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알베르트가 다정하게 서 있다. (롯데 역 이지혜, 알베르트 역 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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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나치지 않게요"
롯데와 알베르트의 사랑도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롯데는 아름다운 발하임의 일상을 행복하게 여겼다. 들판에 핀 꽃들에 이름을 붙이는 일과 약혼자 알베르트가 편지와 함께 보내준 각지의 꽃씨를 온실에 심는 일이 롯데의 취미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난 베르테르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복을 맛보게 해줬다. 롯데의 시를 온전하게 이해하고 감탄해 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단숨에 친구가 되었고 알베르트와 집사들에게도 베르테르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했다. 다시 찾아온 베르테르를 만났을 때는 뛸 듯이 기뻐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롯데는 그런 베르테르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그의 지나친 사랑에 아팠다. 하늘을 향해 "왜 제 마음이 흔들리죠"라고 소리치며 복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혹시나 자신의 마음 속에 금단의 꽃이 피었을까 두려워하면서도 베르테르를 영영 떠나보낼 생각을 하면 붙잡게 되는 마음이 롯데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자석산처럼 롯데와 베르테르는 끌릴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을까. 영혼이 닮은 둘. 그래서 롯데의 사랑도 아리다.
"변한 건 아무 것도 없어요"
알베르트는 어찌할 바 모르며 사랑과 상황의 소용돌이에 빠진 베르테르, 롯데와는 다르다. 절대 흔들리지 않는 사람. 인생을 살아가며 자신이 정한 원리원칙을 중요시한다. 자신의 아내를 향한 불타오르는 사랑을 숨기지 않는 베르테르 앞에서도 유지하는 신사적인 태도. 그렇다고 알베르트가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까지는 아니다. 살인을 저지른 카인즈를 충분히 무력으로 끌고 갈 수 있었을텐데도 그가 마을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할 시간을 충분히 줬다. 여행을 다녀올 때는 매번 집사들의 선물까지 한아름 사왔다. 그런 사람이 오직 롯데만을 삶의 불빛으로 여겼다. 자석산처럼 끌리는 롯데와 베르테르를 보면서 얼마나 인내했고 마음이 아팠을까.
마을 사람들은 카인즈의 됨됨이와 성실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기에 그의 살인 사건 소식에 달려갔다.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 받자 폭발한 그의 분노를 공감했고 그가 안타까워 경찰들에게 무릎 꿇고 살려 달라 빌었다. 베르테르도 "이 세상에 살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죄는 무거우나, 지울 수 없는 검은 얼룩을 덮어쓰고 말았으나 그의 불쌍한 영혼을 봐달라"고 애원했다. 이때 베르테르와 카인즈가 겹쳐 보였다. 베르테르는 금단의 사랑을 하며 검을 얼룩을 썼지만 그의 숭고한 사랑만은 이해해달라고. 그렇게 보이고 그렇게 들렸다.
▲베르테르가 롯데에게 고백을 하기 위해 찾아왔다. (롯데 역 김예원, 베르테르 역 규현)CJENM
20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베르테르>
뮤지컬 <베르테르>는 20주년을 맞아 쟁쟁한 배우들로 돌아왔다. 베르테르역에는 초연부터 함께한 엄기준을 비롯해 카이, 유연석, 규현, 나현우가 무대에 서고 롯데 역은 이지혜, 김예원이 연기했다. 알베르트 역은 이상현, 박은석 카인즈 역은 송유택, 임준혁 펍의 주인 오르카는 김현숙, 최나래가 맡았다.
1774년 출판된 프랑스 대문호 괴테의 서간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작가 고선웅이 한국 감성에 맞게 구현했다.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등 현악기 10, 피아노 1로 구성된 11인의 실내악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30여 곡의 음악들은 절제된 감정선으로 국내 대표적 클래식 뮤지컬로 인정 받았다. 베르테르가 상심하는 장면에서 컵을 바닥에 '쿵' 떨어뜨리면서 무대가 전환되는 장면을 무대 연출로 나타내는 등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이기도 하다. 공연은 11월 1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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