특유의 지글거리는 효과음을 사용해 1960-70년대 풍 미국 소울 음악의 기운을 살짝 덧씌운다.
이어지는 '초행길(The Road)', 'Best Friend' 역시 발라드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상의 아름다운 선율로 듣는 이들을 사로잡는다. 전자(모노트리 이주형, 권애진 작곡)에선 블루스 풍의 악곡 전개와 적절한 조바꿈을 활용해 단순함을 탈피하는 편곡이 인상적이었다면 후자(밍지션, 김연서 작곡)에선 팀 동료이자 친구 슬기와의 듀엣으로 제목에 걸맞는 멋진 호흡을 자랑한다.
이번 웬디의 < Like Water >에서 특히 눈여겨볼 내용은 진솔함이 깃든 가사다. 흔히 저세상 텐션(?) 혹은 국어 파괴에 가까운 SM식 화법은 발라드 음반 답게 여기선 철저히 배제되었다. "이렇게 가끔은 멈춰가도 돼 / 쉬어도 돼 / 마음에 비가 내려도 / When this rain stops / 그냥 다시 웃으면 돼"(When This Rain Stops), "네 아픈 곳을 채우는 / 패인 상처들을 감싸고 / 꼭 안아줘 / 널 다시 일어나게 해"(Like Water) 등의 노랫말은 1년여 공백기를 지닌 웬디를 향한 위로와 격려의 말처럼 들려진다.
100% 만족감 선사하는 위로, 공감의 목소리
▲ 지난 5일 첫 솔로음반 'Like Water'를 발표한 레드벨벳 멤버 웬디 ⓒ SM엔터테인먼트
< Like Water >는 레드벨벳, 그리고 웬디라는 이름이 선사하는 믿음의 결과물이자 위로와 공감의 목소리를 담은 작품이다. 첫 솔로작에서 흔히 범하기 쉬운 감정 및 기교의 과잉 같은 시행착오를 억제하면서 자신의 능력치를 십분 발휘하는 등 모범적인 제작은 'Todayis_Wendy'('오늘은 웬지' 또는 '오늘은 웬디'의 중의적 표현)라는 개인 SNS 아이디 마냥 오늘은 웬디의 음악을 들어줘야만 할 것 같은 당위성도 마련해준다.
걸그룹 레드벨벳 웬디는 20대 여성 보컬 중에선 손꼽을 만한 실력파 인재다. 탄탄한이 깃든 특유의 창법은 음역대의 높낮이에 구애받지 않고 안정감 있는 소리를 들려주며 레드벨벳 음악의 핵심을 차지해왔다. '아이스크림 케이크', '러시안 룰렛', 짐살라빔' 등 용수철 마냥 통통 튀는 곡부터 'Bad Boy', 'Pshycho' 등 팝과 R&B를 아우르는 섬세한 감성을 담은 작품에서 웬디는 믿음직함을 충실히 수행해줬다.
지금까지 "레드벨벳에서 노래 잘하는 그 애"처럼 인식되어왔다면 지금부터는 "케이팝에서 노래 잘하는 친구"로 웬디를 바라봐도 좋을 것이다. 1년여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을 만큼 웬디는 충분히 자랑스러운 작품을 들고 우리 곁에 다시 돌아와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