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에 입맞춤을>의 한 장면. 중국 황투공원 토양복원사업의 진행(2)
넷플릭스
순환이 답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이 다큐멘터리가 제시하는 것은 '순환하지 못한 채 지구를 점점 뜨겁게 만드는 탄소를 순환하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그 방법의 첫걸음은 토양을 건강하게 되살리는 일이다. 토양을 되살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다큐멘터리는 앞서 말한 재생농법 외에 세 가지 대안을 더 이야기한다.
첫째, 음식물&식재료 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 일이다. 그 쓰레기들을 매립, 소각하는 건 토양 미생물에게 전달되면 좋을 탄소연료를 가로채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시민들이 음식물&식재료 쓰레기를 잘 구분해서 (쓰레기통 색깔로 구분함) 버리도록 벌금을 강화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더 좋은 퇴비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에 대하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쥐를 움직이려면 치즈를 움직이면 된다"고 재치있게 말하기도 했다. 물론, 인간은 치즈(먹잇감, 이익)에 조종당하는 한낱 쥐가 아니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면 누가 강제로 시키거나 벌금을 물리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실천할 것이다.
둘째, 똥의 순환이다. 동물의 배설물에는 탄소가 많이 들어있다. 배설물에서 독소와 병균을 제거해 퇴비로 제조하면 토양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에 크게 활용될 수 있다. 배설물을 잘 모아 잘 처리한다면, 배설물이 아무 데나 굴러다니다가 물에 빠져 수질오염을 주도하지 못하도록 예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큰 목장을 잘 구획하여 소를 이동시키며 키운다면, 소의 배설물은 오염의 근원이 아니라 토양을 건강하게 만드는 자연자원이 될 수 있다. 소똥은 매우 훌륭한 유기물질(탄소화합물)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방법을 사용할 때는 몇 가지 규칙을 지켜야 한다. ① 3일 이상 한 곳에 머물지 않기(토양이 소진되지 않도록), ② 떠난 이후 6~9개월 동안은 지나왔던 곳으로 다시 가지 않기(섬세한 이동시간표 필요), ③ 한 곳에서 풀을 포식하지 않기(토양이 스스로 회복하도록). 그러면 소가 지나간 자리는 오염물과 배설물 천지가 아니라 초목 천지가 된다.
셋째, 재생식단이다. 소비자들이 재생농법으로 키운 작물을 의도적으로 찾아 구매해서 먹는다면 재생농법을 시행하는 생산자들이 많아지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또 이동시간표를 따라 방목장을 돌아다니다 인도적으로 도살된 쇠고기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다면, 방목(이동)축산을 긍정적으로 고려하는 축산농민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생산자들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어차피 따르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우리 세상에서는 탄소만 순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순환할 수 있는 게 또 있으니, 바로 사람들의 '생각(idea)'이다. 탄소순환이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을 순환하며 공유하는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겠다"고 입을 모은다. 그들은 인간이 토양을 돌보면 토양이 인간을 돌보아주리라 믿는다. 그 믿음을 전파하듯 다큐멘터리는 마지막으로 말 건넨다.
"여러분도 포기하지 마세요."
▲<대지에 입맞춤을>의 한 장면. "포기하지 말자"고, 내레이터(우디 해럴슨)가 제안하는 장면. 넷플릭스
이 다큐멘터리는 시종일관 탄소는 자연생태계에 좋은 것이며, 박멸대상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탄소가 기후 위기를 부채질하는 주범 중의 주범이 된 건, 인간이 토양을 이른바 뇌사상태로 만들어 탄소를 순환시키지 못했기 때문이지, 탄소 잘못이 아니다. 그러니 탄소가 뒤집어쓴 누명을 벗겨주고, 악명으로부터 탄소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관람을 위한 팁을 한 가지 알려드리겠다. 넷플릭스에서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디트가 흐를 때 급히 '정지' 버튼을 누르지 않기 바란다. 엔딩 크레디트가 거의 다 끝나갈 때쯤 짤막한 인터뷰 장면들이 대략 2분간 흘러나온다.
"이산화탄소란 무엇일까요?"하는 간단한 질문에서부터, 기후 위기에 대한 일반상식과 실천사항에 대하여 묻고 대답하는 인터뷰 장면인데, 소소하게 재미있다. 출연자들 중 '저 사람, 꼭 나처럼 대답하네!' 하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엔딩 크레디트가 다 끝날 때까지 끊지 말고 꼭 보시길!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저서: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정치수업(위즈덤하우스), 해나 아렌트의 행위이론과 시민 정치(커뮤니케이션북스), 박원순의 죽음과 시민의 침묵(지식공작소), 환경살림 80가지(2022세종도서, 신앙과지성사)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