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데뷔 음반 'INTO VIOLET'을 발표한 퍼플키스 ⓒ RBW
해마다 가요계엔 수많은 신인 그룹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팬들에게 이름을 각인시키면서 살아남는 팀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브레이브 걸스, 지난해 음원 시장을 강타한 오마이걸처럼 데뷔 이후 수년이 흘러서 큰 인기를 얻기도 하지만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등장 이래 1-2년 사이 확실한 존재감을 부각시키지 못한다면 기존 유명 그룹·후발주자팀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에 몇몇 기획사들은 프리 데뷔(Pre-Debut)라는 방식으로 시장 상황 파악 및 그룹 이름 알리기에 나서기도 한다. 정식 데뷔는 하지 않았지만 음반(싱글)을 발표하거나 미디어에 노출시키면서 활동에 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팀과 소속 멤버의 인지도와 팬덤 형성에 주력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확인된 문제점을 보완해 때론 멤버교체까지 시도하기도 한다. 즉, 일종의 '간 보기'를 하는 것이다.
NCT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SM루키즈라는 이름으로 다채로운 움직임을 보인 바 있으며 이달의 소녀는 무려 2년에 걸쳐 멤버 전원 솔로과 3개 유닛팀 음반 발매라는 파격 기획을 진행했다. 요즘 들어선 MCND, T1419 등의 팀이 선공개 싱글로 분위기를 조성하고 문을 두드리고 있다. 반면 비슷한 시도를 진행했던 씨앗(2016년), 기동대(2019년) 등은 끝내 정식 데뷔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사라지는 극과 극 현상도 목격된다. 프리 데뷔가 마냥 쉽지 않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3년의 준비기간... 신흥 명가 RBW의 야심작
▲ 지난 15일 데뷔 음반 'INTO VIOLET'을 발표한 퍼플키스 ⓒ RBW
지난 15일 미니 음반 < INTO VIOLET >으로 가요계에 출사표를 던진 걸그룹 퍼플키스(박지은, 나고은, 도시, 이레, 유키, 채인, 수안) 역시 프리 데뷔라는 준비 과정을 거쳐 등장한 신예 7인조다. <프로듀스48>(박지은, 나고은), <믹스나인>(도시), <K팝스타>(채인) 등 여러 오디션 예능 출전으로 인지도를 얻은 멤버들이 다수 존재하는 이 팀은 '365 프랙티스'라는 3년 여에 걸친 장기기획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2018년부터 꾸준히 선배 가수들의 노래, 퍼포먼스를 커버한 영상물을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존재를 드러내고 V라이브 등 아이돌 개인 방송 등을 통해 홍보에 임한다. 그리고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2장의 디지털 싱글 선공개에 나섰다. 각각 록 또는 R&B라는 공통 분모가 적은 장르를 녹이면서 하나의 틀에만 얽매이지 않는 확장성을 확보하는 건 또 하나의 수확이었다.
RBW라는 회사 브랜드는 아직 미지의 신인을 보증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2014년 마마무를 시작으로 2019년 원어스, 원위 등을 선보인 중견 기획사가 만든 신예라는 점은 이 팀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선배 원어스와 원위 역시 <데뷔하겠습니다>, <매점 오빠는 영업중>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거쳐 데뷔를 했던 만큼 퍼플시크 역시 확실한 실력 연마 과정을 거쳤을 거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골라 듣는 재미가 있다
▲ 지난 15일 발매된 퍼플키스의 데뷔 음반 'INTO VIOLET' ⓒ RBW
인트로를 포함, 총 7개의 트랙으로 구성된 < INTO VIOLET >은 R&B 장르를 밑바닥에 깔고 힙합, 록, 발라드 등 다양성을 녹이려는 시도가 인상적인 데뷔작이다. 6곡에서 작곡, 편곡으로 참여한 강지원 작가(시크릿, BAP, 소나무, 언터처블 담당)가 전체 작업의 틀을 잡아 놓고 퍼플키스 멤버들과 김도훈-서용배 등 RBW 프로듀싱팀이 힘을 보탠다.
스페인어로 '독'을 의미하는 타이틀곡 'Ponzona'는 마성의 매력으로 팬들을 사로잡겠다는 의도를 전면에 드러낸다. 가사 곳곳에 팀 이름을 뜻하는 단어 '퍼플(Purple)'을 배치시켜 보랏빛 중독감을 극대화시키는가 하면 절제된 비트로 진행되는 악곡 구성으로 몰임감을 함께 키워나간다.
편의상 Fusion Urban Hiptop 곡으로 소개되는 이 트랙에선 바이올린과 피아노 등 고전적인 악기를 추가시켜 고전적 미학과 현대적 감각을 하나로 묶는 시도가 인상적이다. 특히 5곡에서 한국어 랩 가사를 전담해 쓴 일본인 멤버 유키는 이질감 없는 랩핑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트랩 비트를 중심에 배치한 'Skip Skip', 발라드 '마침표' 등에선 멤버들의 과장되지 않고 담백한 보컬이 제법 솔깃한 속삭임을 들려준다. 프리데뷔 곡이었던 'My Heart Skip a Beat'를 제외하면 속도감 있는 댄스곡을 배제하고 R&B 미드 템포 중심 악곡으로만 음반을 꾸민 점은 다분히 해외 음악팬들의 취향을 겨냥한 의도로도 풀이된다.
프리 데뷔라는 제법 큰 인내심을 요구하는 사전 작업을 거치면서 비교적 높은 완성도를 담아낸 점은 퍼플키스 및 < INTO VIOLET >가 지닌 강점이다. 7명 멤버들의 기량 또한 적절한 균형감을 이루는 등 지난 3년의 노력이 양질의 결과물로 이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