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열아홉 살 스페인 청년 라파엘 나달이 롤랑 가로스 남자단식 우승 트로피 모스키티어 컵을 들어올렸을 때만 해도 이렇게 놀라운 기록을 이어갈 줄 몰랐다. 그런데 벌써 13회나 우승을 기록했고 통산 그랜드 슬램 타이틀 숫자에서도 테니스 황제라 불리는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20회 우승 고지에 올랐다. 내년에 로저 페더러의 대기록을 뛰어넘는 일만 남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라파엘 나달의 이번 대회 우승은 흠 잡을 곳 없이 완벽했다. 결승전 상대가 현 세계 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세계 남자테니스 단식 랭킹 2위 라파엘 나달(스페인)이 11일 오후 10시 10분(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에 있는 필립 샤틀리에 코트에서 벌어진 2020 롤랑 가로스(프랑스 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2시간 42분만에 3-0(6-0, 6-2, 7-5)으로 물리치고 이 대회 4년 연속 우승, 통산 13회 우승, 롤랑 가로스 100번째 승리, 그랜드 슬램 20회 우승이라는 놀라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라파엘 나달, 첫 세트 6-0 무결점 승리
▲우승을 확정한 뒤 기뻐하는 나달.
EPA/연합뉴스
무릎 부상을 당해 재활중인 로저 페더러가 참가하지 못해 아쉽지만 둘은 언제나 최고의 자리에서 자주 맞붙었던 형제나 다름없다. 나달이 '흙신'이라 불리며 클레이 코트의 최고 실력자라고 해도 현 세계 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가 결코 쉽게 물러날 상대는 아니었다.
그런데 결승전 뚜껑이 열리고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첫 세트 스코어로 6-0이 찍힌 것이다. 이 결승전 이전까지 무려 55번 대결을 펼치며 노박 조코비치가 29승을 거두었는데 한 세트 게임 스코어 6-0 기록은 단 한 번(2019년 ATP 마스터스 1000 로마, 나달 승 6-0, 4-6, 6-1)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결승전 라파엘 나달의 운영 능력은 완벽 그 자체였다. 첫 세트 실책 '언포스드 에러' 숫자(라파엘 나달 2개, 노박 조코비치 13개)가 이 상황을 압축하여 설명해 주었다. 라파엘 나달의 깊숙한 두손 백핸드 크로스를 노박 조코비치가 좀처럼 따라잡지 못한 것이다. 두 선수 모두 서브 준비 시간이 유독 길고 간혹 랠리가 길게 이어졌기 때문에 첫 세트 소요 시간이 48분이나 걸렸지만 라파엘 나달은 177km/h 속도로 휘어나가는 서브 에이스로 첫 세트를 6-0으로 끝냈다.
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가 이 결승전에서 게임 포인트를 자기 이름 옆에 처음 적기까지 무려 55분이나 걸렸다. 6분 59초나 걸린 두 번째 세트 첫 게임에서 두 번째 듀스 끝에 조코비치가 어렵게 자기 서브 게임을 지켜낸 것이다. 그러나 라파엘 나달은 두 번째 세트 세 번째 게임에서 옆줄 안쪽에 떨어지는 아름다운 백핸드 깎아치기 실력을 자랑하며 또 하나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만들어 2-1로 달아났다. 이 순간이 라파엘 나달이 만든 진정한 우승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랜드 슬램 21회 우승 위업, 나달이 페더러를 넘을까?
두 번째 세트를 51분 만에 6-2로 이긴 라파엘 나달은 세 번째 세트에 마지막 안간힘을 쓴 노박 조코비치가 흐름을 뒤집는 것 같았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끝내 흐름을 다시 자기 쪽으로 돌려놓았다. 3세트 여섯 번째 게임에서 정교한 백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이 결승전 첫 번째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살려낸 노박 조코비치가 게임 스코어 3-3을 만들며 포효했다.
마스크를 쓴 채 약간 떨어져 앉은 관중들이 노박 조코비치를 응원하는 박수를 크게 보내줬지만 라파엘 나달은 놀라운 코트 커버 능력을 자랑하며 상대를 다시 한 번 흔들어놓았다. 3세트 열한 번째 게임에서 노박 조코비치는 더블 폴트로 자기 서브 게임을 빼앗겼다. 그리고 이어진 마지막 게임에서 서브권을 쥔 라파엘 나달은 오른쪽 구석으로 크게 휘어져나가는 171km/h 속도의 서브 에이스로 러브 게임을 완성시키며 대기록을 확인했다. 챔피언십 포인트를 에이스로 확인한 라파엘 나달은 붉은 앙투카 흙바닥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환하게 웃었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이렇게 완벽한 결과로 위업을 이룬 것에 자신도 놀란 표정이었다.
라파엘 나달은 이로써 롤랑 가로스 13회 우승, US 오픈 4회 우승, 윔블던 2회 우승, 호주 오픈 1회 우승 기록을 묶어 그랜드 슬램 20번째 타이틀을 들어올려 로저 페더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노박 조코비치가 현재까지 17회 우승 기록을 남겼으니, 그랜드 슬램 최다 우승 기록을 라파엘 나달이 21회로 뒤집고는 가장 앞서서 달려나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다.
2020 롤랑 가로스 남자단식 결승 결과(11일 오후 10시 10분, 필립 샤틀리에-프랑스 파리)
★ 라파엘 나달 3-0(6-0, 6-2, 7-5) 노박 조코비치
◇ 결승전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 라파엘 나달 4개, 노박 조코비치 1개
더블 폴트 : 라파엘 나달 1개, 노박 조코비치 4개
첫 서브 성공률 : 라파엘 나달 65%(55/84), 노박 조코비치 67%(66/99)
첫 서브 성공시 득점률 : 라파엘 나달 67%(37/55), 노박 조코비치 50%(33/66)
세컨드 서브 득점률 : 라파엘 나달 66%(19/29), 노박 조코비치 48%(16/33)
네트 포인트 성공률 : 라파엘 나달 53%(9/17), 노박 조코비치 67%(18/27)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라파엘 나달 39%(7/18), 노박 조코비치 20%(1/5)
리시빙 포인트 성공률 : 라파엘 나달 51%(50/99), 노박 조코비치 33%(28/84)
위너 : 라파엘 나달 31개, 노박 조코비치 38개
언포스드 에러 : 라파엘 나달 14개, 노박 조코비치 52개
◇ 라파엘 나달의 그랜드 슬램 단식 우승 20회 기록
롤랑 가로스 13회 : 2005~2008년 4회 연속, 2010~2014년 5회 연속, 2017~2020년 4회 연속
US 오픈 4회 : 2010년, 2013년, 2017년, 2019년
윔블던 2회 : 2008년, 2010년
호주 오픈 1회 : 2009년
◇ 그랜드 슬램 남자단식 통산 우승 기록 비교
20회 : 로저 페더러(스위스), 라파엘 나달(스페인)
17회 :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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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및 라켓 스포츠 기사,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