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돌멩이> 관련 사진.

영화 <돌멩이> 관련 사진. ⓒ 영화사 테이크

 
발달장애, 그중에서도 지적장애인이 중심에 선 몇 편의 한국영화들이 있었다. 상업 영화로 치면 <말아톤> <7번방의 선물> 등이 당장 기억날 법하다. 사회적 약자를 내세운 만큼 영화적 태도 또한 섬세했어야 했는데 각각의 작품은 당시 시대상과 정서를 반영해 나름의 흥행 성공까지 이뤄내기도 했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돌멩이> 또한 등장인물만 놓고 보면 지적장애인이 주인공이다. 앞서 언급한 영화와 단순 비교하기 십상인데 주제의식과 이야기 전개 방식을 보면 좀 더 깊은 주제와 물음을 던지고 있다. 

8살 정도의 지능을 지는 석구(김대명)는 마을의 상징과도 같다. 일찌감치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노 신부(김대명) 등 마을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나름 건실하게 자랐다. 영화에선 어느 날 아빠를 찾으러 서울에서 온 지은(전채은)이를 등장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 중반까지는 석구와 지은의 우정 쌓기다. 제대로 된 의사소통은 할 수 없어도 상대의 말과 감정은 다 이해하는 석구는 지은의 마음을 알고 아빠 찾기에 물심양면 기여하려 한다. 어른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은 지은 또한 석구에게만큼은 마음을 열고 두 사람은 이내 곧 친구로 서로를 명명하기에 이른다.

중후반부로 넘어가며 이야기는 급전개되는 양상이다. 어떤 사고로 석구가 성범죄 피의자로 몰리게 되고 이때부터 지은과의 관계가 단절된다. 석구에게 호의적이었던 마을 주민, 심지어 오랜 친구들까지 등을 돌린다.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석구, 혼절한 뒤 마찬가지로 부분 기억 상실을 앓게 된 지은 대신 다른 사람들이 이 사건을 끌어나간다. 노 신부, 그리고 그의 오랜 동료이자 청소년 쉼터 소장 김 선생(송윤아)다. 이때부터 영화는 본격적으로 주제 의식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사건의 범인을 묻지 않다
 영화 <돌멩이> 관련 사진.

영화 <돌멩이> 관련 사진. ⓒ 영화사 테이크

  
 영화 <돌멩이> 관련 사진.

영화 <돌멩이> 관련 사진. ⓒ 영화사 테이크

 

연출자인 김정식 감독은 6일 언론시사회에서 <돌멩이>를 "(사건의) 진실 찾기가 아닌 우리가 믿는 진실이 무엇인지 묻는 영화"라고 정의한 바 있다. 즉, 누가 사건의 범인인지 정말 석구가 지은에게 몹쓸 짓을 했는지가 핵심이 아니라는 뜻이다. 

영화는 끊임없이 석구를 외면하고 밀쳐내는 주변 인물을 제시하며 석구의 내면이 무너져 가는 모습을 가감 없이 묘사한다. 어쩌면 그 어떤 비극보다 잔인한 장면들일 수 있다. 범죄의 순간을 직접 봤다고 생각하고 석구에게 어떻게 해서든 법의 심판을 받게 하려는 김 선생의 의지는 곧, 선의다. 마찬가지로 끝까지 석구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는 노 신부의 의지 역시 선의다.

초점 잃은 석구의 눈빛과 그런 그를 두고 대립하는 두 인물 사이의 긴장감이 <돌멩이>의 원동력이다. 선의를 지는 두 사람, 그리고 그들이 각자 믿었던 어떤 신념이나 가치가 정말 진실에 가까운 것인지를 묻는 셈이다. 

영화가 포함하고 있는 이런 깊은 질문과 의도는 좋다. 하지만 이것을 보이기 위해 지적장애인을 내세운 게 과연 윤리적으로 합당한지는 비판 지점이 될 수 있다. 또한 영화가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인물들이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과정이 부드럽게 연결되진 않는다. 주제의식에 비해 이야기와 캐릭터의 구체화가 아쉬워지는 대목이다.

자칫 또 다른 영역에서 논쟁이 붙을 여지도 있다. 성범죄의 대상이 된 아이가 여성이라는 점, 피의자가 남성이라는 점에서 젠더 갈등이 나올 수 있는데 이는 영화의 의도 및 소재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겠다. 감독이 재차 강조했듯 <돌멩이>는 사건의 진실이 아닌 사람의 진심과 믿음의 정합성을 묻는 영화니 말이다.

한줄평: 배우들의 노고가 살려낸 주제의식
평점: ★★★☆(3.5/5)

 
영화 <돌멩이> 관련 정보

감독 및 각본: 김정식
출연: 김대명, 송윤아, 김의성, 전채은
제작: ㈜영화사테이크
제공: ㈜영화사 집, kth
배급: 리틀빅픽처스
러닝타임: 106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0년 10월 15일
 





 
돌멩이 김대명 송윤아 김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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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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