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짐과 앤디> 스틸컷영화 <짐과 앤디> 스틸컷
넷플릭스
04.
짐 캐리의 이런 방식은 일종의 불안이기도 하다. 자신이 가장 높은 곳에 오르게 되었을 때의 작품들, <아이스 벤츄라>, <마스크>, 그리고 <덤 앤 더머>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 만난 <트루먼 쇼>나 <이터널 선샤인>까지도 거의 모든 작품들이 캐릭터에 완전히 빙의가 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인물이 되어버리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말이다. 다시 말하면, 앞서 이야기했던 방식이 아니고서는 자신이 맡은 배역을 표현할 방법을 알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를 캐스팅하는 감독들도 그런 그의 성향이나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트루먼 쇼>의 피터 위어 감독은 그런 짐 캐리의 모습 때문에 트루먼 버뱅크 역을 그에게 맡겼고, 심지어 <이터널 선샤인>의 미셸 공드리 감독은 그가 망가져 있는 모습으로부터 아름다움을 느꼈기에 크랭크인 할 때까지 계속 망가져 있으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작품 속 짐 캐리에 대한 이야기들을 종합하여 본다면, 그가 이 치열한 할리우드 무대 최정상의 위치에서 지금까지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주변을 불편하게 하면서까지 잃지 않으려고 했던 집중과 몰입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주변에서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자신이 원하려는 바를 쟁취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 – 실제로 그는 정말, 헛웃음이 날 정도로 비정상적인 방식의 몰입을 보여주는데 조금 심하게 표현하자면, 누군가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스스로 지워내는 방식의 연기를 보여주는 것 같다. – 이 작품 <짐과 앤디>는 짐 캐리를 그런 배우로 그려낸다.
05.
영화 중간 중간에 현재의 짐 캐리가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는 인터뷰 형식의 짧은 필름들이 등장한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그 인터뷰 영상 속 현재의 짐 캐리는 자신의 연기에 대해 그것은 단지 돔(Dome)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실재가 아니라 그저 영화일 뿐이며,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만든 자신의 아바타와 목소리로 어떤 문제에서 벗어나게 해 주고, 유명해지게 해 주는 수단 말이다. 마치 자신이 연기했던 <트루먼 쇼> 속의 버뱅크처럼.
물론 자신도 알고 있다. 진짜가 아닌 그 모습들로부터 가끔은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의 진짜 모습으로도 살아가야 하며, 그 진짜 모습으로 마주치게 되는 현실의 여러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도. 그 때마다 허구의 캐릭터로 돌아가자는 마음의 소리가 들려오지만 영원히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과 비슷한 위치에 놓여 있었을 앤디 카우프먼의 실제 삶에 대해서 떠올린다. 그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므로.
▲영화 <짐과 앤디> 스틸컷영화 <짐과 앤디> 스틸컷넷플릭스
06.
"집에 가서 관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어요. 제가 원하는 것 말고요. 제가 원하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죠. 성공해서 유명한 배우가 되는 게 제 바람이었죠. 그보단 관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계속 고민했죠."
이 작품에서 가장 오랫동안 마음을 맴돌던 짐 캐리의 말이다. 유명해지기 전, 한 번이라도 더 기회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절에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것은 지금도 변함없다. 다소 괴짜처럼 보일지 모르는 연기에 대한 그의 몰입. 그 결과물이 이상하게만 보이지 않고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그의 연기를 사랑해 온 이들에게 그가 연기를 하기 위해 품어온 단단한 씨앗을 보여주는 것, 이 작품 <짐과 앤디>가 오랜 세월을 건너 세상에 나온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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